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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 Review] 세게 더 세게…내성만 키운 부동산 ‘특단의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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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치솟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정부가 양도소득세 등을 크게 올리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되려 ‘매물 잠김’ 현상이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부동산원 부동산 거래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7년 8·2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이듬해 4월 법 시행까지 약 8개월간 서울의 주택 매매 건수는 1만6386건을 기록했다. 1년 전(1만6527건)보다 0.8% 줄었다. 당시 정부는 양도세 중과를 9년 만에 다시 도입했다.

7·10대책 이후 서울 지역 주택 매매·증여.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7·10대책 이후 서울 지역 주택 매매·증여.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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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10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이듬해 6월 법 시행까지 약 11개월간 서울의 주택매매 건수도 1년 전(1만4607건)보다 6.7% 감소한 1만3627건이었다. 당시 정부는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세율을 10%포인트 올렸고, 종부세율도 인상했다. 다주택을 처분해 1주택자가 되지 않으면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지만, 다주택자들은 집을 팔지 않고 ‘버티기’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서울의 주택 증여는 8·2 대책 발표 후 8개월간 1166건에서 1796건으로 54% 늘었고, 7·10 대책 발표 후 11개월 동안은 1963건에서 3151건으로 60.5% 증가했다. ▶공급 부족으로 아파트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예상 ▶매각 시 양도세 중과에 따른 세금 부담 ▶거래 절벽에 따른 매도 어려움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거래량은 줄고, 아파트 가격은 급등하는 현상이 지속하고 있다.

8·2대책 이후 서울 지역 주택 매매·증여.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8·2대책 이후 서울 지역 주택 매매·증여.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유경준 의원은 “정부의 대대적인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에 오히려 증여가 급증하고 거래가 감소했다는 것은 정부의 대책이 시장에 불신만 초래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정치적으로는 집값에 따라 국민을 갈라치기하고, 경제적으로는 세금을 뽑아내기 위한 수단으로 세제를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라고 비판했다.

시장이 원하는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처럼 세 부담을 늘리는 것만으로 매물을 끌어낸다는 정책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스탠스에는 변함이 없다. 민주당은 이번 주부터 부동산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줄이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의 국회 논의를 본격화한다.

우선 보유기간에 따른 공제율이 현행 최대 40%에서 앞으로는 양도차익에 따라 달라진다. 양도차익 ▶5억원 이하 최대 40%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 최대 30% ▶10억원 초과~15억원 이하 최대 20% ▶15억원 초과 최대 10%다. 1주택 장기 보유자라도 초고가 주택을 보유해 많은 양도차익이 생겼을 때는 세금 부담을 더 무겁게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산정할 때 기산점도 해당 주택의 ‘최초 취득 시점’에서 주택 보유자가 ‘최종 1주택이 된 시점’으로 바뀐다. 해당 주택을 오래 보유·거주하더라도 다주택자로 있었던 기간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시장에 내년 말까지 다주택·고가주택을 처분하라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앞선  8·2대책, 7·10대책 때처럼 ‘매물 잠김’이 더 심해지는 등 부작용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효성 있는 공급대책이 눈에 띄지 않는 데다, 정책당국과 사전 이견조율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고, 집을 팔더라도 장기 보유에 대한 혜택이 줄다 보니 다주택자가 집을 내놓을 유인이 사라지게 됐다”며 “내년 대통령 선거 이후 부동산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만 더 커지며 매물 잠김 현상만 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심 교수는 “기획재정부 협의도 거치지 않은 여당의 오락가락 개편으로 양도세 등이 누더기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면서 주택 가격은 다락같이 계속 오르고 있다. 2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서울의 연립·다세대(이하 빌라) 평균 매매가격은 3억4629만원으로 전달(2억7034만원)보다 28.1% 올랐다. 6월의 매매가격 상승률(0.4%)과 비교하면 폭등에 가까운 상승률이다. 이는 한국부동산원이 7월 조사부터 통계의 정확도를 위해 표본을 재설계한 결과다. 한국부동산원 측은 “월간 표본 수는 그대로인데, 기존에 규모와 건축 연한만 따져 표본을 집계하던 것에서 가격대별 분포(가액분포)까지 포함하니 변동률이 높게 잡혔다”고 밝혔다.

권역별로 보면 서울 강북 도심권(종로·중·용산구) 빌라 매매가는 4억9013만원으로 전달보다 38% 상승했다. 동남권(서초·강남·송파·강동)은 5억547만원으로 34% 올랐다.

빌라 평균 전셋값도 급등했다. 서울의 경우 7월 평균 전셋값은 2억4300만원으로 전달 대비 32%가량 올랐다. 강북 도심권은 3억4642만원으로 57%, 동남권은 3억5486만원으로 42% 올랐다.

경기도와 지방 빌라의 매매가와 전셋값도 급등했다. 경기 경부1권(과천·안양·성남·군포·의왕)의 빌라 매매가는 4억5811만원으로 63% 올랐고, 전북은 8110만원으로 54% 상승했다. 전셋값의 경우 경기 경부1권이 2억9112만원으로 54%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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