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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가진자 운좋게 살고…차승원표 코믹재난 '싱크홀'150만 돌파

중앙일보

입력

코믹 재난 영화 '싱크홀'은 11년만에 장만한 집이 500m 싱크홀 속으로 추락하며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다. '7광구' '타워' 김지훈 감독이 연출을, 배우 차승원, 김성균, 이광수, 김혜준 등이 주연했다. [사진 쇼박스]

코믹 재난 영화 '싱크홀'은 11년만에 장만한 집이 500m 싱크홀 속으로 추락하며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다. '7광구' '타워' 김지훈 감독이 연출을, 배우 차승원, 김성균, 이광수, 김혜준 등이 주연했다. [사진 쇼박스]

11년만에 마련한 우리집이 하루아침에 싱크홀로 추락한 ‘웃픈’ 상황이 150만 관객과 통했다.
차승원표 코믹 재난 영화 ‘싱크홀’(감독 김지훈)이 올해 한국영화 두 번째로 15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싱크홀’은 개봉 11일만인 21일 전국 13만 관객을 추가하며 누적 관객 152만을 기록했다.
류승완 감독의 액션 대작 ‘모가디슈’가 지난달 28일 개봉해 11일째 150만 관객을 넘은 데 이어서다. 지난 21일까지 269만 관객을 동원한 ‘모가디슈’가 올해 한국영화 흥행 1위, 이어 2위가 ‘싱크홀’이다.
특히 ‘싱크홀’은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지난해 2월 이후 무겁고 진지한 소재가 주를 이룬 극장가에서 소소한 웃음으로 차별화했다. ‘가족들과 휴가 대신 싱캉스(싱크홀+바캉스)’ 등 홍보문구로 가벼운 오락영화임을 내세워 개봉 첫 주말인 14일 25만, 15일 27만 등 이틀 연속 올해 한국영화 최다 일일 관객수를 경신했다.

영화 '싱크홀' 21일 관객 150만 돌파 #11년만에 장만한 집 500m 지하 추락 #무거운 코로나 극장가에 소소한 웃음 #재난 상황·CG 엉성하다 비판 엇갈려

차승원 "재난과 코미디 융합 궁금했죠" 

‘싱크홀’은 개봉 당일인 11일 0시 기준으로 발표된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가 사상 처음 2000명을 넘으며 흥행에 적신호가 켜졌던 터다.
19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주연 배우 차승원(51)은 “코로나19 방역 4단계로 심야시간대엔 (영화를) 못 보는 상황에서 굉장히 감사한 일”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흥행이) 안 될 것 같진 않았다. 제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잘 안 하는데 어떤 부모님이 ‘자녀들 데려가서 봤어요. 울다 웃다 했어요’라며 포스터 앞에서 인증샷 찍은 것이 기억에 남았다”면서 “재난과 코미디의 융합이 어떻게 펼쳐질까, 그것 때문에 선택했다”고 ‘싱크홀’ 출연 이유를 밝혔다.
영화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 애환을 건드리되 상황이 주는 웃음에 보다 집중했다. 영화 ‘신라의 달밤’ ‘선생 김봉두’ ‘귀신이 산다’ ‘이장과 군수’ 등 웃기다가 울리는 차승원표 소시민 코미디도 묻어난다. 차승원이 연기한 만수는 아내 없이 헬스장‧사진관‧대리운전 등 ‘쓰리잡’을 뛰며 10대 아들을 뒷바라지하는 잔정 많은 아버지. 그를 비롯해 이 영화에서 지하 500m 구덩이로 곤두박질친 ‘청운빌라’ 주인공들 대다수가 소시민이다.

'영끌' 내 집 마련, 남일 같지 않네  

'싱크홀'에서 상사의 새집 집들이에 갔다가 싱크홀에 빠진 이 대리(이광수). 회사 여자 후배를 짝사랑하지만 원룸에 사는 처지에 고백을 어떻게 하냐며 자조한다. [사진 쇼박스]

'싱크홀'에서 상사의 새집 집들이에 갔다가 싱크홀에 빠진 이 대리(이광수). 회사 여자 후배를 짝사랑하지만 원룸에 사는 처지에 고백을 어떻게 하냐며 자조한다. [사진 쇼박스]

