실명 아픔 딛고 정상 재정복|2번째 한라장사 오른 문위장 장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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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좋아서 씨름을 시작했고 일단 젊음을 건 이상 천하장사 한번은 해봐야죠.』
제51회 전국장사씨름대회 한라급 결승(17일·부산)에서 재주꾼 이기수 선수(23·럭키금성)를 누르고 생애 통산 두 번째 한라장사타이틀을 차지한 문위장 장사(25·현대) 경상대 1년 때인 어느 날 문은 훈련도 중 상대선수의 손가락에 오른쪽 눈을 찔렸고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생각, 이를 방치했다가 실명이라는 기울 수 없는 멍에를 안게됐다.
씨름은 물론 인생마저도 포기할 정도의 좌절 속에서도 샅바를 놓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
아마시절을 통틀어 단 한번의 우승기록도 세우지 못한 문은 졸업 후 비록 연습생 수준의 대우이긴 해도 이만기를 키워낸 명조련사 황경수 감독이 이끄는 현대 팀에 입단하는 행운을 얻었다.
혹독한 훈련 7개월만에 그는 제38회 한라급결승(88년10월)에서 한라봉 최고 거목인 계상주(일양약품)를 모래판에 누이고 생애 첫 우승자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그러나 시련은 끝나지 않아 문은 또 다시 허리부상으로 슬럼프에 빠져들었다.
그로부터 2년. 하위권을 허덕이던 그는 두 번째 정상에 오르던 날 당당히 말했다.
『어차피 죽을병이 아니라면 고통은 고통으로 이길 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허리 및 하체에 대한 훈련량을 세배 이상 늘렸습니다. 그래서 그 만큼 더 기쁩니다.』 <글 김인곤 기자 사진 조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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