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을 60대, 화장품부터 산다···지갑 여는 액티브 시니어 [With 코로나 시대]

중앙일보

입력 2021.04.07 05:00

서울 서초구에 사는 지미연(67) 씨는 지난 3월 초 프로모션을 진행한다는 백화점 화장품 매장 직원의 전화를 받고 오랜만에 백화점 쇼핑에 나섰다. 마침 쓰던 화장품도 떨어졌고 조만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으면 외출할 기회가 많아질 것 같아 준비에 나선 것. 지 씨는 6일 “스킨이랑 로션, 크림도 사고 요즘 유행한다고 해서 화사한 향수 같은 디퓨저까지 사느라 평소보다 1.5배는 쓴 것 같다”며 “지난해엔 외출도 자주 못 하고 마스크 때문에 피부도 거칠어졌는데 이제 마스크 벗고 다니려면 피부 관리 좀 해야 하지 않겠냐”며 웃었다.

액티브 시니어, 기초 화장품에 관심  

롯데백화점은 지난 3월 초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화장품 테스트와 향수 시향을 재개했다. 사진 롯데쇼핑

롯데백화점은 지난 3월 초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화장품 테스트와 향수 시향을 재개했다. 사진 롯데쇼핑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초 화장품 매출이 50·60세대의 구입이 늘면서 6.8% 성장했다. 지난해 24% 감소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60대 이상 연령층이 기초 화장품 소비를 주도했고, 이들의 구매액은 전년 동기보다 크게(23.6%)가 늘었다. 백화점업게는 이를 두고 곧 마스크를 벗는다는 기대감에 ‘액티브 시니어’들이 '기초 다지기'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20·30세대가 값비싼 명품 액세서리 관심을 보인다면 50·60세대는 피부 관리를 위한 기초화장품에 더 신경을 쓴다는 것이다.

권진영 롯데백화점 화장품 파트리더는 “중장년층에게 인기 있는 설화수나 에스티로더 같은 기초 화장품 브랜드를 중심으로 온라인 매출이 늘면서 오프라인까지 외형이 커지고 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완화된 덕에 기존 단골들이 다시 나오기 시작했고, 그에 맞춰 3월 초부터 화장품 테스트와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일회성 고객 증가와 함께 매출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일상이 된 ‘위드(With)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서 기초 화장품 선호뿐 아니라 아예 멋 내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명품시계나 보석류처럼 마스크에 상관없이 은근한 멋을 자랑할 수 있는 액세서리로 치장하는 동시에 향수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게 대표적이다. 그 중심에는 구매력을 갖춘 액티브 시니어가 있다.

중년들, 향기도 공간도 꾸민다

샤넬이 가격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지난 3월 오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샤넬이 가격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지난 3월 오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은 향수 구입에도 적극적이다. 니치향수(소량으로 생산하는 프리미엄 향수)는 이제 대세가 됐다. 덕분에 올 1분기 향수 매출 신장률(38.6%)은 지난해의 두 배에 육박한다. 예년엔 20·30세대가 향수 수요를 이끌었지만, 올해 1분기엔 전 연령대로 확산했다. 특히 40대부터 60대까지는 전년도 매출 신장률보다 20%포인트 이상 성장 폭을 보였다. 몸에 쓰는 향수뿐 아니라 공간을 향기로 채우는 디퓨저 등도 인기다. 프랑스 향수 브랜드 딥디크의 디퓨저는 중장년 소비가 늘면서 품절 사태를 빚기도 했다. 남성 고객의 비율이 커진 것도 특징이다. “'멋'의 의미가 외모뿐 아니라 내가 머무는 공간을 꾸미는 것으로 확장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연령을 가리지 않고 인기를 끄는 제품군도 있다. 명품이 그렇다. 수백만, 수천만 원의 고가 상품의 인기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꾸준히 커지고 있다. 샤넬이나 롤렉스가 대표적이다. 올 1분기 이들 세대가 해외부티크와 명품시계ㆍ보석 상품군에 쓴 돈은 전년 동기보다 53.1% 늘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신장률은 100.6%에 달한다. 다른 연령대(40~60대 이상)에서도 66~68%로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개점하기도 전부터 명품 브랜드 매장 앞에 늘어선 긴 줄은 이제 흔한 풍경이 됐다”며 “샤넬이나 롤렉스는 특히 이제는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말했다.

이수기·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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