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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한명도 대피 못 시켰는데..."자위대 카불 철수해야 할 수도"

중앙일보

입력

아프가니스탄에 남아있는 일본인과 협력 아프간인의 대피를 위해 카불로 향했던 자위대 수송기가 임무를 포기하고 돌아와야 할 상황에 처했다. 대피 희망자들이 공항에 도착하지 못해 한 명도 이송하지 못한 데다, 카불 공항 인근 폭발 테러로 임무 수행이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3일 일본 사이타마(埼玉)현 이루마(入間) 공군기지에서 항공자위대원들이 아프간으로 떠나는 C-2 수송기에 탑승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23일 일본 사이타마(埼玉)현 이루마(入間) 공군기지에서 항공자위대원들이 아프간으로 떠나는 C-2 수송기에 탑승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파키스탄에 거처를 마련한 항공자위대 소속 C-130, C-2 수송기가 한국시간으로 지난 25일 밤과 26일 오후 각각 아프간 카불 공항으로 향했지만 텅 빈 채 파키스탄으로 회항했다. 현지 혼란이 계속되면서 수송기에 탑승해야 할 사람들이 공항에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무성에 따르면 대피 대상자는 현지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약간의 일본인과 현지 일본대사관 및 일본 국제협력기구(JICA)에서 근무했던 아프간 직원과 그 가족 등 약 500여명이다.

일본은 원래 25~27일까지 3일에 걸쳐 이들의 대피 작업을 모두 마칠 예정이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은 26일 "오늘과 내일 작전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나를 수 있을지, 상황이 긴박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폭발 테러로 경계 더욱 삼엄해질 듯  

일본이 수송하려 했던 대상자들은 공항으로 향하는 검문소를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외무성은 이들에게 인증서를 발급해 인증서를 지닌 사람의 검문을 통과시켜달라고 탈레반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졌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외무성은 대상자를 지정 장소에 모아 단번에 버스로 공항까지 이동시킬 준비를 하고 있으나, 이 역시 현지 사정으로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26일 밤 카불 공항 인근에서 일어난 폭발 테러로 공항 인근은 경계가 더 삼엄해질 가능성이 높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폭발 소식을 들은 후 아사히에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자위대가 철수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탈레반이 일본 자위대의 철수를 요구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26일 일본 민영 방송 후지뉴스네트워크(FNN)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일본인을 보호한다"며 일본이 파견한 자위대의 조기 철수를 요구했다. 그는 또한 현지 일본인은 아프간을 떠날 이유가 없다며 "(일본과) 우호적이고 좋은 외교관계를 맺고 싶다"고 말했다.

이것이 탈레반의 공식 입장이라면 일본인과 일본 협력 아프간인들의 대피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27일 "현지 직원들이 탈레반을 두려워해 공항으로 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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