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디지털 오피니언 나는 저격한다

후배 위한 나훈아 희생, 신대철은 알면서 왜 탐욕으로 몰았나

중앙일보

입력 2021.09.09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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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크로커다일 헤비메탈 록커 겸 유튜버
안혜리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신대철 시나위 기타리스트.

신대철 시나위 기타리스트.

록그룹 시나위의 기타리스트  신대철이 지난 7월 가수 나훈아의 4000석 공연 소식에 “후배들은 몇십 명 오는 공연도 취소하는 마당에 절제하는 미덕을 갖춰라!”며 비판한 적이 있다. 신대철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심수봉이 불렀던 번안곡 ‘백만 송이 장미’와 지난해 나훈아가 낸 신곡 ‘테스 형’이 사실상 같은 노래라며, 표절 가수라는 비아냥까지 얹었다. (…중략…)

신대철 발언을 들은 후배 뮤지션들과 공연 관계자들은 대부분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그는 후배 뮤지션을 내세워 나훈아를 비판했지만 사실 후배들이 코로나19 시국에 공연을 취소하는 이유는 자제력과 인내심이 남달라서가 아니다.

인디 뮤지션 공연은 애초에 대단한 수익을 노리고 하는 것도 아니지만, 대중 음악계에 가해진 코로나19 방역 철퇴는 그 작은 수익마저도 허락하지 않았다. ‘대중음악 공연=떼창과 함성’이라는 공식만을 확고하게 뇌리에 새긴 정부의 방역담당자 탓에 뮤지컬·클래식 등은 공연, 대중음악은 공연 아닌 행사로 구분되어 지난해 거리 두기 초기부터 대중음악 공연은 100인 이하 집합금지가 적용되었다. 그 결과 대중음악 공연계 매출은 지난 1년간 90% 이상 감소했다.

신대철은 마치 나훈아가 돈만 아는 추악한 노인이라는 식으로 매도했다. 하지만 그 말에 동의하는 공연 관계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번에 화제가 되었던 나훈아 공연은 4000석 규모였지만, 해당 공연장은 원래 1만2000석까지 수용이 가능한 규모였다. 4000석과 1만2000석은 투입되는 돈의 자릿수가 달라진다. 1만2000석은 거의 대부분 상설 공연장이 아니므로 무대를 새롭게 세워야 하는 문제가 있다. 때문에 규모가 커질수록 들어가는 비용이 가파르게 올라간다. 예를 들어 300석 공연장의 대관료가 300만원이라면 1000석은 1500만원, 이런 식으로 껑충 뛴다. 단순하게 생각해봐도 아무리 많이 팔아봐야 평소보다 표를 3분의 1밖에 못 파는데, 무슨 수익이 그렇게 대단히 나겠나.

나훈아가 공연을 강행하는 진짜 이유는 그에게 딸린 수십 명의 스태프의 생계유지, 그리고 그러한 대규모 공연을 문제없이 성사시킴으로써 공연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신대철 정도 되는 음악가가 그것을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신대철의 나훈아 비난이 한몫해 나훈아 콘서트는 결국 취소되었고, 겨우 소생하려고 하는 공연계 역시 한꺼번에 주저앉았다. (…중략…)

그가 만들고, 지금 이사장으로 있는 바른음원협동조합(바음협)도 같은 맥락이다. 음원 시장 불균형을 해소하고 음악인의 권익을 보호하겠다고 거창하게 출범했지만 본인 취미생활만도 못한 소소한 음원 유통 서비스 말고는 한 것이 없다. 그는 특별한 절차없이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임명한 이동연 플랫폼창동61(박 시장 시절 건립한 문화시설) 총예술감독 추천으로 음악 디렉터 자리를 받은 뒤, 본인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바음협의 입주를 결정했다. 다른 사람들은 시설 입주를 위해 매년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해야 하지만 바음협은 최대 입주 기간 3년을 넘어 5년간 명목 없는 보조금을 받으며 상주하고 있다. 자본의 더러운 손아귀에서 음악인들을 구하겠다는, 거창한 대의명분을 내세운 의로운 음악가는 결국 얼마 안되는 관의 보조금이나 타 먹으며 방구석에서 SNS 관변 메시지나 올리는 신세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신대철은 박원순 전 시장이 지난 10여년간 벌여온 시민단체 족벌화 작업의 아주 작은 파편에 불과하다. 작은 시민단체들에는 공연한 사업을 벌여 공모를 통해 돈을 뿌리고, 굵직한 단체들엔 수십억을 들여 위탁사업 이름으로 연간 10억~20억 원가량을 돈을 살포했다. 그 돈은 고스란히 ‘활동가’들의 급여와 영수증 처리로 탕진되었다. 그리고 선거마다 위력을 발휘한 것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신대철 또한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공개적으로 강력하게 지지한 바 있다. (…중략…)

신대철이 입버릇처럼 내뱉는 “후배 타령”의 반 만큼이라도 후배들을 실제로 챙겼다면 부실한 음원 유통 사업에 대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는 식의 변명이 통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자칭 대변하고 있는 그 수많은 인디 뮤지션 중에 신대철이라는 인물을 실제로 본 사람이 몇이나 될 것 같은가? 신대철 씨, 마지막으로 본 후배들 공연이 도대체 언제입니까?

