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너무 달랐다"…한날한시 미래차 전략 발표 현대차·도요타

중앙일보

입력 2021.09.08 17:30

업데이트 2021.09.08 19:17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7일 열린 하이드로젠 웨이브 행사에서 수소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7일 열린 하이드로젠 웨이브 행사에서 수소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7일 오후 3시.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자동차 기업이 한날한시에 미래 전략을 발표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도요타자동차다. 한·일 자동차 맞수의 전략 발표회는 시작 시각은 물론이고 종료 시각도 오후 4시 30분으로 같았다. 하지만 한날한시에 만난 맞수의 발표회는 온라인으로 열렸다는 점을 제외하면 내용도 형식도 완전히 달랐다.

7일 오후 3시. 두 회사는 미래차 분야에서 서로 다른 방향을 향했다. 현대차는 수소와 전기차에 주력하는 투 트랙 전략을 내놨다.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차량에 전념한다면서 미래차에 대한 발톱을 내보이지 않았다. 아직 전기차도 선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미래차 시장에서 어느 쪽이 앞서 나갈까. 한날한시에 열린 한-일 자동차 맞수의 전략 발표회를 키워드로 정리했다.

현대차가 7일 공개한 무인 트레일러 드론. 수소를 활용해 작동한다. 사진 현대차

현대차가 7일 공개한 무인 트레일러 드론. 수소를 활용해 작동한다. 사진 현대차

①영어 vs 일어

현대차그룹이 수소에너지에 집중한 행사인 '하이드로젠 웨이브'에는 정의선 회장을 비롯해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장, 김세훈 연료전지사업부 부사장, 이상엽 디자인담당 전무가 참석했다. 1시간 30분 동안 열린 행사는 모두 영어로 진행됐다. 정 회장이 현대차의 수소 전략을 소개한 후 김 부사장이 3세대 수소연료전지를 설명했다.

글로벌 기업으로써 위상을 강조하기 위해 국내·외 미디어를 한 자리에 불러 모았다. 유튜브 중계 이후 줌으로 열린 질의응답에는 국내외 미디어 200여명이 참여했다. 참석자 면면이 말해주듯 현대차는 이날 수소연료전지부터 차세대 디자인과 상용차 중심의 내연기관 개발 중단 등 다양한 이슈를 쏟아냈다.

도요타는 배터리와 탄소 중립으로 주제를 잡았다. 마에다 마사히코 최고기술책임자(CTO), 오카다 마사미치 최고제품책임자(CPO), 나가타 준 최고홍보책임자(CCO), 카이타 케이지 CN 기술개발센터 사장이 참석했다. 발표는 일본어로 이뤄졌고 영어로 동시통역됐다. 탄소 중립이 주제어에 포함됐지만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발표는 대부분 전기차 배터리에 모아졌다.

도요타는 전기차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뒤졌다는 지적을 만회하려는 듯 각종 기술 용어를 쏟아냈다. 이는 참석자 면면이 말해준다. 최고경영자가 전면에 나서지 않고 CTO를 앞세워 미디어 질의응답을 받았다. 화상회의로 질의응답이 이뤄졌는데 이날 행사에 참석한 미디어 숫자는 확인할 수 없지만 질문 대부분은 일본 기자가 던졌다.

도요타자동차 마에다 마사히코 최고기술책임자가 7일 열린 미디어 행사에서 탄소 중립과 전기차 배터리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도요타

도요타자동차 마에다 마사히코 최고기술책임자가 7일 열린 미디어 행사에서 탄소 중립과 전기차 배터리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도요타

②말(語) vs 매뉴얼 

현대차가 수소 비전을 보여줬다면 도요타는 기술력에 중점을 뒀다. 현대차의 이날 발표회를 끝까지 듣고 나선 에너지 기업의 발표회장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정의선 회장은 “수소연료전지를 주택, 빌딩, 공장, 발전소 등 일상과 산업 전반에 적용하겠다”고 선언했다.

현대차는 발표회장이 바닷가 근처에 마련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가상현실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문자보다는 이미지를 강조했다.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발표회 내내 온라인 영상에선 문자를 찾아보기 어려웠고 연사로 나선 임원들의 말로 채워졌다. 언어가 주는 호소력에 의존한 것이다. 하지만 말에 의존하다 보니 50분 동안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구체적인 답변이 나오지 않았다.

반면 도요타는 깨알 같은 글자를 통해 배터리 안전과 기술력을 강조했다. 자동차 기업의 발표회라기보다 90년대 공대 수업을 듣고 있는 것처럼 다양한 도표와 설명을 곁들였다. 전기차 배터리 개발에서 5가지 핵심 키워드를 공개한 게 대표적이다. 도요타는 안전, 긴 서비스 주기, 높은 품질, 가격과 품질의 조화, 성능을 강조했다.

마에다 마사히코 CTO는 “충전 시간을 빠르게 하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며 “안전과 성능의 이상적인 조화를 찾는 게 배터리 개발의 목표”라고 말했다. 1시간 10분 동안 이어진 질의응답에선 한 기자의 질문에 10분 이상 할애하는 등 구체적인 전략을 공개했다. 마치 도요타의 차량 매뉴얼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도요타가 7일 공개한 전고체 배터리 구동 차량. 지난해 6월부터 시험 운행에 돌입했다. 사진 도요타

도요타가 7일 공개한 전고체 배터리 구동 차량. 지난해 6월부터 시험 운행에 돌입했다. 사진 도요타

③수소 vs 전고체 배터리

현대차는 수소 비전을 발표하면서 강조한 건 새로운 시장 개척이다. 기존 자동차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시장을 열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정 회장은 “2040년을 수소 에너지 대중화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3년 전 현대모비스 충주 공장에서 수소차를 강조했다면 이번에는 수소에너지 확산으로 범위를 넓혔다. 앞으로 내연기관 상용차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것도 현대차의 자신감이다.

도요타는 뒤늦게 뛰어든 전기차 시장을 다지는 모양새였다. 경쟁사 대비 전기차 특허 건수에서 앞서 있다는 그래프를 공개하면서 미디어 설득에 나섰다.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프로토타입 차량을 공개하면서 도요타는 한 방을 노렸다. 도요타는 “지난해 6월 만들어 올해 8월 번호판도 받았다”고 강조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화재 위험이 적고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어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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