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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의 아픈 역사…동성 결혼 허용하는 새 가족법 추진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5월 17일(현지시간)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쿠바의 수도 하바나 공공보건부 외관에 성소수자를 의미하는 무지개 깃발과 쿠바 국기가 나란히 걸려있다. 쿠바의 정부 기관에서 이 같은 성소수자 지지 깃발을 내건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다고 한다. [AP=연합뉴스]

지난 5월 17일(현지시간)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쿠바의 수도 하바나 공공보건부 외관에 성소수자를 의미하는 무지개 깃발과 쿠바 국기가 나란히 걸려있다. 쿠바의 정부 기관에서 이 같은 성소수자 지지 깃발을 내건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다고 한다. [AP=연합뉴스]

중남미 공산권 국가 쿠바가 동성 커플의 결혼과 입양을 허용하는 가족법 개정안을 추진한다고 15일(현지시간) 로이터ㆍAP통신이 보도했다.

공산권 쿠바, 60년 전엔 동성애자 투옥·박해 #카스트로 사과 후 전향적 성소수자 포용정책 #종교단체 반대도 만만찮아, 도입 시기 미지수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쿠바 정부는 현행 ‘남성과 여성의 결합’으로 정의돼 있는 결혼을 성별을 명시하지 않은 ‘두 사람의 자발적 결합’으로 정의하는 새 가족법 초안을 발표했다.

오스카 실베라 마르티네스 쿠바 법무부 장관은 “우리는 이 법안이 헌법의 맥락과 일치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사회의 인본주의적 본성에 맞도록 다양한 법적 가족 제도를 업데이트 했다”고 밝혔다.

법학 전문가 30명이 검토해 작성한 이번 정부 입법안은 의견 수렴을 거쳐 국회의 승인과 국민투표(referendum)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산권 국가인 쿠바는 최근 몇년 간 전향적인 성소수자(LGBT) 정책을 펼쳐 왔다. 이는 과거 쿠바 공산혁명 초반 동성애자 등 성소수자들을 가혹하게 탄압했던 역사 때문이다.

쿠바의 혁명가이자 장기 집권자인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공산당 총서기는 1959년 집권한 직후 동성애자들을 노동 교화소로 보내는 등 박해 정책을 펼쳤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96,70년대에 걸쳐 쿠바의 많은 성소수자들이 직장에서 해고되고 투옥됐다고 한다. 쿠바에서 동성애가 비(非)범죄화 된 건 1979년 부터다.

훗날 카스트로는 이 같은 성소수자 박해에 대해 “이 일에 누군가 책임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나”라며 사실상 사과했다.

이후 쿠바는 성소수자 포용 정책을 도입해 왔다. 성 전환 수술을 무료로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거나, 성적 취향에 따른 직장 내 차별 금지 등을 제도적으로 도입했다. 피델의 동생 라울 카스트로 전 공산당 총서기의 딸 마리엘라 카스트로가 이 같은 성소수자 포용 운동을 주도하면서 더욱 탄력을 받았다. 쿠바의 국회의원ㆍ인권 운동가인 마리엘라는 성소수자 권리를 위한 시위(일명 ‘게이 프라이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쿠바의 진보적 인권 이슈를 이끌었다고 한다.

다만 정부의 기조에 불구하고 성소수자 관련 정책은 여전히 쿠바 내에서 여론의 온도 차가 크게 엇갈리는 문제라고 한다. 공청회 등 여러 입법 절차를 남겨놓고 있는 만큼 새 법안이 언제 시행될지는 미지수다. 쿠바는 3년 전인 2018년에도 개헌을 통해 헌법에 동성 결혼을 허용하는 취지를 담으려 했지만, 종교 단체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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