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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지연 리프트도 뜯던 '스키광' 김정은…겨울올림픽 막힌 北

중앙일보

입력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갈라쇼에서 북한 페어팀 염대옥-김주 식 선수가 북한 노래 '반갑습니다'에 맞춰 갈라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갈라쇼에서 북한 페어팀 염대옥-김주 식 선수가 북한 노래 '반갑습니다'에 맞춰 갈라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일인 2018년 2월 25일. 이날 오전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는 대회의 피날레를 장식한 피겨 스케이팅 갈라쇼가 열렸다.

7번째로 무대에 나선 북한 피겨 페어팀 염대옥, 김주식 선수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북한 노래 '반갑습니다'의 선율에 맞춰 연기를 펼쳐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5개월 앞으로 다가온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는 이들은 물론 북한 선수들을 아무도 볼 수 없을 전망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지난 8일(현지시간) 북한 올림픽위원회(NOC)의 자격을 2022년까지 정지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는 북한의 도쿄올림픽 불참 결정에 따른 징계로 북한 선수들은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 겨울 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게 됐다.

북한은 1964년 인스부르크(오스트리아) 대회 때 겨울 올림픽 무대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BBC에 따르면 북한은 평창 대회를 포함해 8번 참가한 겨울올림픽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각각 1개씩 획득했다. 한국이 역대 겨울올림픽에 19차례 참가해 획득한 메달 수(총 70개, 금 31, 은 25, 동 14)와 비교해 크게 못 미친다.

북한은 평창 겨울올림픽에 22명이 나섰지만 자력으로 출전권을 획득한 선수는 피겨스케이팅 종목의 두 명뿐이었고, 출전권 획득에 실패한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에는 참가하지도 못했다. 역대 54개의 메달(금 16·은 16·동 22)을 따낸 여름올림픽보다 훨씬 처지는 성적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당시 국방위 제1위원장)이 2013년 12월 완공된 마식령스키장의 리프트를 타고 슬로프를 오르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당시 국방위 제1위원장)이 2013년 12월 완공된 마식령스키장의 리프트를 타고 슬로프를 오르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겨울이 춥고 산간지역이 많아 겨울스포츠에 유리한 자연환경을 가졌지만, 선수 실력이 떨어지는 건 비용이 많이 드는 겨울스포츠의 특성 때문으로 보인다. 스키와 빙상 종목의 경우 최고의 경기력 발휘를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빙질(氷質) 및 설질(雪質)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든다.

스위스에서 유학하며 스키를 접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집권 후 겨울스포츠 인프라 확충에 관심을 기울였다. 강원도 원산의 마식령 스키장, 평남 양덕의 온천관광지구 스키장, 평양의 인민 야외 빙상장 등을 새롭게 선보였다.

그러나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로 이같은 인프라 구축은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올림픽 출전 선수 지원을 위해 북한에 스포츠 장비를 보내게 해달라는 IOC의 요청을 미국의 반대로 거부한 바 있다.

대북 제재 항목 중엔 사치 품목 수입 금지도 들어있는데 여기엔 스포츠 장비도 포함된다. 실제로 마식령 스키장 개장을 앞둔 2013년 당시 제재로 스키장 설비 수입이 불가능하자 백두산 인근 삼지연 스키장의 리프트를 뜯어와 설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2018년 2월 25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에 한국과 북한 선수들이 나란히 입장하는 모습. [중앙포토]

2018년 2월 25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에 한국과 북한 선수들이 나란히 입장하는 모습. [중앙포토]

우리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북한 선수는 앞서 언급한 피겨 페어팀의 염대옥, 김주식 선수다.

이들은 2017년 여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두 달간 전지훈련을 통해 실력을 키웠다. 같은 해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네빌혼 트로피 대회에서 6위에 오르며 평창올림픽 출전권을 자력으로 따냈다. 평창에서 13위를 차지했던 두 선수는 2019년 11월 중국 충칭(重慶)에서 열린 2019~2020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4차 대회의 페어 종목에서 5위를 기록했다.

2013년 다누비아컵 쇼트트랙에서 종합 1위를 차지했던 최은성 선수도 있다. 북한 빙상 에이스인 그는 평창올림픽 당시 강릉서 진행한 첫 공식 훈련에서 오른쪽 발목에 부상을 입는 불운을 겪은 바 있다.

한편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자격이 되는 선수들에 한해 내년 베이징 올림픽에 개인 자격으로 출전할 수 있는지는 추후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 퇴로를 열어둔 것이다.

하지만 북한 선수들이 개인자격으로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당시에는 염대옥, 김주식 선수가 출전권을 획득했고 나머지 선수들은 초청을 받았지만, 2022년 올림픽의 경우에는 북한 선수들이 출전권을 획득하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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