극 중에서 ‘서울 시내 내 집 마련’ 목표를 직장생활 11년 만에 이룬 가장 동원(김성균)은 건물 곳곳의 균열과 기울어짐을 감지하지만, 하자가 알려지면 집값이 떨어진단 입주자들 주장에 침묵을 지키다 싱크홀로 떨어진다. 동원의 집에 집들이를 왔다가 같이 곤경에 처하는,  원룸 사는 김 대리(이광수)나 고용이 불안한 인턴사원 은주(김혜준)도 딱하긴 마찬가지다.
자기 소유 아파트를 보유한 극 중 인물이 사내 연애의 승자가 될 뿐 아니라 똑같이 집들이에 왔다가도 운 좋게 재난까지 피해 가게 되는 영화 속 설정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아파트 투자가 뜨거운 요즘 시대를 빗댄 듯 공감을 자극한다. 영화 개봉 후 대구와 경기 의정부에서 실제 싱크홀이 발생한 것도 극 중 상황에 몰입을 더했다.
반면 싱크홀 상황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 컴퓨터그래픽(CG) 효과는 아쉬운 편. 싱크홀 깊이가 500m로 설정된 것도 추상적인 이유였다. ‘7광구’ ‘타워’ 등 재난영화를 잇달아 연출해온 김지훈 감독은 “리딩하다 배우분들과 자연스레 말이 나왔다”면서 “인간의 힘으로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공간의 깊이, 까마득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시사 후 간담회에서 설명했다. 재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도 우연과 초인적인 활약이 어우러진 판타지에 가깝다.

"함께 울고 웃었다" VS "과학적 고증 1도 없다" 

'싱크홀'은 신축 빌라가 지하 500m로 뻥 뚫린 싱크홀로 곤두박질친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사진 쇼박스]

'싱크홀'은 신축 빌라가 지하 500m로 뻥 뚫린 싱크홀로 곤두박질친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사진 쇼박스]

2년 전 942만 흥행을 거둔 ‘엑시트’가 돈 없고 빽 없는 20대 청춘들의 유독가스 탈출기에 암벽등반 기술, 구조신호 등을 실감 나게 버무려 호평받은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신파를 덜어낸 소시민의 재난 탈출을 강조한 홍보전략은 ‘싱크홀’과 ‘엑시트’가 닮은꼴. 실제 21일 CGV‧롯데시네마 예매 데이터에 따르면 ‘싱크홀’의 연령별 관객은 ‘엑시트’와 같이 20대가 29%대로 가장 높았지만, 영화를 본 관람객 평가는 엇갈렸다. “차승원 코믹 연기 대가”(메가박스 예매 관객)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이 현재 재난형(?)이라 그런지 공감하며 함께 슬프고 함께 웃고 왔다”(네이버 예매관객) 등 초등학생까지 전 연령층이 가볍게 즐길만한 팝콘 영화란 호응도 있지만, “과학적 고증 1도 없는 영화”(네이버 예매 관객)라거나 “소방관은 걍 1등 관람객”(메가박스 예매관객)이라며 구조 활동 묘사가 허술한 데 대한 비판도 나왔다.

극장가 지원…'싱크홀' 손익분기점 200만관객

'싱크홀'의 본 관객 평가는 가벼운 팝콘무비로 볼 만하다는 호응과 이야기와 컴퓨터그래픽(CG) 등이 허술하다는 반응으로 엇갈린다. [사진 쇼박스]

'싱크홀'의 본 관객 평가는 가벼운 팝콘무비로 볼 만하다는 호응과 이야기와 컴퓨터그래픽(CG) 등이 허술하다는 반응으로 엇갈린다. [사진 쇼박스]

사람이 죽어 나가는 재난 상황에서 웃기가 힘들다는 반응도 있다.
차승원은 “매번 찍으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위급한 상황을 진심을 다해 연기하지 않으면 앞의 (코믹한) 상황도 다 이상하게 되기 때문에 균형을 잘 조절하자 생각했다”고 되짚었다. “이 영화 균형이 틀어졌다 이런거보다도, 만약 또 (코믹 재난 영화를) 한다면 코미디는 조금 걷어내고 재난의 급박함, 위험함이 인물들한테 더 주어지게 하면 좋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박스오피트 정상을 지켜온 ‘싱크홀’은 18일 황정민 주연 영화 ‘인질’이 개봉하면서 1위를 내줬지만, 손익분기점 도달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총제작비 100억 원대 이상인 ‘싱크홀’ ‘모가디슈’의 코로나19 속 흥행 부담을 나눠 지고자, 원래 반씩 나눴던 영화 티켓 매출을 총제작비 50% 회수 시점까지 전액 배급사에 지급하기로 하면서다. 이로 인해 ‘싱크홀’의 손익분기점은 약 200만 관객으로 줄었다고 투자‧배급사 쇼박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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