지금 음악인들이 뭘 하면서 먹고 사는지 그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보안요원, 대리운전, 막노동 등으로 연명하고 있는 공연 관계자, 무명 음악인들의 삶이 어떤지 안다면 감히 그런 말을 쉽게 내뱉지 못했을 것이다. 지방의 무명 악사들은 코로나로 행사가 다 끊겨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큼 알코올 폐인이 되는 일이 허다하다.

나는 신대철이 어떤 마음으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충분히 짐작은 하고 있다. 그와 같은 방식으로 맛집 탐방하던 황교익 같은 이가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논란 이후 자진 철회)되는 것을 다들 보고 있지 않은가? 황교익의 최종 목적지가 경기관광공사였다면, 신대철의 다음 목적지는 2만 석 규모로 2024년 완공하는 서울 아레나였다. 단순 추천만으로 자리를 꿰차고 앉아 관에서 만든 시설에 빨대를 꽂고 눌러앉아 있어도 아무 문제가 안 생길 거라고 생각한단 말인가?

이 모든 현실이 참으로 개탄스럽기 이를 데가 없다. “당신이 어떤 사람이어도 좋다. 나를 지지한다면, 그에 걸맞은 보상을 해주겠다”와 같은 전근대적인 방식이 대명천지에 통하는 세상. 이 장면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이미 치유하기 어려운 중병에 걸려있다는 확실한 증거일 것이다.

“칼럼이라 게이트키핑 소홀?”…팩트는 사전에 철저히 확인
헤비메탈 로커이자 유튜버인 크로커다일(최일환)이 ‘저격’ 시리즈를 통해 선배 신대철을 저격했다. 대선배 나훈아가 방역당국의 허가를 받아 적법하게 진행중이던 공연을 부당하게 비난했으며, 정부에 비판적인 발언을 한 나훈아를 공격하는 식의 이런 관변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는 배경에는 정부 보조금이 한몫 한다는 인식에서 나온 글이다. “칼럼 내용 가운데 사실과 다르거나, 혹은 반박하고 싶은 주장이 있으면 저격 칼럼과 같은 비중으로 중앙일보 홈페이지에 게재해주겠다”고 신대철에게 제안했으나 직접 반박문을 보내오는 대신 미디어오늘을 대리인으로 세웠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2일 ‘뮤지션 신대철이 중앙일보 저격 시리즈를 저격한 이유’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앞서 “신씨가 분노했다”며 팩트체크없이 신대철의 주장을 그대로 중앙일보에 전달한 후 받은 답변을 위주로 썼다. 신대철 본인이 서울 도봉구 플랫폼창동61(고 박원순 시장 시절 건립한 문화시설) 심사위원으로 셀프 심사해 본인이 이사장으로 있는 바른음원협동조합의 입주를 결정한 뒤 최대 입주 기간(3년)을 넘겨 계속 상주하고 있다는 칼럼의 핵심 내용은 되묻지 않았다. 대신 정부 보조금을 받는 창구 역할을 해온 바음협의 성과를 강조하며 “칼럼이면 게이트 키핑을 하지 않아도 되는가”라고 문제 제기를 했다. 또 신대철 다음 목적지는 플랫폼창동61의 2만 석 공연장 서울 아레나라고 주장한 칼럼 내용에 대해선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했다. 바음협은 부실한 서비스로 많은 뮤지션의 질타를 받고 있고, 신대철이 아레나 분과장으로 참여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걸 미리 확인했다는 중앙일보 측의 설명에 대해선 별다른 반박이 없었다. 최근 친 박원순 인사들의 특혜성 사업과 관련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서울시는 신대철의 입주 특혜 의혹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 사이트(joongang.co.kr)의 ‘나는 저격한다’ 코너에 있는 이 칼럼에는 8일 현재 154개의 댓글(네이버는 2480개)이 붙었다. 신대철 주장처럼 “이 시국에 공연하는 자체가 전부 문제”(badbo**)라는 의견이 보인다. boolg**도 “음악업계 관계자들 생계가 절실하다는 것은 알지만 공공안전을 위해 자발적인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댓글에는 어김없이 대댓글로 반박이 붙었다. knock**은 “거리두기 하면서 마스크 쓰고 공연하는 게 무슨 문제인가”라고 했다. “코로나 시국에 국가에서 하지 말라면 하지 말자”(z100h**)는 의견에도 “코로나가 클래식 음악 하는 사람은 건너뛰고 대중음악 하는 사람들한테만 집중적으로 발병하나”(natl1**)고 되물었다.

안혜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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