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코 언론에 재갈 물리겠다는 與

"더는 수정 없다"는 與…'언론재갈법' 25일 날치기 강행 굳혀

중앙일보

입력 2021.08.23 05:00

업데이트 2021.08.23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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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더불어민주당은 ‘언론재갈법’(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날치기’ 처리를 위한 준비 태세를 가다듬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언론중재법 개정안 통과시키려는 도종환 위원장(왼쪽)의 회의 진행를 막아서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언론중재법 개정안 통과시키려는 도종환 위원장(왼쪽)의 회의 진행를 막아서고 있다. 임현동 기자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2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야당, 언론단체들이 제기한 문제들을 대안 마련 과정에서 반영했으므로 더는 수정이 어렵다”며 “당내에선 종합부동산세 개정 때와 같은 토론 요청도 없다. 오히려 ‘이번에 반드시 처리해야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국내 언론계는 물론 국제 언론단체들도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과도한 규제”(국제기자연맹)라고 비판하지만 민주당은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예정대로 25일 본회의에서 강행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앞서 거쳐야 하는 법사위에는 박주민 위원장 대리를 비롯해 윤호중 원내대표, 김용민 당 미디어특위 위원장,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등 강경파가 즐비하다. 당내에서조차 “법사위에선 법안이 더 강경해지지 않으면 다행”(수도권 초선 의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야당은 민주당의 시도를 표현의 자유 일반에 대한 침해로 규정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2일 “언론재갈법은 언론보도의 위축을 가져올 게 명백하고, 표현의 자유 침해로서 헌법 제21조 1항에 위반돼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예고했다. 기자 출신인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은 지난해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일던 대북전단금지법과 5.18역사왜곡처벌법을 날치기했다”며 “언론재갈법은 일련의 표현의 자유 억압 시도의 결정판”이라고 지적했다.

표현의 자유와 맞선 민주당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표현의 자유와 맞선 민주당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학계에도 ‘언론재갈법’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계속돼 온 표현의 자유 침해 시도와 연장선에 있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한국정당학회장)는 “처벌법 입법을 자신들과 다른 의견과 해석을 누르는 수단으로 쓰는 건 이전 정부들과 구분되는 현 여권의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형사처벌로 역사 해석 강제 시도에 집중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은 주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의견과 평가에 대한 형사 처벌 입법 시도로 나타났다. 현재도 인재근 민주당 의원이 지난 13일 대표 발의한 ‘위안부 피해자 보호·지원법’이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신문·방송 등 출판물이나 전시물·공연물, 토론회 및 기자회견(학문·예술 목적 제외)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5년 이하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입법 제안서에서 인 의원은 “형법으로 사실을 바로잡기엔 어렵다. 허위사실 유포를 더욱 강력하게 금지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를 댔다. 이 법안엔 윤미향 무소속 의원도 서명했다.

언론재갈법을 민주당 내에서 추진해온 윤호중 원내대표(왼쪽)와 김용민 최고위원(당 미디어특위위원장)이 최고위원회에 들어서고 있다. 임현동 기자

언론재갈법을 민주당 내에서 추진해온 윤호중 원내대표(왼쪽)와 김용민 최고위원(당 미디어특위위원장)이 최고위원회에 들어서고 있다. 임현동 기자

미디어특위 위원장인 김용민 의원이 당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그룹인 ‘처럼회’ 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지난 5월 대표 발의한 ‘역사왜곡방지법’엔 반일 정서가 노골적으로 담겼다. 일제 지배를 찬양·고무하거나 욱일기 등 조형물을 사용하면 10년 이하 징역·2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는 내용이다. 정신적 피해를 입었을 경우 피해산정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토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담겼다. 발의에 참여한 한 의원은 22일 중앙일보에 “독일의 ‘반(反)나치 법안’을 벤치마킹했다. 일제에 대한 찬양은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거여 출범 후 날치기 강행 계속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입법의 모태가 된 건 지난해 12월 민주당 강행처리한 ‘5·18 역사왜곡처벌법’(5·18 특별법 개정안)이었다. 2017년 5월 5·18 민주화 운동 기념식 참석해 “5월 광주를 왜곡하고 폄훼하려는 시도가 있는데 용납될 수 없다”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말이 출발점이었다. 21대 총선에서 180석 거여가 된 민주당은 결국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관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법을 만들어 냈다. 지난해 5월 이해찬 대표가 “표현의 자유 뒤에 숨어 5.18과 유공자들에 대한 가짜뉴스를 퍼트리고 왜곡하는 파렴치한 자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고 재점화한 것을 후임인 이낙연 전 대표가 그대로 이어받은 결과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추모사를 하다 눈물을 흘린 한 유가족을 위로한 뒤 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추모사를 하다 눈물을 흘린 한 유가족을 위로한 뒤 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중앙포토

이때도 “반(反)자유주의적”(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전체주의적 독재의 길”(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이란 비판이 쏟아졌지만 민주당은 거들떠보지 않았다. 대북 전단 살포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내리는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과 함께 처리돼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국제적으로 번지기도 했다.

최근 민주당에선 20대 국회에서 발의했다가 의석 부족으로 처리에 실패한 ‘제주 4·3 역사왜곡처벌법’을 재추진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친일·반일 구도는 상대 진영을 ‘친일’로 가두는 한편 우리 지지층은 결집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수도권 3선 의원)거나 “호남 지지층 결집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민주당 보좌관)이라는 등의 정치적 이유로 계속되는 시도다.

학계 “文정부, 의견·평가를 공권력으로 눌러”

그러나 표현의 자유 침해 입법 퍼레이드에 대한 반발 여론은 급속히 증폭되고 있다. 헌법학자인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권력이 역사를 규정하는 것이 결코 객관적일 수 없다”며 “다수의 독재, 횡포가 전형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학자인 안병진 경희대 교수는 “역사에 대한 왜곡은 입법이 아닌 공론의 장에서 걸러내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역사학자인 임지현 서강대 교수는 “독일에서도 ‘반(反)나치법’의 정당성을 두고 여전히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며 “역사를 의회 다수파의 주장에 따라 규정하고, 그와 반대되는 주장을 처벌하려는 법안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문재인 정부가 이른바 ‘역사 왜곡’이라고 규정하는 것들을 범법화함으로써 ‘정치적 지뢰밭’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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