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인SF]영화 속에선 이미 미국 추월한 중국의 우주과학기술

중앙일보

입력 2021.09.05 06:00

업데이트 2021.09.06 11:48

[최준호의 SF인SF]④ 중국과 SF  

넷플릭스 코미디 SF드라마 '스페이스 포스'의 한 장면. 미국 우주군이 달의 고요의 바다에 탐사선을 착륙시키려고 하지만, 이미 달에 기지를 구축하고 있던 중국이 미국을 무시한다.

넷플릭스 코미디 SF드라마 '스페이스 포스'의 한 장면. 미국 우주군이 달의 고요의 바다에 탐사선을 착륙시키려고 하지만, 이미 달에 기지를 구축하고 있던 중국이 미국을 무시한다.

미국 우주탐사 조롱하는 중국

‘이제 갓 창설된 미국 우주군(Space Force)이 어렵게 군사위성을 발사했다. 잠시 뒤 성공을 자축하던 우주군 통제실 대형 스크린에는 중국 국기 오성홍기가 그려진 거대한 우주선이 등장하더니 로봇팔을 이용해 미국 군사위성의 태양전지판을 잘라버린다. 시간이 흘러 미 우주군이 미국을 대표해 유인 달 탐사에 도전한다. 50여 년 전 아폴로의 달착륙을 생각하며 이번엔 단순 달 탐사가 아닌 미 우주군의 달 기지 구축이라고 호언장담을 한다. 하지만 달에는 이미 중국이 오성홍기가 선명한 기지까지 차려놓고 있다. 미 우주군 착륙선이 반세기 전 아폴로 우주선의 착륙장소인 고요의 바다에 내리려고 하자, 중국 달기지 사령관은 ‘연구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착륙하지 말라’고 거칠게 대응한다.  이후에도 중국은 고요의 바다에 꽂힌 성조기를 월면차로 짓뭉개는 등 드라마 내내 미국의 우주 탐사를 마음껏 조롱한다.’

지난해 5월 공개된 넷플릭스의 코미디 드라마 ‘스페이스 포스’의 줄거리다. 미국의 우주군 창설과 유인 달탐사 프로그램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비꼰 듯한 내용이다. 이 드라마에서 주목할 또 다른 포인트는 중국이다. 비록 미국의 현실을 풍자하는 소재로 가져다 썼지만, 미국민들의 머릿속에 중국의 우주탐사 기술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측면도 있다.

넷플릭스 코미디 SF드라마 스페이스포스의 한 장면. 중국의 월면차가 고요의 바다에 꽂혀있는 아폴로 우주선의 성조기를 짓뭉게고 있다.

넷플릭스 코미디 SF드라마 스페이스포스의 한 장면. 중국의 월면차가 고요의 바다에 꽂혀있는 아폴로 우주선의 성조기를 짓뭉게고 있다.

중국 SF의 급부상

공상과학(SF) 영화 속 중국의 위상이 날로 치솟고 있다. ‘넷플릭스 ‘스페이스 포스’는 코미디잖아’라고 애써 중국을 깎아내릴 일만은 아니다. 우주를 소재로 한 미국 주요 SF영화에서 중국은 이미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국가로 그려진지 오래다. 2015년 개봉한 ‘마션’은 화성탐사 중 사고로 홀로 남는 바람에 인류 최초의 화성인이 된 주인공 마크 와트니가 중국 우주기구 국가항천국(CNSA)의 도움을 받아 지구로 귀환한다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2013년 개봉한‘그레비티’에는 중국의 우주정거장이 등장한다.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 우주 공간에서 작업하던 주인공 라이언 스톤(산드라 블록 분) 박사가 폭파된 인공위성의 잔해와 부딪치면서 우주미아가 된다. 스톤 박사는 천신만고 끝에 중국 우주 정거장 티안공의 도움을 받아 지구로 귀환한다. 미국 영화이지만 중국 자본이 투자됐고, 15억 중국시장을 염두에 두고 만든 영화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최근 영화 속 중국의 우주는 실제보다 한 차원 높게 대접받고 있다.

