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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크업 대신 향을 바른다"…260년 전 '니치향'도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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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코로나19가 2년째 지속되면서 뷰티 시장에 ‘향수 열풍’이 거세다. 재택근무나 집콕(집에 머물기)으로 메이크업을 하는 일이 줄었고, 마스크에 쉽게 묻어나는 립스틱 같은 색조화장품 수요는 감소했다. 그대신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나만의 향기’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또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등 보상소비 욕구의 증가로 프리미엄 향수도 잘 팔린다.

신세계인터내셔널이 판매 중인 니치향수들. [사진 신세계인터내셔널]

신세계인터내셔널이 판매 중인 니치향수들. [사진 신세계인터내셔널]

'시 마을' 매출, 향수 덕에 650%↑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4일 "자체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S.I.VILLAGE)에서 지난 16~22일까지 일주일 동안 진행한 뷰티 기획전에서 석 달치 판매량인 2만여 병의 ‘니치 향수’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니치 향수는 ‘틈새’를 의미하는 이탈리이어 ‘니치(nicchia)’에서 나온 단어로 소수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프리미엄 향수란 의미로 쓰인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거리두기 4단계 연장으로 외출이 어려워 온라인을 통한 니치 향수와 고가 화장품 구매가 늘어날 것을 예상해 역대급 행사를 기획했는데 적중했다”며 “니치 향수 판매에 힘입어 이 기간 뷰티부문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653% 증가했다”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바이레도·딥디크·산타 마리아 노벨라 등 인기 니치 향수를 국내서 유일하게 공식 수입하고 있다. 이번 기획전에서는 정상가보다 15%가량 싸게 판매했다.

"한 병 20만~50만원에도 잘 팔려" 

이 관계자는 “면세점 외에 니치 향수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보니 판매와 동시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마을 향수 대란’이란 말이 퍼지며 매출이 증가했다”며 “프랑스 니치향수인 딥디크는 평소보다 매출이 816%, MZ세대 선호도가 높은 바이레도는 763%, 산타 마리아 노벨라는 479% 급증했다”고 말했다. ‘시마을’은 MZ세대 사이에서 온라인몰 명칭인 에스아이빌리지를 짧게 줄여 부르는 단어다.

뷰티 및 유통업계는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향수 열풍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한다. 한 병(50ml)에 최소 20만원에서 50만원대인 프리미엄 향수도 잘 팔린다. 마스크 착용 장기화와 보상소비가 맞물린 결과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압구정본점에 니치 향수 전문매장 '쟈뎅 드 프레그런스'를 오픈했다. 바이레도·딥디크·크리드·메종프란스시커정·아쿠아디파르마 등 브랜드를 기존 대비 두 배 늘렸다. 올해 1~7월 전체 향수 매출 신장률은 전년 대비 57.8% 늘었고, 그 중에서 니치 향수는 매출 신장률이 93.3%로 더 높았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니치향수 전문매장 '쟈뎅 드 프레그런스'. [사진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니치향수 전문매장 '쟈뎅 드 프레그런스'. [사진 현대백화점]

롯데·신세계백화점도 같은 기간 니치향수 매출이 각각 42%, 34% 신장하자 프리미엄 향수 브랜드를 늘리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5월 잠실점 에비뉴엘에 기존 판매 매장보다 두 배 늘려 90평의 니치 향수존을 만들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마스크 착용 탓에 메이크업으로 자신을 드러내기 어렵다보니 자신만의 향을 찾는 고객이 늘고, 더욱 니치한 향수를 구매하는 경향이 커진다”며 “이는 성별에 관계없는 추세라 남성들의 향수 구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는 국내 프리미엄 향수 시장이 올해 5369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향 못하는 TV홈쇼핑서도 향수 판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향수 열풍이 불면서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도 e커머스로 들어오고 있다. 향수와 화장품 판매가 주력인 샤넬뷰티, 에르메스뷰티가 올해 들어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속속 입점했다. 보다 희귀한 니치 향수를 팔아 차별화하려는 곳도 있다. CJ온스타일은 지난 6월 프랑스 니치 향수 브랜드 ‘우비강’을 판매해 눈길을 끌었다. 후각적 체험이 중요한 향수 특성상 TV홈쇼핑 판매 자체가 이례적이다. 1755년 탄생된 우비강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향수로 마리앙뚜아네뜨, 나폴레옹, 빅토리아 여왕 등이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니치 향수 시장이 커지다보니 후각적 체험이 없어도 매출이 잘 나온다”며 “TV홈쇼핑 편성도 계속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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