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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leisure] 쓰촨성 주자이거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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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면

중국 쓰촨(四川)성에 있는 현(縣) 중 하나인 주자이거우(九寨溝).

최근 중국에서 새롭게 '뜨고' 있는 관광 명소다.구이린(桂林)과 장자제(張家界)의 뒤를 이어 중국의 대표적인 외국인 관광지로 떠오를 기세다. 지난달 28일 인근에 공항이 개장한 덕이다.

공항이 생기기 전, 외국인 여행자가 주자이거우에 가려면 쓰촨성의 청두 (成都)에서 버스를 타고 무려 13시간을 달려야 했다. 그만큼 중국에서는 오지에 해당하는 곳이었다.

청두에서 갈아탄 국내선 여객기는 1시간의 비행끝에 주황(九黃) 공항에 도착했다. 활주로에 비행기라곤 달랑 한대뿐. 공항이라기엔 너무나 작은 규모다. 숙소로 가는 버스 차창밖으로는 검게 그을린 얼굴의 장족(壯族.티베트인의 후예)들과, 풀을 뜯는 야크떼의 모습이 평온하기만 하다.

다음날 아침 서둘러 도착한 주자이거우 계곡. 여러 개의 호수가 서로 만나 Y자 모양의 계곡을 이루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중 하나다. 계곡 입구는 가을철 비경을 보겠다며 먼길을 찾아온 중국인 관광객들로 이미 북적댄다.

중국에서는 흔히 '황산(黃山)을 보고 나면 다른 산을 보지 않고, 주자이거우의 물을 보고 나면 다른 물을 보지 않는다'고 한다든가. 조급해지는 마음을 달래며 천연가스를 연료로 쓰는 계곡 순환버스에 올라 탔다.

우선 Y자 모양 중 왼쪽 부분을 돌아본다.

울창한 숲을 10분여 들어가니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나온다.

푸른빛.초록빛 등 갖가지 신비스러운 광채를 뿜어내는 호수를 내려다 보고 있자면 동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이다.

수면에 비치는 노을빛이 활활 타오르는 불꽃 같다는 훠화하이(火花海), 소도 아름다움에 빠져 물속에 들어갔다는 시우하이(犀牛海) 등 아름다운 수경이 이어진다.

색깔을 봐도, 규모를 봐도 호수를 '바다(海)'로 이름 붙인 것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수정췬하이(樹正群海) 앞에서 잠시 내렸다. 에메랄드빛 광채를 뿜어내는가 하면, 몰디브 바다같이 푸른 빛도 내뿜는다.

상류를 따라오르니 눠르랑(諾日郞) 폭포가 나온다. 마치 거대한 수막 커튼을 드리운 듯 수풀 사이로 떨어지는 가는 물줄기가 장관이다.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 오르니 창하이(長海). 웅장함이 백두산 천지와 흡사하다. 2백여개 계단을 내려가니 빛을 분산시키는 프리즘처럼 오색영롱한 우차이츠(五彩池)가 펼쳐진다.

급경사의 산봉우리가 호수를 감싸고 있어 햇볕이 드는 경사가 평지와는 크게 차이가 난다. 시각에 따라 수면에 반사되는 햇볕의 정도가 달라져 다섯가지 빛을 낸다는 설명이다. 오묘한 자연의 조화 앞에 그저 겸손해질 뿐.

주자이거우라는 이름은 '9개 부락이 있는 곳'이라는 뜻에서 붙여졌다고 한다. 장족들이 옹기종기 살던 이 '선경(仙境)' 은 불행인지 다행인지 1970년대 초 몇명의 벌목공들에 의해 외부에 알려졌다.

밀려오는 허기를 달래고 오후엔 Y자 모양의 오른쪽 골짜기를 돌아본다. 영화 '영웅'에서 리롄제(李連杰)와 량차오웨이(梁朝偉)의 검투장면이 촬영됐던 곳이 젠주하이(箭竹海)다. 우화하이(五花海)의 새파란 물 속을 바라보니 호수 가장자리 쪽에 나무가 길게 누워있다. 잘 보면 죽은 게 아니라 아직도 자라는 나무다.

5시간에 걸친 호수 여행. 해발 2천~4천5백m의 삼림 속에 펼쳐지는 1백10여개의 호수와 17개 폭포의 동화 같은 전경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주자이거우(중국)=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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