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쏙!] 워킹맘, 할머니와 함께 아이 키울 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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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부부가 자녀를 맡길 때 그래도 마음을 놓을 만한 사람이 아이의 할머니다. 그러나 전적으로 할머니에게만 의지할 수도 없다. 아이의 올바른 양육과 교육을 위해서는 할머니와 엄마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원영 중앙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불가피하게 아이를 할머니에게 맡기더라도 할머니와 엄마가 한 팀이 돼 아이 양육과 교육을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희선 웅진교육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도 "엄마와 할머니 간에 아이 양육과 관련해 갈등이 있으면 결국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하찮은 문제라도 일찌감치 원인을 찾아 상황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와 윤 연구원으로부터 할머니와 엄마가 함께 아이를 양육할 때 서로 염두에 둬야 할 게 뭔지 들어봤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 표현해야

◆엄마가 염두에 둬야 할 것=할머니의 양육 방식을 존중한다. 할머니가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지 자주 확인하는 것은 좋지 않다. 할머니가 아이들 교육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버릇을 나쁘게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버릇이 나빠지는 건 엄마.아빠가 챙기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가 비록 할머니 뒤에 숨기는 해도 엄마.아빠가 퇴근해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단호히 얘기하면 아이도 말을 듣는다. 할머니가 아이를 돌보면서 간혹 실수를 하더라도 아이 앞에서 탓을 해선 안 된다. 할머니의 권위가 상실돼 아이를 돌보는 일이 어려워질 수 있다. 아이와 보내는 시간은 양이 아니라 질이 중요하다. 퇴근 이후나 주말을 이용해 아이와 알찬 시간을 보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매일 저녁 아이의 숙제와 준비물은 잊지 말고 직접 챙겨 준다.

아이 말을 대충 듣거나 쉽게 약속하지 않아야 한다. 할머니가 아닌 엄마에게 이야기한 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 텐데, 바쁘다는 핑계로 할머니에게 이야기하라며 일방적으로 미뤄서는 안 된다. 반면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점이 미안해 아이가 원하는 것을 쉽게 허락하면 아이가 무엇이든 고집을 부리면 쉽게 얻을 수 있다고 잘못 생각하게 된다. 아이를 돌보면서 할머니가 받는 스테레스도 많으므로 하소연을 들어 준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물질적으로, 말로, 행동으로 표현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아이 요구 무조건 들어주면 안돼

◆할머니가 염두에 둬야 할 것=할머니와 엄마의 양육 기준이 같아야 아이도 일관된 가치관을 갖고 행동할 수 있으므로 가급적 부모의 교육방식을 인정하고, 부모가 금지하는 것은 따라 준다. 엄마가 아이를 혼낼 때는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한다. 할머니가 아이 편을 드는 경우 아이가 잘못을 고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게 된다. 아이의 시시콜콜한 잘못을 아이 앞에서 엄마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좋지 않다. 아이와 할머니 관계뿐만 아니라 부모와 아이 관계도 불필요하게 안 좋아질 수 있다. 할머니는 대체로 아이의 요구를 잘 거절하지 못하는데, 가급적 아이의 요구를 적절한 수준에서 들어 줘야 한다. 요구를 무조건적으로 들어주면 아이의 사회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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