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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킹] 빨간 맛이 궁금해, 위장 보호하고 다이어트에 좋은 ‘비트’

중앙일보

입력

윤수정의 건강한 습관 ② 비트

‘빨간 맛이라니, 대체 어떤 맛일까?’ 레드벨벳의 노래 ‘빨간 맛’을 처음 들었을 때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다. 노래 가사처럼 달콤한 과일 같기도 하고, 매운맛이 어울린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이후에도 우연히 노래를 들을 때마다 연상작용처럼 빨간 맛에 어울리는 음식을 생각해보곤 했는데,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강렬한 빨간색을 자랑하는 ‘비트(Beet)’를 봤을 때다. 그야말로 ‘빨간 맛’에 어울리는 채소라고 생각했다.

채소와 과일은 색깔별로 함유한 성분과 효능이 다르다. 이렇듯 색깔을 기준으로 구분한 식품을 ‘컬러푸드’라고 한다. 빨강·주황·노랑·초록·보라·검정·흰색의 컬러푸드 중에 빨간 맛을 대표하는 식품으로는 딸기·토마토·수박·체리·고추 정도가 있다. 당연히 맛은 각기 다르지만, 공통점은 대부분 라이코펜과 안토시아닌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항산화 효과가 크고 체내 유해산소를 제거해 혈관 건강에 도움을 주고 면역을 증진한다.

대표적인 빨간색 컬러푸드인 비트는 열량이 낮고 수분과 단백질 함량이 높다. 사진 pixabay.

대표적인 빨간색 컬러푸드인 비트는 열량이 낮고 수분과 단백질 함량이 높다. 사진 pixabay.

‘빨간 무’라고도 불리는 비트 역시 빨간색 컬러푸드를 말할 때 자주 꼽히는 식재료다. 비트는 100g에 40kcal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열량이 낮다. 반면 수분과 단백질, 섬유질의 함량은 매우 높다. 풍부한 섬유질 때문에 금세 포만감이 들어,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비만 치료를 많이 하는 가정의학과 의사로서 환자들에게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식재료를 권할 때가 많은데, 비트 역시 자주 추천하는 식재료 중 하나다.

빈혈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비타민 A, B, C는 물론이고 마그네슘과 엽산, 칼륨, 여기에 시금치보다 많은 양의 철분·인·구리·칼슘·아연·셀레늄까지 들어 있다. 이뿐만 아니라 플라보노이드, 베타카로틴 등 노화와 각종 질병의 위험을 낮춰주는 항산화 물질들도 포함돼 있다.

그런데, 비트를 추천하는 진짜 이유는 사실 따로 있다. 빈혈을 예방하고 다이어트에도 좋지만, 무엇보다 위장에 좋다. 비트에는 ‘비테인(Betaine)’이라는 성분이 풍부하다. 비테인은 처방용 의약품에도 쓰이고 건강기능 식품으로도 판매되는데, 식욕감퇴, 위 팽만감, 소화불량, 과식, 구역, 구토 등의 증상에 도움이 되는 성분이다.

붉은색 비트는 빈혈 예방과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인데, 특히 위장에 좋은 비테인이 풍부하다. 사진 pixabay.

붉은색 비트는 빈혈 예방과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인데, 특히 위장에 좋은 비테인이 풍부하다. 사진 pixabay.

한국인 100명 중 86명이 위염을 갖고 있다는 통계자료가 있다. 외국에 비하면 매우 높은 유병률이다. 한국 음식 중 맵고 짠 음식이 많은 것이 큰 이유 중 하나이다. 때문에, 위장약을 타러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고, 의료비가 저렴한 편이라 위장약이 남용되는 경우도 흔한 게 사실이다.

위장약은 위 운동을 촉진하거나 뒤틀리는 통증을 완화하는 약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위산 분비를 억제해 속 쓰림을 방지하는 약을 많이 쓴다. 이런 약을 장복하는 경우 위산분비 자체가 줄어드는데, 음식을 녹이는 위산이 부족해 오히려 다시 소화불량에 빠지는 악순환을 겪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결과가 ‘위축성위염’이다. 위산이 마르고 위 점막이 얇아진 상태를 말한다.

이때 속이 쓰리다며 다시 위산분비 억제제를 섭취하면, 더 심각한 소화 장애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이런 환자에게는 위산을 대신해 소화를 촉진하고 위점막을 보호하며 염증을 완화해주는 처방을 한다. 이때 사용하는 것이 바로 ‘비테인’이다.

비테인은 산화스트레스 대사를 개선하고 에너지 대사를 조절해 비만과 당뇨, 암,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여러 질병을 예방하는 데도 유익한 작용을 한다. 이 밖에도 비트에 포함된 항산화 성분들은 세포 손상을 막고 소염 작용을 해 피부 미용에도 도움을 준다. 항염 성분이 있어 기관지염이나 관절염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약으로도 먹을 수 있지만, 천연 식품으로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비트는 주목할 만한 식재료다. 심지어 옛날 사람들도 비트의 유익한 작용을 잘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고대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가 상처 치료에 사용했다고 하며, 기원전 2∼3세기 그리스, 로마 시대에 비트를 약용으로 사용한 자료도 전해진다.

비트는 표면이 매끄럽고 모양이 둥그스름하고 단단한 것이 좋다. 사진 pixabay

비트는 표면이 매끄럽고 모양이 둥그스름하고 단단한 것이 좋다. 사진 pixabay

비트를 고를 때는 표면이 매끄럽고 모양이 둥그스름하며 색이 짙고 단단한 것이 좋다.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껍질을 벗겨 사용하는데, 사서 바로 먹지 못할 때는 신문지나 키친타월로 감싸 수분이 날아가지 않도록 한 후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포장해 냉장 보관하는 것이 좋다. 만약 수분이 빠져나갔다면 물에 잠시 담가 두었다 손질해도 좋다고 한다.

비트의 뿌리는 약 2주간 냉장 보관이 가능하고, 잎은 4~5일 정도 보관이 가능하다. 열에 노출할 경우 15분 이내(찌는 것 기준)로 요리하는 것이 좋다. 조리 과정에서 영양소가 파괴되기 때문이다. 익히지 않고 생으로 잘라서 샐러드로 먹거나, 식초에 절여 피클로 만들기도 한다. 찌거나 삶아서 수프나 죽으로 먹기도 하는데 색깔도 예쁘고 맛도 좋다. 또 비트 자체에 단맛이 있어서, 잎과 뿌리를 모두 갈아 주스로 먹을 수도 있다.

주의할 점도 있다. 섬유질이 많아 소화를 돕고 배변을 촉진하지만, 과량 복용 시 설사를 할 수 있다. 또, 옥살산이 함유돼 있어 신장 기능이 저하된 경우에는 피하는 것이 좋다. 칼륨 역시 풍부하므로 고칼륨혈증 환자는 섭취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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