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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철수 혼란 틈탄 자폭테러…"카불공격 우리 짓" IS는 누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오는 31일로 예정된 '카불 탈출' 데드라인을 앞두고 아프가니스탄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이 테러로 얼룩졌다.

카불국제공항 폭탄 테러 발생 지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카불국제공항 폭탄 테러 발생 지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26일(현지시간)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IS) 소속 자살 공격범이 공항 밖에서 폭탄을 터뜨려 미군 12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부상했다고 케네스 맥켄지 미국 중부사령관이 27일 확인했다. 미 CBS는 아프간인 등 민간인을 포함해 최소 90명이 사망하고 150여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 혼란을 틈타 잠입한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 ISIS가 공항 인파를 대상으로 '과시용 테러'를 벌일 수 있다는 정보가 현실화된 것이다. 테러 직후 ISIS가 이번 공격이 자신들 소행임을 선언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ISIS-K 소행인가 촉각

앞서 25일 CNN은 “미 정보당국이 최근 아프간 호라산(Khorasan) 지역에 거점을 둔 ISIS의 분파 ISIS-K의 테러계획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입수했다”며 “카불 공항 외부에 대기 중인 사람들이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ISIS-K(Khorasan·호라산) 활동 지역.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ISIS-K(Khorasan·호라산) 활동 지역.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조 바이든 대통령도 미군 철수 데드라인을 못 박을 때 ISIS-K의 테러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24일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의 화상 회의 후 백악관 연설에서 “우리가 더 오래 머물수록 ISIS-K로 알려진 테러리스트 그룹의 공격 위험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ISIS-K의 실질적 위협이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며 “이들은 서구 국가들의 절박한 탈출 현장에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24일 탈레반도 CNN과의 인터뷰에서 아프간에 근거지를 둔 시리아 IS 조직의 공격 가능성을 인정했다.

이날 카불 공항 테러에 앞서 이탈리아군 수송기가 총격을 받는 등 이상 징후가 있었다. 그간 일부 수송기들은 이륙과 동시에 미사일 회피용 ‘플레어(Flare)’를 터뜨리는 등 방어 비행을 해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아프가니스탄 상황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이 아프간에 더 오래 주둔할 경우 발생할 안보 위험을 고려해 예정대로 철군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아프가니스탄 상황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이 아프간에 더 오래 주둔할 경우 발생할 안보 위험을 고려해 예정대로 철군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AP=뉴시스]

탈레반도 못 말리는 ‘원리주의 단체’ ISIS-K

지난 2015년 1월 설립된 ISIS-K는 탈레반의 파벌 다툼으로 일부가 떨어져 나와 ISIS에 충성맹세하며 탄생했다. 이들은 곧 아프간 동북부의 군벌 세력과 결합해 파키스탄과의 국경 지역인 난가르하르‧쿠나르 주(州) 등을 점령했고, 이 성과로 같은 해 ISIS 중앙 지도부로부터 공식 지부로 인정받았다.

이들은 이슬람 공동체의 지도자를 뜻하는 ‘칼리프’를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 전역으로 전파하겠다는 목표로 움직인다. 지부명으로 내세운 호라산도 이란, 아프간, 파키스탄을 포괄하는 상징적인 지역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캐서린 짐머맨 미국기업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미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들은 자신들과 같은 비전을 수용하지 않는 사람은 모두 적으로 간주한다”며 “탈레반보다 훨씬 강경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ISIS-K는 미국 등 서구 사회와 대화를 시도하는 탈레반을 배교자로 지칭한다. 이들은 아프간 내에서 거주하는 시아파 소수민족인 하자라족에 대한 척결을 주장하는 극단주의 세력이다.

카불국제공항 폭탄 테러 일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카불국제공항 폭탄 테러 일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러나 창립 직후 이들은 미군과 아프간 정부군의 공격을 받으며 아프간 내 거점을 잃었고, 2018년까지 초대 지도자인 아부 사이에드를 시작으로 4명의 지도자가 공습 등으로 사망하며 암지에 몸을 감췄다. 이후 올해 4월까지 아프간에서만 77건의 테러를 벌이는 등 주로 개별적 테러 공격을 자행해왔다. 지난 5월 카불의 한 여학교를 습격해 최소 68명이 사망한 사건도 이들이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

존재감 되찾기 위해 노력…탈출 무리에 숨어들 수도

이들은 미군의 본격적인 철수가 시작되며 세력을 규합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미군 수송기에 탑승하는 아프간인들. [미 해병대/AFP=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미군 수송기에 탑승하는 아프간인들. [미 해병대/AFP=연합뉴스]

당초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가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ISIS-K에 속한 조직원은 1500명에서 2000명 수준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25일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지르노프 아프간 주재 러시아 대사는 “현재 아프간에는 IS 테러범 4000여 명이 활동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CNN은 “수도 카불의 동쪽 지역인 바그람과 풀에차르키에서 몇백 명의 ISIS-K 대원이 탈옥했다”고 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ISIS-K 조직원의 수가 1만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ISIS-K의 테러 위협에 대해 텔레그래프는 “(ISIS-K의 부상은) 촉박한 탈출 작전에 위협을 주는 것은 물론, 이들이 탈출 수송기를 타고 다른 나라로 향할 수도 있어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희수 성공회대 이슬람문화연구소 소장도 “ISIS-K가 아프간의 자산이 공항을 통해 빠져나가는 것을 두고 보지 않으려 할 것이다”며 “현재 알카에다와 ISIS 잔존 세력이 상당수 카불에 들어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대처하기 위해 탈레반과 서방의 공조가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7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인근 테러를 다룬 해당 기사에서 소셜미디어 갈무리 영상 중 일부가 카불 테러 관련 폭발 장면인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삭제‧수정했습니다. 신속하고도 정확한 보도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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