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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정하의 시시각각

홍준표가 뜬다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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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정하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최근 야권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의 약진이 화제다. 지난 21~22일 실시한 JTBC-리얼미터 조사에서 ‘보수 야권의 대선후보로 누가 가장 적합하냐’는 질문(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에 홍 의원은 21.5%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32.6%)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같은 조사의 추이를 보면 6월 19~20일 조사에선 두 사람의 격차가 24.2%포인트(윤 35.4%-홍 11.2%)였으나 7월 17~18일 조사에선 13.2%포인트(윤 29.9%-홍 16.7%)로 줄었고 이번에 11.1%포인트까지 좁혀졌다.

민주당 지지층서 홍 지지율 급등 #“윤석열 막기 위한 역선택” 해석도 #완전개방 국민경선 본질적 약점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 약속 비전 발표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 약속 비전 발표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TBS-KSOI 조사(범보수 대선후보 적합도,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에서도 6월 18~19일 37.5%(윤) 대 9.1%(홍)→7월 23~24일 27.9%(윤)대 13.7%(홍)→8월 20~21일 28.4%(윤) 대 20.5%(홍)로 홍 의원이 턱밑까지 쫓아갔다. 홍 의원이 ‘신상품’도 아니고 최근에 특별히 이슈를 주도한 적도 없는데 이렇게 뜬 이유는 뭘까.

해답은 지지 정당별 지지율 분석표에 나와 있다. 리얼미터 8월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만 떼어놓고 보면 윤 전 총장은 65.1%고 홍 의원은 14.4%로 격차가 엄청나다. 그런데 민주당 지지층에선 홍 의원이 27.2%고, 유승민 전 의원이 20.4%다. 윤 전 총장은 6.1%에 불과하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층 규모는 엇비슷하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홍 의원이 크게 밀려도 민주당 지지층의 성원에 힘입어 홍 의원이 추격 기반을 마련한 형국이다. 민주당 지지층에서 홍 의원의 지지율은 6월 12.0%→7월 22.6%→8월 27.2%로 급상승세다. KSOI 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층의 홍 의원 지지율은 6월 13.8%→7월 20.6%→8월 28.6%로 상종가다.

JTBC-리얼미터 8월21~22일 조사에서 나타난 보수야권 대선주자 적합도. 국민의힘 지지층만 놓고 보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의 격차가 크지만 전체 응답자에선 격차가 확 좁혀진다. 민주당 지지층에서 홍 의원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다.   자료:리얼미터

JTBC-리얼미터 8월21~22일 조사에서 나타난 보수야권 대선주자 적합도. 국민의힘 지지층만 놓고 보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의 격차가 크지만 전체 응답자에선 격차가 확 좁혀진다. 민주당 지지층에서 홍 의원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다. 자료:리얼미터

흥미로운 건 여야 후보를 한데 섞어 놓고 지지 후보를 고르는 설문에선 ‘홍준표 돌풍’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KSOI 8월 조사에서 여야를 모두 포괄해 ‘차기 대선후보로 누가 적합하냐’고 물었더니 민주당 지지층의 51.6%는 이재명 경기지사, 30.8%는 이낙연 전 대표를 골랐다. 홍 의원을 찍겠다는 답변은 고작 1.9%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여론조사 전문가 A씨는 “전형적인 역선택”이라며 “민주당 지지층 입장에선 가장 미운 사람이 윤 전 총장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윤 전 총장을 막기 위해 홍 의원을 미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다른 전문가 B씨도 “홍 의원은 이념 성향상 민주당과 가장 거리가 먼 쪽이다. 그런데도 민주당 지지층이 홍 의원을 민다면 그건 국민의힘 후보로 홍 의원이 선출되는 게 정권 재창출에 유리하다고 본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실제로 요즘 친여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그래도 홍준표가 제일 낫다”는 글이 심심찮게 발견된다. 친문 지지층의 ‘셀럽’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25일 “홍 의원을 굉장히 눈여겨보고 있다.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발언의) 전달력이 좋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민주당 지지층이 홍 의원을 ‘홍발정’(홍준표+돼지발정제)이라고 공격하던 게 엊그제인데, 역시 사람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지난달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야당 지지층을 상대로 민주당 국민선거인단 가입을 독려하면서 자신은 추미애 후보를 밀겠다고 한 적이 있다. 추 후보는 민주당 대선 후보중 성향상 국민의힘 지지층과 가장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추 후보를 밀겠다는 건 추 후보가 여당 후보가 되는게 정권교체에 가장 유리하다는 계산이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7월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7월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다소 농담조였지만 민주당은 정색하면서 “저질정치”라고 펄쩍 뛰었다. 민주당 지도부는 뜨끔했을 것이다. 김 최고위원이 완전개방형 국민경선제의 본질적 약점, 즉 다른 당 지지층이 조직적으로 참여해 결과를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을 깊숙이 찔렀기 때문이다. 다만 요즘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지지층도 손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새삼 한국 정치의 역동성에 감탄하게 된다. (※상세한 내용은 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김정하 정치디렉터

김정하 정치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