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아이 임신 잘 하는 비방? 남자 하기 나름

중앙일보

입력 2021.09.09 13:00

[더,오래] 윤경재의 나도 시인(90)

남녀 모두 상대방을 어떤 수단으로 삼으려는 생각은 없어야 한다. 일대일의 인격적 관계만이 필요하다. [사진 pxhere]

남녀 모두 상대방을 어떤 수단으로 삼으려는 생각은 없어야 한다. 일대일의 인격적 관계만이 필요하다. [사진 pxhere]

그 사람이 건너왔을 때

추억이란 방에는 문고리가 없다
조그맣게 뚫린 들창만 높아
후드득 소나기가 노크를 하고
함박눈과 구름이 문 앞에서 기다리다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어쩌다 들짐승 서성이는 소리에
거 뉘시냐는
깨금발 빛만 새어 나온다

스산한 추억의 터널 속으로
사랑을 몰아 떨구기 하기 전에
깊이 밭 갈고
자주 김매기 해야 할 뿐이다

해설
요즘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청춘이 많아졌다. 원래 주관이 비혼인 사람보다는 그저 살기 바쁘고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 결혼할 시기를 놓쳐서 그런 것 같다. 둘이 함께 살 방 한 칸만 마련되면 용감하게 결혼을 했던 예전과는 다르겠지만, 그래도 삶을 개척할 도전 정신과 용기가 부족한 것 같아 무척 아쉽다. 이해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삶의 또 다른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자기를 속속들이 알아주고 응원해 주는 한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위로며 행복인지. 부모도 채워 줄 수 없는 빈 공간은 무척 황량하고 쓸쓸하다. 두 사람만이 아는 진행형 삶은 결코 추억이 될 수 없다.

결혼이 적어지니 해가 갈수록 출산율이 떨어져 세계에서 인구 당 신생아 출산율이 가장 적은 나라가 되었다. 조만간 인구수가 감소하는 나라가 될 것이다. 수십 년 내로 인구가 반쪽이 날 거라고 학자들이 예측하고 있다. 정말 걱정이다.

예전에는 결혼하고 임신이 잘 안되어 한의원에 찾아오는 환자가 제법 있었는데, 요즘엔 아주 드물다. 그동안 여러 환자에게 사랑스런 아기를 세상으로 초대해 주어 감사하다는 인사를 많이 받았다. 아이를 잘 잉태하는 비방이 따로 있냐는 질문을 받지만, 사실 중요한 핵심은 하나이다. 먼저 부부가 건강하고 생리 해부학적 결함만 없다면 남편이 부인을 배려하고 사랑해주어 여자의 만족감을 높이는 게 하나다. 일방적인 사랑은 폭력이 될 수도 있다. 여자가 생활에 걱정하고 긴장하면 임신마저 잘 안 되는 일이 많다.

아이를 못 갖는다고 근심하면 할수록 임신은 더 어려워진다. 느긋하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접근하는 편이 더 좋다. [사진 pxhere]

아이를 못 갖는다고 근심하면 할수록 임신은 더 어려워진다. 느긋하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접근하는 편이 더 좋다. [사진 pxhere]

여성 생식기는 기능상 외부 침입자를 방어하는 기전이 발달해 있다. 가임기가 따로 있어서 그 때를 맞추어야 함은 물론이다. 여성 생식기는 어떤 장치가 있는 게 아니라서 물리적 방어를 하는 건 아니다. 화학적 방어를 한다. 부부생활 중 행복감과 만족감이 생겨야 화학적 방어가 풀어진다. 그러면 일종의 외부 침입자인 남성 정자가 화학적 방어막을 뚫고 난자에 무사히 접근할 수 있다. 그 확률이 수억 분의 일이다. 화학적이라는 말은 곧 마음과 자세의 문제라는 말도 된다. 특히 여성에게 있어 정서와 마음의 열림이 그만큼 중요하다.

애를 못 갖는다고 근심하면 할수록 더 임신은 어려워진다. 좀 느긋하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접근하는 편이 더 좋다. 페미니스트라서가 아니라 어차피 임신하는 건 여성이니 여성의 구조와 기능을 잘 알아두는 게 옳은 일 아니겠는가. 정확한 지식과 이해가 요구된다. 환자를 진료하다 보니 저절로 얻은 지혜이다.

예로부터 부부생활과 임신이 밭갈이와 김매기로 비유되곤 했다. 남녀 사이의 사랑 문제도 이와 같다. 집값 문제, 육아, 교육, 질 좋은 직장 등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도 많다. 하지만 개인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일도 많다. 무엇보다 이성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남녀 모두 상대방을 어떤 수단으로 삼으려는 생각은 아예 없어야 한다. 일대일의 인격적 관계만이 필요하다. 결혼을 전제하지 않고 썸을 탈 뿐이라도 이런 자세는 중요하다. 버릇이 그 사람의 인격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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