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신용호의 시시각각

이재명의 일산대교 무료화 유감

중앙일보

입력 2021.09.13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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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3일 일산대교에서 열린 ‘일산대교 공익처분 계획 합동 브리핑’에 참석한 최종환 파주시장, 정하영 김포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이재준 고양시장(왼쪽부터). [경기도 제공]

지난 3일 일산대교에서 열린 ‘일산대교 공익처분 계획 합동 브리핑’에 참석한 최종환 파주시장, 정하영 김포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이재준 고양시장(왼쪽부터). [경기도 제공]

지난해 5월 중순이었다. 경기도청 집무실에서 이재명 지사를 만나 기본소득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당시 지지율은 이낙연 전 대표와 차이가 큰 2위였다. 친형의 정신병원 강제입원과 관련한 발언이 허위사실 공표죄에 해당해 대법원 판결을 앞둔 시점이기도 했다. 항소심 결정(300만원 벌금)이 바뀌지 않으면 자리를 내놓아야 할 심란한 때였다. 그래도 기본소득에 대한 열의는 상당했다. 간단히 차 한 잔만 하려던 면담은 기본소득 얘기가 나오면서 40분이 넘었다.
 "기본소득제로 가야 산다" "변화에 대한 저항이 적은 지금이 적기다" "저커버그와 빌 게이츠도 하자고 한다". 솔직하게 말하는 스타일에 설득하는 논리가 정연했다. 자연 귀가 솔깃했다. 재원이 궁금해 물었는데 기존 예산을 조정해 끌어오는 방안과 탄소세·데이터세 등을 말했다. 정교한 단계는 아니어서 나중에 분명해지겠지 하고 넘겼다.
 1년4개월이 흘렀다. 기본소득은 그의 '대표 상품'이 됐고, 기본주택 등 기본 시리즈로 점수를 많이 얻었다. 여권 지지율 1위가 그냥 된 게 아니다. 정책을 주도하는 이미지를 얻었다. 마치 통 큰 복지를 실천하는 정치인으로 비쳤다. 전 국민에게 그냥 돈을 나눠 준다는데 국민이 쳐다보지 않을 수 없다. 당시 그에게 직접 설명을 들은 필자가 그랬듯 많은 이가 이재명의 기본소득에 귀가 솔깃해져 쳐다보고 있다.
문제는 여전히 다듬어지지 않은 재원이다. 그의 공약대로라면 첫해 20조원, 임기 말에는 한 해 60조원의 예산이 더 필요하다. 빠듯한 예산일진대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절감하더라도 그만큼 마련하기가 쉽지 않고 무엇보다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전문가가 많다. 이 지사는 자신이 있다지만 토지세 신설 등의 방안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그러니 "10여 회에 걸친 TV 토론에서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답변을 한 적이 없다"(정세균 전 총리, 지난 9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이재명 바람'에 묻혀서 그렇지 여권에서도 당원을 속이는 거대한 포퓰리즘이라든지 결국 본선 검증대에서 사달이 날 거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당장의 표심만 잡는 얄팍한 장사"(박용진 민주당 의원)라는 의심이 그래서 나온다.
 그런데 이번에 "이건 또 뭔가" 싶은 게 나왔다.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다. 국민연금공단이 소유한 일산대교 운영권을 경기도와 고양·파주·김포시가 세금을 투입해 회수하고 통행료를 무료로 하겠다는 거다. 무료화 추진의 명분은 도민의 '기본교통권'이다. 이 역시 기본 시리즈인 셈이다.
이 지사는 일산대교를 이용하는 주민들로부터 엄청난 찬사를 받을 거다. '사이다 도시자'가 되는 거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다 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경기 일부 지역을 위해 경기도 전체의 세금을 쓴다거나 운영권을 회수하면 국민연금 재정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점은 문제다. 이 지사가 12일 국민연금 운영 방식을 거세게 비판하며 거듭 강행 의지를 피력했지만 지자체장이 운영권을 회수하는 결정은 민자 사업의 논리를 무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지자체장의 결정에 따라 운영권이 좌지우지된다면 누가 민자 사업에 뛰어들겠나.
 더구나 국민연금과 충분한 사전 협의는 있었는지, 왜 하필 지금인지도 궁금하다. 대부분의 경기도민과 국민은 당장 돈을 내라는 게 아니라 반발이 없을 테지만 혜택을 받는 열광하는 도민들은 확실한 표가 될 거라는 계산은 혹시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 지사는 얼마 전 유튜브 방송에서 "포퓰리즘 정책들을 성공적으로 한 것 때문에(인정받았다)”라며 “앞으로도 하겠다”고 했다. 일산대교도 그 연장선상일 게다. 설령 지금까지 인정받았다 하더라도 앞으로 성공하리란 보장이 없다. 이젠 시정·도정과는 비교가 안 되는 국정이다. 한 번 고꾸라지면 나라가 휘청하고 국민이 고통을 받을 수 있다. 평소 스타일로 봐선 정말 포퓰리즘을 포기하진 않을 것 같은데…. 걱정이다.

일산대교 이용 도민들 환호 예상
대선 앞두고 표 의식한 건 아닌지
재원 논란 기본소득도 걱정 많아

신용호 정치에디터

신용호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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