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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택자는 집주인에, 집주인은 나라에 '월세'내는 세상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1.09.05 16:54

업데이트 2021.09.0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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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서울 여의도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임대차3법이 과도한 사유재산 침해라고 주장했다. 중앙포토.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서울 여의도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임대차3법이 과도한 사유재산 침해라고 주장했다. 중앙포토.

A씨는 40대 후반 대기업 부장입니다. 그는 최근 기존 전셋값에 월세 200만원을 추가로 내야 하는 '반전세' 집으로 이사했습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내 다른 아파트라고 합니다.

A씨는 기존 전셋값에 5%를 올리면 2년 더 전세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임대차법이 생겨 앞으로 2년은 더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런데 집주인이 갑자기 자신이 들어와 살아야 할 상황이 됐다며 집을 비워달라고 했답니다. 2019년 처음 전세계약서를 쓸 때 A씨 자녀들의 나이, 학교 등을 물어보며 자신은 최소 5~6년간 이사할 계획이 없으니 전세 계약을 연장해 오래 살라고 했던 집주인이라고 합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과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둔 A씨는 자녀들의 학교와 학원 문제 때문에 전셋값이 싼 다른 지역으로 옮기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A씨는 2017년 보유 중이던 서울 마포구의 32평 아파트를 팔고 무주택자가 됐습니다. "집 팔 기회를 드리겠다"던 김수현 당시 청와대 사회수석의 말을 듣고 팔았다고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시의 서울 아파트 관련 방송.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5억원대다. 방송화면 캡처

박근혜 대통령 당시의 서울 아파트 관련 방송.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5억원대다. 방송화면 캡처

B씨는 30대 중반이고 중견기업을 다니고 있습니다. 그는 서울 은평구 25평형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보증금 2억원에 월세 100만원을 내고 있습니다. 전셋집이 드물뿐더러 그나마 나온 전셋집은 전셋값이 너무 올라 월세를 구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아들,딸 쌍둥이를 둔 그는 월세 내기도 버거워 돈 모으기는 꿈도 못 꾼다고 합니다. 대출이 안 되기 때문에 서울 아파트에 청약을 하려면 계약금으로 분양가의 20%는 현금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그만한 돈 모으기가 요원하다고 했습니다.

C씨는 50대 중반의 직장인입니다. 모 협회 간부로 공기업은 아니지만 공기업 못지않게 안정적인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B씨는 따로 모아둔 돈이나 투자해 놓은 주식은 없고, 지금 살고 있는 서울 송파구의 아파트 한 채가 전 재산이라고 합니다.

아파트값이 많이 올라 좋겠다고 하자 모르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합니다. 올해 종부세와 재산세를 합쳐 700만원 가량을 내는데, 관련 부동산앱으로 계산을 해보니 이런 보유세가 내년에는 1100만원 가량으로 오르고 후년에는 1400만원대로 더 늘어난다고 합니다. 이 집만은 꼭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B씨는 마치 나라에 월세를 내듯이 보유세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집값과 전셋값이 다락같이 오르고, 주택 관련 세금이 늘어나면서 주거비용 부담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무주택자는 집주인에게 월세를 내고, 집을 가진 사람도 월세처럼 꼬박꼬박 나라에 집 관련 세금을 내고 산다며 하소연합니다.

이런일이 벌어지고 있는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난해 7월 정부가 갑자기 시행한 임대차3법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합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4만9084가구(부동산114 자료)로 5만3000여 가구가 입주한 2008년 이후 10여년 만에 가장 많은 물량이 풀렸습니다. 2019년 입주물량도 지난해와 비슷하게 많았습니다.

역대급으로 입주 물량이 풀려 전셋값이 내려갈 상황이었고, 전셋값과 매맷값 차이가 벌어짐에 따라 매맷값도 조정받을 가능성이 큰 여건이었습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들어 전·월세값은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그런데 임대차3법을 전격 시행하면서 전셋값이 갑자기 2배로 오르고(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셋값 5억에서 10억으로 상승 등) 전세매물 실종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또한 오른 전셋값은 매매가격을 더 끌어올리는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임대차3법이 성공했다는 내용의 국토교통부 홍보물. 국토교통부

임대차3법이 성공했다는 내용의 국토교통부 홍보물. 국토교통부

많은 부동산 전문가들이 '모두를 피해자로 만드는' 임대차3법은 폐지하거나 전폭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런데 이 정부는 임대차 3법에 대해 자화자찬하기 바쁩니다. 홍남기 부총리는 최근 "계약갱신청구권(임대차3법 중 하나) 도입 후 1년간 서울 100대 아파트의 임대차 갱신율이 77.7%를 기록했다"고 했습니다. 약 80%에 가까운 세입자들이 안정적으로 전세계약을 연장했다는 자랑입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SNS 등에 임대차3법이 성공했다는 내용의 홍보물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와 달리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취임 4주년 특별연설·기자회견에서 "“무주택 서민, 신혼부부, 청년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실수요자의 부담을 완화하는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 고 강조한 이후 넉 달 가까이 부동산 문제를 일절 거론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통령도 임대차3법이 성공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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