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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면→비대면 ‘소비 지출 대이동’…식당 역대 최악, 배달만 더블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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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소비자의 씀씀이가 줄진 않았지만, 쓰는 방식이 바뀐 것으로 분석됐다. 5일 통계청의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7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16조1996억원)은 전년 대비 24.9% 증가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가장 크다. 긴 장마와 코로나19의 2차 확산에 지난해 7월에도 온라인 쇼핑이 전년 대비 큰 폭(15.8%)으로 늘었지만 그 기록마저 넘어섰다. 1~7월 누적 온라인 쇼핑 거래(108조784억원)도 사상 최고를 기록하며 최단 기간 100조원을 돌파했다.

온라인 쇼핑 거래액 동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온라인 쇼핑 거래액 동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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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델타 변이 확산 영향이 가장 크다. 집에만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집콕족’(집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라는 뜻의 신조어)이 주로 이용하는 배달 등 음식 서비스(72.5%)와 가전·전자·통신기기(48.3%), 음·식료품(30.0%) 증가세가 크게 나타났다. 특히 음식 서비스 거래는 7월에만 2조3778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7월(1조3786억원)의 배 가까이 늘었다.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17년 이래 가장 많은 액수다.

또 도쿄 올림픽 영향에 TV 등 가전 온라인 구매(12.7%)도 전년보다 급증했다. 집에서 직접 음식을 해 먹는 수요가 많아지면서 음·식료품(12.8%) 온라인 구매도 많이 늘었다. 반면에 문화·레저서비스(-11.0%), 화장품(-2.2%) 등 외부 활동과 관련한 품목의 온라인 거래액은 전년보다 줄었다.

온라인 쇼핑 주요 품목 거래액.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온라인 쇼핑 주요 품목 거래액.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온라인 쇼핑 중에서도 모바일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지난 7월(11조7139억원)보다 33.8% 증가하며 전체 온라인 거래 중 72.3%를 차지했다. 하지만 전통적인 대면 서비스업은 역대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강도 높은 방역조치에 주요 매출을 온라인 쇼핑 등에 빼앗기고 있어서다.

지난 1~7월 음식점·주점업의 소매판매액지수(77.0, 불변지수 기준)는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0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물가를 고려한 실질적인 매출 수준이 가장 낮았다는 의미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했던 지난해(1~7월)와 비교해도 7.2% 낮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도 코로나19 확산 영향에 전년 대비 12.9% 급감했지만, 올해 최저치를 다시 경신했다. 음식점·주점업의 불황은 전통 대면 서비스업과 새로운 비대면 업종 간의 양극화가 시작됐음을 보여준다. 실제 같은 기간 음식점을 제외한 전체 소매판매액지수는 116.6으로 전년 대비 5.7% 오히려 올랐다. 씀씀이를 줄이지 않았지만, 쓰는 방식이 바뀌었다고 풀이할 수 있다.

문제는 대면과 비대면 업종 격차가 고용 위축 등 또 다른 경제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음식점업 등 대면 서비스업의 일자리 규모가 다른 업종보다 큰 데다, 새롭게 대체하는 비대면 서비스는 채용 규모가 대면 업종보다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어서다. 실제 7월 숙박·음식점업 취업자 수(214만 명)도 1년 전보다 1만2000명 줄었다. 지난해 연간으로 보면 숙박·음식점업의 취업자 수 감소 폭은 15만9000명으로 도매·소매업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고, 비용도 비싸 새롭게 떠오르는 비대면 업종이 과거 대면 업종처럼 채용 규모를 늘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상황이 코로나19 이후에도 계속된다면, 전반적인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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