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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네이버가 영화를? CJ 영화본부장이 네이버로 간 까닭 | 숏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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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네이버가 영화를 한다. 드라마, 애니메이션도 만든다. 직접은 아니다. 늘 그랬듯, 연결할 뿐이다. IP(지식재산)를 팔고 싶은 쪽과, 사고 싶은 쪽을.

네이버웹툰의 5000여 IP를 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공연 제작사와 연결하는 브릿지 컴퍼니, 스튜디오N 이야기다. 스튜디오N은 네이버웹툰이 세운 자회사다. 2018년 8월 설립됐다.

스튜디오N을 이끄는 이는 권미경(49) 대표. CJ ENM 한국영화사업본부장과 월트디즈니코리아를 거친 영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다. CJ 재직 시절 명량(2014), 국제시장(2015), 베테랑(2015) 등 흥행작의 투자·마케팅·배급을 총괄했다. CJ를 퇴사했을 때, 막역한 사이였던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에게 스튜디오N 대표직을 제안받았다. 아니, 제안받았다기보단, 제안당했다.

김 대표가 “웹툰 IP를 외부에 팔았더니 더 비싼 값에 되팔거나, 원작에 못 미치는 작품을 만든다”며 털어놓은 고민에, “그런 일 없게 조율해주는 브릿지 컴퍼니를 해보면 어떠냐”고 답한 조언이 방아쇠가 됐다고. 김 대표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누나, 방금 얘기한 거 누나가 해주면 안 돼? 천만 영화 말고, 좋은 영화 만들어주면 되는데.” 그렇게 권 대표는, 스튜디오N을 맡게 됐다. 팩플은 지난 10일 서울 한남동 스튜디오N 사무실에서 권 대표를 만났다.

권미경 스튜디오 n 대표가 10일 서울 한남동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했다. 우상조 기자

권미경 스튜디오 n 대표가 10일 서울 한남동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했다. 우상조 기자

충무로의 중개 플랫폼

스튜디오N, 3주년이 됐다.
“3년간 조직을 세팅하고 웹툰 원작 드라마 5편을 공개했다. tvN ‘쌉니다 천리마마트’, 넷플릭스 ‘스위트홈’, JTBC ‘알고 있지만’ 등이다. 지금은 소속 PD 12명과 80여 편의 작품을 준비 중이다.”
12명이 80여 편을?
“스튜디오N은 100% 공동제작 시스템이다. 각색·캐스팅·제작·편성·마케팅 협업 범위는 프로젝트마다 다르다. 우리 PD는 1명당 취향껏 골라잡은 6~7개 IP를 맡아 작품을 기획하고, 대본·시나리오를 써줄 작가를 찾는다. 그렇게 작가 108명과 계약했다.”
네이버웹툰 원작 스튜디오N 영상화 주요 라인업. 사진 스튜디오N

네이버웹툰 원작 스튜디오N 영상화 주요 라인업. 사진 스튜디오N

직접 하지 않고 공동으로 제작하는 이유는.
“콘텐트는 물과 같다. 담는 그릇에 따라 모습을 바꾼다. IP 하나를 뜯어보며 영화로 만들지, 드라마로 만들지, 다른 무언가로 만들지 고민하는 게 우리 일이다. 그 후 각 분야 전문가와 협업하면 된다. 경험상 콘텐트는 한 사람보다 두 사람, 두 사람보다 세 사람 머리에서 재밌는 게 더 많이 나온다.”
3년새 체감한 시장의 변화가 있나.
“웹툰 위상이 달라졌다. 3년 전 웹툰·웹소설로 작품한다고 하면 ‘그게 되겠냐’고들 했다. 소위 ‘인문학적 가벼움’ 때문이라나. 지금은 유명 감독이 찾아와 ‘추천해 줘’ 한다. 배우들도 ‘미리 찜하겠다’며 먼저 연락오기도 하고. 도서 원작을 웹툰·웹소설이 대체하는 수준까지 온 것 같다. 하반기 공개 예정인 ‘그 해 우리는’처럼 드라마가 웹툰이 되기도 한다. 포맷 간 상호작용이 커졌다.”
매출은 어느 정도?
“내년에 수백 억 정도로 본다. 잘나가는 중소 규모 제작사 수준이다.”
권미경 스튜디오 n 대표가 10일 서울 한남동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했다. 우상조 기자

권미경 스튜디오 n 대표가 10일 서울 한남동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했다. 우상조 기자

지금 가장 핫한, IP 시장

네이버웹툰은 지난해 본사를 할리우드가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옮겼다. 시장 규모만 연 1000조원대인 미국 콘텐트 시장의 자본과 문화, 네트워크를 흡수해 넷플릭스·디즈니 같은 ‘글로벌 콘텐트 기업’이 되기 위해서다.

슈퍼 IP, 어떻게 만들 수 있나.
“슈퍼 IP는 원 소스 멀티 유즈가 기본이다. 고정 관념과 부딪히며 고민해야 한다. ‘유미의 세포들’은 드라마, 애니메이션, 뮤지컬 뭐든 될 수 있는 훌륭한 IP인데, 우리가 드라마만 하는 조직이었다면 포맷 하나에 갇혔을 것 아닌가. 우리 회사 슬로건은 ‘재밌으면 하고, 재미 없으면 하지 말자’다. 직원들에게 ‘새로워? 안 해본 거야?’를 가장 많이 묻는다.”
스튜디오N의 경쟁사는.
“마블! 영화쟁이들이야 다들 ‘한국의 마블’이 목표이긴 하지만(웃음). CJ·디즈니에 있을 때 마블을 오래 지켜봤다. 네이버웹툰이 그 정도 토양은 된다.”

경쟁사를 묻는 질문에 그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마블’을 불렀다. 스튜디오N 출범 직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마블이 될 수 있을까’란 질문에 “이제 막 신장개업한 회사”라며 멋쩍어한 지 정확히 3년 만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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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과를 나온 권 대표가 영화계에 뛰어든 이유는? ‘충무로 큰손’ 권미경 대표가 본 IP 시장 전망은? 네이버의 ‘빅 픽처’에서 스튜디오N의 역할은? 위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더 깊고, 진한 이야기를 새로워진 중앙일보 홈페이지에서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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