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야권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의 약진이 화제다. 지난 21~22일 실시한 JTBC-리얼미터 조사에서 ‘보수 야권의 대선후보로 누가 가장 적합하냐’는 질문(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에 홍 의원은 21.5%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32.6%)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같은 조사의 추이를 보면 6월 19~20일 조사에선 두 사람의 격차가 24.2%포인트(윤 35.4%-홍 11.2%)였으나 7월 17~18일 조사에선 13.2%포인트(윤 29.9%-홍 16.7%)로 줄었고 이번에 11.1%포인트까지 좁혀졌다.
민주당 지지층서 홍 지지율 급등 #“윤석열 막기 위한 역선택” 해석도 #완전개방 국민경선 본질적 약점
TBS-KSOI 조사(범보수 대선후보 적합도,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에서도 6월 18~19일 37.5%(윤) 대 9.1%(홍)→7월 23~24일 27.9%(윤)대 13.7%(홍)→8월 20~21일 28.4%(윤) 대 20.5%(홍)로 홍 의원이 턱밑까지 쫓아갔다. 홍 의원이 ‘신상품’도 아니고 최근에 특별히 이슈를 주도한 적도 없는데 이렇게 뜬 이유는 뭘까.
해답은 지지 정당별 지지율 분석표에 나와 있다. 리얼미터 8월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만 떼어놓고 보면 윤 전 총장은 65.1%고 홍 의원은 14.4%로 격차가 엄청나다. 그런데 민주당 지지층에선 홍 의원이 27.2%고, 유승민 전 의원이 20.4%다. 윤 전 총장은 6.1%에 불과하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층 규모는 엇비슷하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홍 의원이 크게 밀려도 민주당 지지층의 성원에 힘입어 홍 의원이 추격 기반을 마련한 형국이다. 민주당 지지층에서 홍 의원의 지지율은 6월 12.0%→7월 22.6%→8월 27.2%로 급상승세다. KSOI 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층의 홍 의원 지지율은 6월 13.8%→7월 20.6%→8월 28.6%로 상종가다.
흥미로운 건 여야 후보를 한데 섞어 놓고 지지 후보를 고르는 설문에선 ‘홍준표 돌풍’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KSOI 8월 조사에서 여야를 모두 포괄해 ‘차기 대선후보로 누가 적합하냐’고 물었더니 민주당 지지층의 51.6%는 이재명 경기지사, 30.8%는 이낙연 전 대표를 골랐다. 홍 의원을 찍겠다는 답변은 고작 1.9%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여론조사 전문가 A씨는 “전형적인 역선택”이라며 “민주당 지지층 입장에선 가장 미운 사람이 윤 전 총장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윤 전 총장을 막기 위해 홍 의원을 미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다른 전문가 B씨도 “홍 의원은 이념 성향상 민주당과 가장 거리가 먼 쪽이다. 그런데도 민주당 지지층이 홍 의원을 민다면 그건 국민의힘 후보로 홍 의원이 선출되는 게 정권 재창출에 유리하다고 본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실제로 요즘 친여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그래도 홍준표가 제일 낫다”는 글이 심심찮게 발견된다. 친문 지지층의 ‘셀럽’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25일 “홍 의원을 굉장히 눈여겨보고 있다.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발언의) 전달력이 좋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민주당 지지층이 홍 의원을 ‘홍발정’(홍준표+돼지발정제)이라고 공격하던 게 엊그제인데, 역시 사람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지난달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야당 지지층을 상대로 민주당 국민선거인단 가입을 독려하면서 자신은 추미애 후보를 밀겠다고 한 적이 있다. 추 후보는 민주당 대선 후보중 성향상 국민의힘 지지층과 가장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추 후보를 밀겠다는 건 추 후보가 여당 후보가 되는게 정권교체에 가장 유리하다는 계산이다.
다소 농담조였지만 민주당은 정색하면서 “저질정치”라고 펄쩍 뛰었다. 민주당 지도부는 뜨끔했을 것이다. 김 최고위원이 완전개방형 국민경선제의 본질적 약점, 즉 다른 당 지지층이 조직적으로 참여해 결과를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을 깊숙이 찔렀기 때문이다. 다만 요즘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지지층도 손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새삼 한국 정치의 역동성에 감탄하게 된다. (※상세한 내용은 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