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노를 좌우로 젓는 뱃사공의 지혜, 다음 지도자 배워야

중앙일보

입력 2021.08.26 13:00

[더,오래] 윤경재의 나도 시인(89)  

오래 달리기를 하다보면 지치고 힘이 부족해 고비가 되는 사점이 찾아온다. 그 지점을 잘 견뎌내고 나면 ‘러너스 하이’라는 쾌감과 만족감을 경험한다.[사진 pxhere]

오래 달리기를 하다보면 지치고 힘이 부족해 고비가 되는 사점이 찾아온다. 그 지점을 잘 견뎌내고 나면 ‘러너스 하이’라는 쾌감과 만족감을 경험한다.[사진 pxhere]

러너의 울돌목
거친 숨과 몸통을 흔들며
거리를 달려보면 안다
우리 몸이 나룻배인 걸

사공은 외줄기 물길을 따라
힘겹게 외짝 노를 젓는다
한번은 왼쪽 또 오른쪽으로
머리를 숙이고 몸을 던져
먼 곳을 향해 삐꺽 대며 나아간다
길손을 가득 맞은 날엔
뱃머리 좌우 흔들림이 더 크다
좀 더디 가 닿을지라도
유선형 농도 치고
뱃노래를 흥얼거려야
하루 포물선의 멀미가 가라앉는다

이물과 고물 몸통을 저으며
흘러가는 강물에 올라탔던 빈 배는
저기쯤 울돌목이 숨어있음을 안다

해설
새벽 달리기를 해 보면 내 몸의 상태가 어떤지 금방 알 수 있다. 올해는 지구 온난화 탓인지 새벽인데도 기온이 높아 러닝이 힘겨웠다. 평균 속도가 확 느려졌다. 몇 키로 미터만 뛰어도 갈증이 심해져 생수통을 꼭 달고 나가야 했다. 그래서 금년에는 물통을 두 개 담을 수 있는 조끼까지 구입해야 했다.

초반에 컨디션이 좋다고 평소보다 속도를 올리면 중반 이후에 반드시 고비가 찾아온다. 오히려 몸이 덜 깨 천천히 시작하면 전체 평균 속도가 좋아지는 경험을 자주한다.

건강을 위한 달리기는 하루 컨디션을 망가뜨리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사진 pxhere]

건강을 위한 달리기는 하루 컨디션을 망가뜨리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사진 pxhere]

며칠 전에 우연히 뒤에서 쫒아오던 젊은 여성이 나를 추월하려 속도를 올린다. 선수는 아닌지 나를 확 추월하지는 못하고 숨소리가 생생히 들리는 두세 발짝 뒤에서 달려 붙는다. 여간 거슬리지 않았다. 러닝을 하다 보면 나란히 달리는 것처럼 부담스러운 게 없다. 속도를 늦추어 지나가게 하려 했지만 그러지도 못한다. 할 수 없이 내가 피치를 올렸다. 그러길 1㎞쯤 했더니 뒤에서 따라 오는 인기척이 사라졌다. 다른 코스로 빠진 듯했다. 하지만 8월 복중에 오버 페이스를 한 후유증이 여실히 나타났다. 반환점을 돌고 중후반으로 갈수록 다리가 무거워졌다. 그날따라 생수통 러닝조끼를 준비하지 않아서 갈증도 몰려왔다, 종반에 결국은 걷다시피 달렸다.

선수하자는 것도 아니고 건강을 위해 달리는 요령은 하루 컨디션을 망가뜨리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하루 나아가 한주의 포물선을 잘 유지하는 균형감과 절제가 필요하다.

요즘은 유투브 방송으로 각종 정보가 올라온다. 달리기 요령도 여기서 배울 수 있다. 몸 자세와 착지법을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 그 중에 내게 도움이 된 건 골반과 몸통을 좌우로 흔들며 배처럼 나아가라는 충고다. 몸통을 앞으로 기울이고 사공이 노를 좌우로 젓듯 달리는 것이다. 몸 전체 근육을 사용하는 것이다. 다리 근육만 쓸 때보다 몸통 근육을 이용하면 지구력이 높아진다. 다리만 쓸 때는 자칫 위로 뛰어오르는 상하운동이 발생한다. 그런데 골반과 어깨를 회전시키듯 흔들면 높낮이가 고르게 되고 수평운동이 자연히 생겨 전진력이 증가한다.

물고기가 물속을 헤엄칠 때 좌우로 몸을 움직이며(롤링) 속도를 낸다. 돌고래처럼 수면 위를 달릴 때에는 상하로 뛰어오르기(피칭)도 한다. 피칭 운동은 뛰어오르기 위해 중간에 잠시 멈추는 브레이크 작용이 발생한다. 달리기도 마찬가지다. 도약이 지나치면 저절로 브레이크 작용도 따라온다. 힘의 낭비가 생긴다. 힘을 아끼기 위해 가볍게 롤링 운동을 위주로 달리라고 충고한다. 팔꿈치를 앞뒤가 아닌 약간 좌우로 흔드는 게 좋은 이유이다.

뱃사공이 노를 좌우로 젓는 이유는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 더 안전하고 힘있게 나아가기 때문이다. [사진 pxhere]

뱃사공이 노를 좌우로 젓는 이유는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 더 안전하고 힘있게 나아가기 때문이다. [사진 pxhere]

뱃사공이 노를 저을 때 손님이 많이 탔을수록 노를 좌우 진폭이 크게 젓는다. 그럴 때 나룻배는 꺼떡이며 마치 목적지를 향해 곡선으로 에둘러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 더 안전하고 힘 있게 나아간다는 걸 아는 것이다. 나룻배를 처음 타 멀미를 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기에 사공은 가끔은 질펀한 농을 쳐 관심을 분산시키기도 한다. 뱃노래를 흥얼거리며 승객과 자신 모두에게 피로를 삭이며 힘을 북돋기도 한다. 이제 대선의 시간이 다가온다. 다가올 지도자는 뱃사공의 지혜를 갖추고 이 편 저 편을 두루 살필 수 있는 능력을 발휘했으면 좋겠다.

오래 달리기를 하다보면 지치고 힘이 달려 고비가 되는 사점이 반드시 찾아온다. 그런데 그 지점을 잘 견뎌내고 나면 ‘러너스 하이’라고 도리어 쾌감과 만족감이 생기는 걸 경험하게 된다. 인생도 마라톤 같아 고비를 잘 넘기면 기쁨이 찾아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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