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병상의 코멘터리

윤희숙 코미디..유권자는 불쾌하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29 22:26

업데이트 2021.08.30 15:15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윤 의원은 이날 문제가 된 농지는 매각되는 대로 이익을 전부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부친의 편지 내용을 공개했다. 2021.8.27/뉴스1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윤 의원은 이날 문제가 된 농지는 매각되는 대로 이익을 전부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부친의 편지 내용을 공개했다. 2021.8.27/뉴스1

 윤희숙 사퇴..싫다는 여당

1. 참 코미디 중의 코미디입니다. 국회본회의가 30일 열리지만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의 사직은 처리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야당의원이‘국회의원 그만 두겠다’며 사표냈는데..여당이 ‘그만두게 못한다’고 막는 상황이 황당합니다. 윤희숙의 사퇴가 ‘정치쇼’이기에 ‘들러리 서지 않겠다’는 것이 여당의 논리입니다.

2. 국회법상 의원의 사직에 대한 조항은 간단명료합니다.
국회법 135조에 따르면 ‘국회 (본회의) 의결로 사직한다. 폐회중에는 의장이 허가한다’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본인이 서명 날인한 사직서를 의장에게 제출’하면 그만입니다. 사직 표결은 토론도 안하고 그냥 표결해 과반찬성으로 끝납니다. 의원면직이란 정치적 결단이 어려운 것이지..행정적으로 사직처리는 그만큼 간단합니다.

3. 그런 점에서..홍준표 의원이 간만에 율사다운 객관적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공직자의 사퇴는 사인의 공법행위로 의사표시 즉시 효력이 발생하고 나머지 절차는 그것을 확인하는 행위에 불과하다.’

‘의원직 사퇴를 두고 갑론을박하면서 정쟁으로 삼고 희화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본회의 의결절차가 있는 건..과거 권위주의 시절 야당 탄압용으로 사용되는 걸 막기위한 것인데..그 잔재가 국회법에 남아 있는 것.’

4. 그동안 국회의원의 ‘자진사퇴’는 정치쇼로 이용돼온 것이 사실입니다.
1996년 15대 국회 이후 지금까지 제출된 사직서는 모두 91건입니다. 그 중 47건이 처리됐습니다. 대통령이나 광역단체장 등 다른 선출직 출마를 위해 사퇴해야 합니다. 비례대표의 경우 청와대 참모나 장관직에 갈 경우 후순위 대기자에게 금뱃지를 물려주는게 관행입니다. 이런 경우엔 여야간 이견이 없습니다.

5. 문제는 처리되지 않은 40여건의 경우입니다.
스스로 철회하거나, 처리를 미루다가 국회의원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된 경우들입니다. 정치쇼에 해당됩니다. 정치적 항의 차원에서 사표를 냅니다. 모든 의원들이 ‘쇼’인줄 알기에 모른척 넘어갑니다.
2018년 3월 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미투의혹에 휘말렸을 때 ‘결백’을 주장하면 사직서를 냈지만..두 달만에 슬그머니 거둬들였습니다. 2012년 2월 강용석 의원(무소속)이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MRI사진이 가짜’라며 병역비리 주장했다가 거짓으로 드러나자 의원직을 사퇴했지만..3개월뒤 18대 국회임기만료로..아무 일 없이 끝났습니다.

6. 윤희숙의 경우..앞서 예를 든 경우와는 달라보입니다.
첫째, 사직의지가 확고해 보입니다. 세비를 받지않고 의정활동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보좌진들에도 이미 통보했다고 합니다.

둘째, 소속정당인 국민의힘이 사직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같은 당 의원들이 ‘사의가 진심’이라 인정한 겁니다.
셋째, 반대정당이 반대하는 건 전례없는 일인데..명분이 약해 보입니다. 민주당은 윤희숙에게 ‘쇼하지 말로 사과하고 수사받아라’고 주장하는데..윤희숙은 사과했고, 수사받겠다고 했습니다. 의원이 아닐 경우 더 엄정한 수사를 받을 겁니다.

7. 국회의원직 사퇴가 ‘정치쇼’로 이용되지 않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즉시 사표수리’입니다.
그것이 정치인의 책임을 엄중하게 묻는 방법입니다. 국회의원들은 개인의 정치적 생명이 걸린 사안일 경우..여야 없이 서로 감싸주는 집단이기주의를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금뱃지끼리의 패거리의식을 뿌리뽑으려면 ‘즉시 표결’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8. 윤희숙의 경우..진짜로 세비 안받고 의정활동을 안할 경우..피해는 유권자들의 몫이 됩니다.

평양감사라도 제 싫으면 그만이라고..그만큼 사직은 개인의 기본적 권리입니다. 물론 선출직은 지역구민에게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런데 유권자 입장에선..대표가 사라지는 겁니다. 빨리 새 대표를 뽑아줘야 합니다.
유권자 입장에서..윤희숙 코미디는 불쾌합니다.
〈칼럼니스트〉
2021.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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