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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게 둥글게''앞으로' 동요·가곡 작곡가 이수인 [1939~2021.8.2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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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과 동요를 작곡한 이수인 씨가 22일 향년 8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사진 한국동요문화협회

가곡과 동요를 작곡한 이수인 씨가 22일 향년 8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사진 한국동요문화협회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가면/온세상 어린이를 다 만나고 오겠네."
이런 가사의 '앞으로'를 비롯해 여러 동요와 가곡으로 이름난 작곡가 이수인씨가 8월 22일 별세했다. 82세.
“둥글게 둥글게 둥글게 둥글게/빙글빙글 돌아가며 춤을 춥시다/손뼉을 치면서 노래를 부르며/랄라 랄라즐거웁게 춤추자”라는 가사와 함께 어린이들이 손을 맞잡게 했던 ‘둥글게 둥글게’, “엄마 손잡고 나들이 할 때 먹어본 솜사탕/후 후 불면은 구멍이 뚫리는 커다란 솜사탕”이란 가사의 ‘솜사탕’ 등도 고인이 작곡한 동요다.
고인은 ‘내맘의 강물’ ‘고향의 노래’ ‘별’ ‘방울꽃’ ‘구름’ 등 가곡과 동요 각각 150여곡, 500여곡을 남겼다. 서정적 선율로 ‘동양의 슈베르트’라 불리기도 했다. ‘앞으로’는 1969년 미국 유인우주선 ‘아폴로’가 달에 착륙한 것을 기념한 윤석중 작사에 고인이 곡을 붙여 이듬해 발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요 500여곡, 가곡 150여곡 작곡 #시인 친구 엽서에 곡 붙인 '고향의 노래'등 #문인협회 '가장 문학적인 작곡가상' 선정

어린이합창단 이끌고 동요회 창립 

고인은 1939년 경남 의령에서 5남4녀 중 넷째아들로 태어났다. 음악으로 인도한 첫 스승은 가야금을 좋아했던 초등학교 교사 아버지였다. 아버지를 따라 마산에 정착한 뒤 2년이 채 안된 중학교 2학년 무렵 아버지를 여의었다. 교회 성가대 활동과 더불어 고물 바이올린이나 휘파람을 즐기며 작곡에 관심을 뒀다. 마산동중‧마산고를 거치며 시인 김춘수‧김상옥, 음악가 윤이상‧조두남 등을 스승으로 만났다.

1959년 서라벌예술대학 작곡과를 졸업하고 이듬해부터 마산에서 중·고교 음악 교사를 지냈다. 1965년 마산 어린이방송국 어린이합창단과 한국 최초 어머니합창단을 창단했다. 어머니합창단은 1967년 청와대에 초청돼 육영수 여사 앞에서 공연할 정도로 화제가 됐다고 한다.

시인 친구 엽서에 곡 붙인 '고향의 노래' 

1968년 KBS 어린이합창단 지휘를 맡으면서 서울로 상경했다. '고향의 노래'는 당시 친구이자 시인인 김재호 교사가 엽서에 적어 보낸 아쉬움의 글에 곡을 붙여 발표한 가곡이다. “국화꽃 저버린 겨울 뜨락에/ 창 열면 하얗게 무서리 내리고/ 나래 푸른 기러기는 북녘을 날아간다”란 가사다. 앞서 "바람이 서늘도 하여/뜰 앞에 나섰더니/서산 마루 하늘은/구름을 벗어나고"하는 이병기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가곡 '별'과 함께 대표곡으로 꼽힌다.

1981년 KBS 어린이합창단 단장을 맡고 1990년 동요 작곡가 단체 ‘파랑새창작동요회’를 창립해 이끌면서 한국 동요 문화 발전에 기여했다. 한국아동음악상(1978), 대한민국 동요작곡 대상(1988), 대한민국 5.5문화상 아동음악 부문(1996), 반달 동요대상(2000) 등을 수상했다. 1996년 한국문인협회가 제정한 ‘가장 문학적인 작곡가상’을 받기도 했다.

2006년 한국동요작사작곡가회 회장을 지냈다. 2010년 가곡 ‘만월’을 작곡하는 등 만년까지 왕성하게 작품활동을 했다. 저서로는『이수인 가곡집』,『한국서정가곡선』, 동요선곡집 『어린이 나라』, 『고음을 위한 이수인 서정가곡선』, 작곡집 『고향의 노래』, 2012년 펴낸 자서전 『내 맘의 강물』등이 있다.
유족은 수필가인 부인 김복임씨, 아들 문규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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