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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장의 “무죄투기”(촛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28일 오전10시 서울지법 남부지원 1호법정. 썰렁하던 평소와는 달리 많은 보도진까지 몰려 방청석이 발디딜 틈이 없었다.
피고인석에는 이날 선고가 예정된 40여명의 피고인들이 나란히 줄을 지어 앉아 있었으나 관심이 집중된 서울 갈월동 목병원 원장 목영자피고인(60ㆍ여)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재판부가 입정하고 공판이 시작됐는데도 목피고인이 보이지 않아 선고가 연기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정 20분이 지나 재판장이 호명한 후에야 변호인석 옆문이 열리더니 파란 수의에 곱게 늙은 목피고인이 나타났다. 교도관 2명의 부축을 받고 있었다.
『목피고인이 실정법을 위반한 사실은 인정되나 피고인의 병원이전 비용 등을 마련하기 위해 땅을 처분했을 뿐 단기매매차익을 남긴 악성투기로 볼 수 없어….』
3분이 넘도록 계속된 「판결이유」어디에도 검찰이 주장했던 상습투기혐의는 담겨있지 않았다.
『징역1년6월에 집행유예3년.』
역시 교도관들의 부축을 받으며 다시 열린 문을 통해 목피고인이 빠져나갔다.
이때 피고인호송 버스옆에서는 40대중년부인이 목을 놓아 울고 있었다.
『돈이 없어 교통사고 피해자와 합의를 못했다고 징역1년이 떨어졌어요.』
검찰관계자는 『일부 부유층의 투기가 수백만 서민들의 「내집마련 꿈 무산」으로 직결된다는 사실이 이번 판결에 포함됐어야 했는데…』라며 한숨을 몰아쉬었다.
「법감정」과 「국민감정」의 갈등속에서 목피고인에게 실형선고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선고 법정에서조차 다른 피고인보다 우대받는다는 느낌때문에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시중 유행어가 다시 떠올랐다.<최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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