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노정태가 저격한다

BTS가 99칸 한옥 지어 산다면...이낙연 후보님 왜 안됩니까

중앙일보

입력 2021.09.10 00:01

업데이트 2021.09.10 09:36

노정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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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고전을 한 이낙연 전 총리가 지난 15일 "더 큰 가치를 위해서"라며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당내 선두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관련한 '무료 변론 의혹' 등 네거티브 전략도 수정할 의향을 내비쳤다. 이 전 총리의 패배가 진작에 배수진을 치지 않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네거티브 탓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확실히 문제가 있는 공약은 있다. 그중 하나가 부동산 문제다.
지난 7월 6일, 이낙연 전 총리는 충격적인 제안을 했다. 택지소유 상한제를 23년 만에 부활시키자는 '토지독점규제 3법'(토지공개념 3법)을 대표 발의한 것이었다. 제시된 법안은 국토계획법상 도시지역 중 택지에 대해 법인의 소유를 막고, 개인의 경우 1인당 최소 1320㎡(약 400평)에서 최대 3000㎡(약 800평)까지만 소유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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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와 유사한 내용을 담은 법이 대한민국에는 이미 있었다. '택지소유 상한에 관한 법률'인데, 1989년 위헌 결정으로 인해 사라지고 말았다. 당시 위헌 결정이 나오게 된 결정적 요인은 면적이 1인당 200평, 즉 660㎡로 너무 좁았던 데다 일률적으로 적용했기 때문이었다. 이낙연 후보 측은 새로운 택지소유상한법이 그런 요소를 모두 고려하고 있으므로 괜찮다는 입장이다.
한번 따져보자. 이 후보가 새로 제안한 토지독점규제 3법은 민간 임대업의 규모를 대폭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자연인이 소유할 수 있는 택지의 면적에 제한을 두고 법인 역시 택지를 가질 수 없게 한다면 남에게 팔아버리는 것 외에 '합법적'인 선택지는 더는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후보 측에서도 그러한 정책 방향을 인정한다. 1인당 택지 소유 면적에 제한을 두면 매물이 쏟아져 나올 것이고, 국가는 저렴한 가격에 매수하여 거기에 공공주택을 짓겠다는 큰 그림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7월 6일 국회에서 택지소유상한법과 개발이익환수법, 종합부동산세법 등 소위 토지공개념 3법 대표 발의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7월 6일 국회에서 택지소유상한법과 개발이익환수법, 종합부동산세법 등 소위 토지공개념 3법 대표 발의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연 그게 뜻대로 될까? 한국보다 공공임대주택의 비중이 높은 유럽 여러 국가를 보면, 현실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전체 주택 중 19%가 공공임대주택이며 20%의 민간임대주택 역시 임대료 상한제 등 다양한 규제로 묶여 있는 스웨덴의 경우를 살펴보자. 임대업으로 수익을 낼 수 없기에 임대주택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인구 100만 명의 도시 스톡홀름에서 임대주택에 들어가고 싶다고 신청하고 대기하는 사람만 50만 명이 넘는다. 세입자 보호라는 명목으로 거주 이전의 자유가 실질적으로 박탈되고 있는 꼴이다.

여기까지는 부동산을 비롯한 경제 분야의 전문가들이 많이 지적해왔던 부분이다. 나는 좀 더 본질적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새로운 택지소유 상한제는 국민, 특히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들의 창의적 도전 욕구를 가로막는다. 이 땅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꿀 수 있는 꿈의 상한선이 그어지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조앤 롤링의 스코틀랜드 저택.

조앤 롤링의 스코틀랜드 저택.

『해리 포터』 시리즈로 유명한 영국의 소설가 J. K. 롤링. 그는 스코틀랜드에 성(城)을 구입해 살고 있다. 그 면적은 자그마치 65만㎡, 약 20만 평에 해당한다. 그 외에도 영국 에든버러에 225만 파운드짜리 저택을 샀다. 두 건물 모두 주거용 건물이니, 의심할 나위 없이 한국에서라면 택지소유상한법을 훌쩍 어기는 셈이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마이클 잭슨은 한때 자신의 저택에 놀이동산을 짓고 동물원을 만들었다. 엘튼 존 역시 영국 우드사이드 등에 큰 저택을 가지고 있다. 그는 정원의 마구간을 개조해서 자신만을 위한 녹음실을 차리기도 했다. 최근 이혼당한 빌 게이츠는 시애틀에 욕실만 24개인 저택을 지니고 있는데,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는 그런 취향을 비웃으며 실리콘 밸리의 평범한 주택에 산다. 대신 프라이버시 확보를 위해 이웃집도 몽땅 매입해버렸다.
일부 부자들의 돈 자랑일 뿐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생각해보자. 빌 게이츠가 사는 것 같은 저택을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가 갖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요즘 세계 젊은이들에게는 엘튼 존보다 더 유명한 BTS의 리더 RM이 99칸, 아니 199칸 넘는 한옥을 지어서 자기 집을 미술관처럼 꾸미면 안 되는가.
김범수나 RM이 그 정도 성공의 과실은 누릴 자격이 충분히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미 몇몇 분야에서 선진국 반열에 올라 있는 대한민국의 대표 주자라면 1인당 800평이 아니라 8000평이 넘는 집도 가질 수 있어야 마땅하다. 이 당연한 상식이 누군가에게는 그리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는 듯하다. 아무리 큰 재능과 치열한 노력을 통해 엄청난 성취를 이루었다 해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온전히 살게 내버려 두지 않는 것이다. 성공하기도 전에 꿀 수 있는 꿈의 크기를 제한해버리는 나라. 대한민국은 그런 의미에서 2021년에도 여전히 집단주의 국가다. 이제는 개인에게 개인의 삶을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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