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라!논술테마] 핵실험 장소, 진앙 추적으로 알아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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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국내 지진 상황을 관측하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북한 핵실험 추정 장소를 몇 차례 번복하는 바람에 큰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내막을 보면 무턱대고 비난할 일만은 아니다. 자연 현상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워낙 많아 진원지를 밝히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의 핵실험 장소 관측도 접근 방법에 따라 오차가 생길 수 있다.

핵실험 장소는 지진파의 원리를 활용해 파악이 가능하다. 지진파는 파동의 진행과 진동 방향이 같은 P파와 수직으로 어긋나는 S파로 나뉜다. P파의 속도는 초당 5~8㎞인데, S파는 P파의 3분의 2 정도여서 관측 지점에 늦게 도달한다. 이 시간 차를 'PS시'라고 한다. PS시를 이용하면 진앙에서 관측 지점까지의 거리를 구할 수 있다. 즉 지진파의 속도에 PS시를 곱하면 거리가 나온다(거리=시간×속력).

지진의 진앙(또는 진원)은 보통 관측 지점을 중심으로 진앙까지의 거리를 반지름으로 하는 구를 그려 알아낸다. 이때 진앙은 원주 위의 어느 한 점에 있게 된다. 진앙을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적어도 세 곳의 관측자를 중심으로 구를 그려 교점을 구해야 한다. 진앙을 구할 때 자연 지진의 경우 진원이 깊어 반드시 구를 그려 교점을 찾아야지만, 인공 지진은 진앙과 진원이 거의 같으므로 평면인 원을 사용해도 괜찮다. <그림 참조>

그런데 지진파는 진원에서 나오므로 PS시는 지진파가 진앙에서 관측 지점까지 도달할 때 걸리는 시간보다 조금 더 길다. 그래서 PS시를 이용해 관측 지점부터 진앙까지의 거리를 계산하면 실제보다 조금 더 길게 나오기도 하고, 지도 위에 세 개의 원(구)을 그릴 때 정확히 한 점에서 만나지 않기도 한다.

문제는 이렇게 관측값으로 구한 위치와 실제 진원이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진원에서 출발한 지진파는 최단 거리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 모호면(지각과 맨틀의 경계면)에서 굴절돼 맨틀을 타고 움직이는데, 실제 최단 거리로 이동할 때보다 더 일찍 도달하게 된다. 이는 맨틀이 지각보다 밀도와 압력이 높아 지진파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지진파의 속도는 또 지하 내부 물질의 종류나 지표면의 모양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므로 진원을 정확하게 알아내는 일이 쉽지 않은 것이다.

이정록 유레카학원 과학논술 대표강사

☞생각 플러스:A 지점에서 측정된 P파의 속도가 시속 6㎞이고 S파의 속도는 P파의 3분의 2라고 할 때 PS시가 1.5분으로 측정되었다면 A 지점에서 진앙까지의 거리는 얼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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