SF영화 속 중국이 부상은 할리우드에서 뿐이 아니다. 중국도 최근 들어 SF영화 소비에 그치지 않고, 직접 대작을 만들고 흥행에 성공하는 수준까지 올랐다. 한국에서도 개봉된 ‘유랑지구’(2019)가 대표적이다.  2019년 중국 내에서 흥행순위 2위, 역대 중국 영화 흥행순위 3위를 기록했으며, 총 46억 위안(약 8261억원)의 흥행수입을 올렸다고 한다.  SF계의 노벨 문학상이라 불리는 휴고상을 수상한 중국 작가 ‘류츠신(劉慈欣)’이 2000년 발표한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앞으로도 50억 년이 더 흘러 태양이 현재의 200~300배로 커진 적색거성이 되었을 때 지구와 태양계의 위기를 소재로 했다. 태양의 화염에 휩싸여 멸망할 위기에 처한 인류가 지구를 하나의 거대한 로켓으로 삼아,  1만 개의 ‘행성 추진기’을 만들어 현재의 공전궤도를 벗어나는 범우주적 인류 이민계획을 그린다. 하지만, 이 와중에 거대한 목성의 중력에 지구가 빨려들어갈 위기에 처한다. 지구에 수많은 엔진을 달아 현재의 공전궤도에서 벗어난다는 비과학적 논리 전개와는 별개로, 중국이 지구와 인류를 구하는 주인공이 등장하면서, 중국 관객들에게 자국의 과학기술 발전과 문화적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유랑지구 포스터

유랑지구 포스터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극찬한 중국 SF

류츠신의 또 다른 대작 SF소설 『삼체』(三體)도 조만간 영화화될 전망이다. 삼체는 지구 인류의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우주를 상상하고 있다. 어느 날 중국의 뛰어난 물리학자가 ‘물리학은 존재한 적 없다’는 유서를 남긴 채 자살한다. 알고 보니, 우주엔 지구 인류만이 아니었다. 뉴턴 역학이 아닌, 세 개의 태양이 뜨는 삼체 역학 항성계가 또 있었다. 태양이 전부 뜰 때마다 멸망과 진화가 반복되자 삼체 문명인들은 자신을 지키려 태양계에 접근한다….  삼체는  중국 판매량 300만 부를 돌파했으며,  13억을 열광시킨 스펙터클로 중국 SF를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린 위대한 소설로 평가받고 있다.  버락 오바아 전 미국 대통령이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작품 스케일이 워낙 커 백악관 일상이 사소하게 느껴졌다”고까지 평한 그 작품이다. LA타임스는 북리뷰에서 “우리가 꼭 읽어야 할 중국 SF”로 선정하기도 했다.

중국의 SF영화ㆍ소설은 현재 중국 사회 속 과학기술의 발전과 관심ㆍ기대가 어우러진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중국의 우주 과학기술은 최근 급속도로 미국을 따라잡고 있는 분야다. 달 탐사선 창어 5호는 지난해 12월 달 표본 1.731㎏을 가지고 지구로 귀환했다. 중국은 넷플릭스 드라마 ‘스페이스 포스’에서처럼 미국과 별도로 유인 달 기지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우주정거장 톈궁은 조만간 국제우주정거장(ISS)가 퇴역하면, 유일무이한 지구궤도 우주정거장이 된다. 화성에는 지난 5월 착륙한 탐사선 톈원이 탐사로봇 주룽을 내보내 화성 곳곳을 헤집고 다니고 있다. 화성에서 탐사로봇을 운영 중인 나라는 미국과 중국뿐이다.

사진 왼쪽이 톈궁1호 우주 정거장, 오른쪽이 선저우 8호. 그리고 중앙에 우주선 여러 대가 도킹한 모듈체는 바로 중국이 궁극적으로 건설하려는 텐궁-3.

사진 왼쪽이 톈궁1호 우주 정거장, 오른쪽이 선저우 8호. 그리고 중앙에 우주선 여러 대가 도킹한 모듈체는 바로 중국이 궁극적으로 건설하려는 텐궁-3.

미국 위기감의 또 다른 표현

중국 전문가인 백서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부연구위원은 “SF 속 중국의 등장은 과학기술, 특히 우주 분야에서 중국의 위상이 엄청나게 커진 것에 대한 미국인과 중국인들의 생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며 “최근 미국이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중국을 본격적으로 압박하는 것 또한 위기감의 또다른 표현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는 “최근 중국은 성(省) 단위 지방정부에서도 SF영화를 본격적으로 지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SF를 통해 중국의 과학기술 발전상을 보여주고 국민 자긍심을 높임으로써, 정권의 정당성을 높이려는 수단으로도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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