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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무이자 전·월세 대출, 셋째 자녀엔 대학등록금 공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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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부와 여당이 내년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내년도 정부 예산을 600조원 이상으로 편성할 예정이다. 올해 본예산보다 8% 이상 늘어나는 규모로 사상 최대다. 이 가운데 약 20조원은 청년층을 지원하기로 했다. 연 소득이 5000만원 이하인 청년에게 무이자로 전·월세 대출을 지원해 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군 장병 봉급은 병장 기준 월 60만9000원에서 67만원 이상으로 올리고, 전역할 때 최대 1000만원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사회 복귀 지원금 제도도 신설한다. 소득 하위 80%선의 다자녀 가구 셋째 이상 대학생, 그리고 기초·차상위 가구의 둘째 이상 대학생 자녀에겐 등록금을 전액 지원한다.

24일 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부는 ‘2022년도 예산안 편성 및 추석민생대책 당정 협의’를 열어 이런 내용을 논의했다. 세부 대책으로 ▶중소·중견기업 대상 청년 채용 장려금 신설 ▶산업단지 내 중소기업 재직 청년 교통비 월 5만원 지원 ▶국민취업지원제도 요건 완화 ▶청년 자산 형성 패키지 마련 등이 담길 예정이다.  다가구 청년 장학금 등 일부 내용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청년특별대책을 사전 보고 받는 과정에서 알려졌다.

악어입 벌리는 국가 재정 수입 및 지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악어입 벌리는 국가 재정 수입 및 지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일자리, 주거, 자산 형성, 생활 등의 어려움 지원을 위해 청년 종합 대책에 20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협의했다”고 밝혔다. 기초·차상위 가구 첫째 자녀의 장학금 지원도 기존보다 대폭 인상되고, 중산층(소득 5~8구간) 가구에 대한 장학금 지원도 확대한다. 정부는 일자리, 교육, 주거, 복지, 참여·권리의 5대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청년특별대책도 26일 발표한다. 정치권에서는 여당에 등을 돌린 청년층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청년 대책 외에 내년 예산안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영업 금지·제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도 늘어난다. 내년 손실 보상법에 따른 지원금 예산으로 1조8000억원이 반영된다. 소상공인 저금리 대출, 경영위기 업체 대상 긴급경영개선 자금 등도 지원된다.

교육·돌봄 예산도 확대한다. 매월 10만원씩인 아동수당 지급 연령은 만 7세 미만에서 8세 미만으로 한 살 올라갈 전망이다. 온·오프라인 학습에 쓸 수 있는 연 10만원 특별지원 바우처가 저소득층에 새로 지급될 예정이다.

내년도 예산 전체 규모에 대해 박 의장은 “확장재정 흐름에 의해 8%대(로 늘어난) 예산안을 편성했다”며 “604조원 전후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8%대 증가율은 올해 국가재정전략회의 당시 논의되던 기준선 7%나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던 7.5%보다 높다. 정부는 본예산 증가율이 2019년 9.5%, 2020년 9.1%에 이어 올해 8.9%였던 점을 고려해 속도 조절에 나섰으나, 여당은 코로나19 4차 유행과 경기회복 지원을 위해 내년까지 확장재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까지 브레이크 없는 확장재정 기조가 계속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예산은 출범 첫해인 2017년(400조7000억원)에 비해 200조원 늘게 된다. 5년 만에 50%나 불어나는 것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 5년간 32.5%, 박근혜 정부 4년간 17.1%와 비교하면 매우 빠른 속도다.

국가채무도 내년 1000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2016년 말 국가채무(626조9000억원)와 정부가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면서 전망한 국가채무 전망치(963조9000억원)의 차이만 337조원에 달하는데, 더 불어나는 것이다. 결국 미래세대가 짊어질 부담이 그만큼 커진다는 얘기다.

코로나19로 국세 수입 증가는 부진하지만 내년에도 지출이 역대급으로 늘어 ‘악어의 입’이 더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악어 입은 일본 정부의 1990년대 이후 세수와 정부 지출 흐름을 나타낸 그래프다. 정부의 수입과 지출을 같은 그래프에 그렸을 때 두 선의 거리가 점점 벌어져 악어 입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는 정부 총수입이 총지출과 비슷하거나, 상회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2019년부터 총지출이 급증하면서 간극이 커졌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과 통계청장을 지낸 박형수 K-정책플랫폼 원장은 “한국은 2019년에 악어 입 그래프가 시작됐고, 지금은 더 진행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일본의 재정은 약 13년 동안 악어 입이 벌어지다가 이후에는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국가채무 상황이 심각해졌음을 상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재정 건전성은 악화할 수밖에 없어 더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도 “국가 지출을 늘리는 것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세수 확대 방안은 없이 지출만 늘어나는 건 미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대로 가면 경제위기가 왔을 때 대처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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