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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길 1시간, 나만을 위한 해변이 펼쳐졌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2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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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인천 섬여행 ③ 덕적도

물이 빠지자 갯벌이 훤히 드러났다. 이 드넓은 해변을 거니는 건 나 혼자뿐이었다. 이따금 바다가 다가와 발목을 적시고 달아났다. 단단하고 고운 모래에 또박또박 발자국을 남겼다. 덕적도 밧지름해변에서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을 떠나보냈다.

물이 빠지자 갯벌이 훤히 드러났다. 이 드넓은 해변을 거니는 건 나 혼자뿐이었다. 이따금 바다가 다가와 발목을 적시고 달아났다. 단단하고 고운 모래에 또박또박 발자국을 남겼다. 덕적도 밧지름해변에서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을 떠나보냈다.

여름 끝자락, 덕적도를 다녀왔다. 덕적도는 나 홀로 여행에 맞춤한 섬이었다.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여도 나무랄 데 없지만, 이왕이면 혼자가 더 좋을 듯했다. 한적하고 오붓한데, 낙도는 아니어서 혼자 다녀도 불편하거나 위험하지 않았다. 때뿌루해변 같은 이국적인 지명에 괜히 기분이 좋아졌고, 끝이 보이지 않는 해변을 홀로 거닐 땐 드넓은 바다가 내 방처럼 편안했다.

추억의 섬

선미도등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등대다.

선미도등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등대다.

덕적도는 큰 섬이다. 인천광역시에 속한 168개 섬 중에서 백령도 다음으로 크다. 덕적도가 크다는 건, 단순히 면적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덕적도는 자월도·문갑도·승봉도·대이작도 등 이른바 근해 도서의 중심이 되는 섬이다. 덕적도 너머 문갑도·굴업도·백아도·지도·울도를 들어가려면 덕적도에서 배를 갈아타야 한다.

민어 파시로 유명했던 1970년대까지만 해도 덕적도는 서해에서 가장 흥청거리던 섬이었다. 민어 배가 들어오던 북리항에만 한때 1만5000명이 넘는 사람이 모였다고 한다. 술집이고, 다방이고 없는 게 없었다. 극장도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다 옛날얘기다. 이제는 덕적도를 다 합쳐도 주민이 2000명이 안 된다.

밧지름해변. 동남아 휴양지처럼 한가롭고 평화로웠다.

밧지름해변. 동남아 휴양지처럼 한가롭고 평화로웠다.

“10년 전만 해도 여름 성수기면 하루 입도객이 2000명이 넘었어요. 배가 하루에 8편씩 들어왔으니까요. 육지와 가까운 데다 섬이 넓고 해수욕장이 많으니 인기가 높았지요. 코로나 사태 전에는 500명 정도로 줄었고요. 올여름은 하루 100명도 안 들어옵니다.”

인천 섬 전문 여행사 ‘섬투어’의 현숭덕(51) 실장이 긴 한숨을 뱉었다. 현 실장의 말마따나 섬은 인적이 드물다 못해 휑했다. 해수욕장도, 야영장도, 민박집도, 식당도 많았지만 관광객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모진 해석일 수 있겠으나, 외려 한적한 여행을 즐기기에 좋은 조건이었다.

해변과 바다

낚시 배를 빌려 타고 바다로 나갔다. 덕적도 우럭은 초보 낚시꾼이 던진 미끼도 잘 물었다.

낚시 배를 빌려 타고 바다로 나갔다. 덕적도 우럭은 초보 낚시꾼이 던진 미끼도 잘 물었다.

덕적도 해변은 대체로 널찍하고 평평하다. 물 빠진 시각 해변에 들어서면 바다가 안 보일 정도로 갯벌이 드러난다. 밧지름해변에서도, 때뿌루해변에서도 허허벌판처럼 펼쳐진 갯벌을 혼자 거닐었다.

서포리해변 해송숲길. 노송이 아늑한 숲을 이룬다.

서포리해변 해송숲길. 노송이 아늑한 숲을 이룬다.

덕적도에서 가장 유명한 해변은 섬 남쪽의 서포리해변이다. 약 1㎢(30만평) 면적의 백사장이 펼쳐진 덕적도 최고 명소로, 백사장 어귀에 수령 200년이 넘는 해송이 아늑한 숲길을 이룬다. ‘때뿌루’라는 괴이쩍은 지명은 설명해야겠다. 무슨 뜻일까. 보리수 열매의 사투리다. 해변을 에운 산에 아직도 보리수가 많단다.

첫 바다낚시에서 제법 큰 우럭을 잡았다.

첫 바다낚시에서 제법 큰 우럭을 잡았다.

섬을 제대로 즐기려면 역시 바다로 나가야 한다. 김남훈(56) 선장의 ‘노블레스호’를 6시간 빌렸는데, 우럭 낚시도 하고 주변 섬도 둘러보고 선미도도 들어갔다. 작은 무인도 앞에서 배가 멈춰 섰다. 눈앞에 곰이 우뚝 서 있었다. 코끼리나 거북이를 닮은 바위는 본 적 있어도 곰 닮은 바위는 처음 봤다. 정말 똑같았다.

덕적도 바다의 명물 곰바위.

덕적도 바다의 명물 곰바위.

선미도에 상륙했다. 선미도는 정기 여객선이 없어 배를 빌려야 들어갈 수 있다. 선미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무인도다. 1290㎡ 면적의 선미도는 전국 2876개 무인도 중에서 가장 크다. 선미도 북쪽 언덕의 선미도 등대도 명물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등대다. 해수면으로부터 223m 해안절벽 위에 19.4m 높이 등대가 서 있다. 오랜만의 손님을 등대지기(항로표지관리원)가 환히 웃으며 반겨줬다.

호박회관

덕적도를 대표하는 먹거리는 우럭이다. 덕적도에선 우럭으로 다양한 음식을 만드는데, 말린 우럭을 푹 고는 건작탕이 특히 유명하다. 여름에는 우럭을 말리지 못하고 갓 잡은 우럭을 백숙처럼 끓여서 낸다. 호박 같은 채소를 넣고 끓이는데, 뽀얀 국물이 진국이다. 꽃게, 간자미, 바지락도 흔하다.

호박회관의 오븐 찰떡.

호박회관의 오븐 찰떡.

한 집은 꼭 소개해야겠다. ‘북적북적 호박회관’이라고, 진1리 마을회관 자리에 들어선 빵집이다. 여느 동네 빵집과 비슷해 보이지만, 의미가 남다르다. 덕적도 호박으로 빵을 만드는 농업회사법인이다. 이현주(51) 대표는 “그냥 호박이 아니라 상처가 나서 버리는 파지 호박만 쓴다”며 “마을 주민 33명이 주민 주주로 참여한 주식회사”라고 소개했다.

덕적도

덕적도

호박회관은 2018년 5월 문을 열었다. 첫해 3800만원 매출을 찍었고, 2019년 이후에는 매해 6000만원 이상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직원도 마을 주민을 쓴다. 현재 이 대표를 포함해 주민 4명이 일하고 있다. 인천관광공사 민민홍 사장은 “호박회관은 인천 섬에서 처음 시도한 6차 산업의 성공 사례로, 지역 주민이 특산물을 활용해 수익을 올리고 고용을 창출한다”고 말했다. 대표 메뉴는 오븐 찰떡과 단호박 식혜다. 모두 단호박이 들어가 달큼하다. 호박 빵 만들기 체험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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