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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30 09:32:29

태국 무당·인도네시아 흑마술…확장하는 K호러, 연상호 "뉴욕서 굿하는 내용도"

중앙일보

입력 2021.08.09 12:49

엄지원, 정지소 주연 공포 스릴러 영화 '방법: 재차의'. 지난해 방영된 tvN 드라마 '방법'의 극장판으로, 김용완 감독이 연출을, '부산행' 감독 연상호가 각본을 맡았다. [사진 CJ ENM]

엄지원, 정지소 주연 공포 스릴러 영화 '방법: 재차의'. 지난해 방영된 tvN 드라마 '방법'의 극장판으로, 김용완 감독이 연출을, '부산행' 감독 연상호가 각본을 맡았다. [사진 CJ ENM]

나홍진 감독이 제작한 한국산 태국 공포영화 ’랑종‘(7월 14일 개봉, 감독 반종 피산다나쿤)이 개봉 한 달 만에 82만 관객을 동원하며 올해 한국영화 흥행 3위에 올랐다. ’모가디슈‘ ’발신제한‘에 이어서다. ’랑종‘은 태국말로 무당(ร่างทรง)이라는 뜻. 태국을 무대로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무당 가문의 비극을 그렸다. 이어 ’부산행‘ 감독 연상호가 각본을 맡아 지난달 28일 개봉한 오컬트 영화 ’방법: 재차의‘(감독 김용완, 이하 ’재차의‘)엔 인도네시아 주술꾼 ‘두꾼(Dukun)’이 등장해 되살아난 시체 ‘재차의(在此矣)’를 조종한다.

아시아 괴담 품고 세계로 가는 K호러
나홍진 제작 '랑종'엔 태국 무속신앙
'방법:재차의'는 인도네시아 흑마술
연상호 "해외 협업 게임까지 폭넓어져
뉴욕서 굿하는 내용도 만들어지고 있죠"

태국 무당·인도네시아 흑마술…아시아 괴담 흡수한 K호러 

아시아 이웃국가의 괴담을 흡수한 K호러가 잇따른다. tvN 드라마 ‘방법’의 극장판인 ‘재차의’는 조선 초기 문신 성현(1439~1504)이 쓴 수필집 『용재총화』 속 동양판 좀비 ‘재차의’에 인도네시아 흑마술을 결합했다. 한국 제약회사 비리를 파헤치는 줄거리에 기존 한국 공포물에서 보지 못한 색다른 주술 장면을 녹여냈다. “아시아의 요괴나 괴담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이야기를 고민했다”는 연 감독은 『용재총화』 속 다른 요괴들은 그 유래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 반면, 재차의는 ‘이 요괴는 미신 같은 것이라 우리가 처리했다’고만 다룬 것에 주목했다고 했다. “재차의는 외국에서 온 것인가, 생각하게 됐죠. 보통 시체를 되살리는 주술사가 흑마술을 쓰는데 아시아에 흑마술이 있는지 검색하다 보니 인도네시아 두꾼까지 연결됐죠.” 지난달 20일 ‘재차의’ 시사 후 기자간담회에서 그의 말이다.
이를 토대로 ‘부산행’ ‘킹덤’ 등 K좀비 움직임을 디자인한 전영 안무가가 참여해, 두꾼이 진흙 인형을 빚어 조종하는 시체 군단의 집단 군무 같은 대형 액션신으로 기존 좀비 액션과 차별화에 성공했다. 드라마 ‘방법’에 이어 메가폰을 잡은 김용완 감독은 “‘두꾼’을 이번 영화 하며 처음 들었는데 인도네시아의 무당 같은 존재더라”면서 “누군가를 해하는 목적의 두꾼, 산파 같은 두꾼, 귀복을 빌어주는 두꾼도 있었다. 보편적인 정서를 표현해 (인도네시아 문화가) 오해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그려냈다”고 했다.

영화 '방법: 재차의'에서 인도네시아 주술사 '두꾼' 역은 배우 채드 박이 맡았다. '소리도 없이' 홍의정 감독의 단편영화 '서식지'에서 배우 변희봉과 호흡을 맞춘 것을 비롯해 여러 독립영화에 출연했던 그는 '재차의'에서 대사 한 마디 없이 존재감을 발산한다. 특히 1, 2회차 촬영 후 두 달 만에 다시 촬영장에 나타났을 때 ‘두꾼’ 캐릭터를 보다 완벽하게 표현하기 위해 무려 20kg을 감량해 김용완 감독과 스탭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사진 CJ ENM]

영화 '방법: 재차의'에서 인도네시아 주술사 '두꾼' 역은 배우 채드 박이 맡았다. '소리도 없이' 홍의정 감독의 단편영화 '서식지'에서 배우 변희봉과 호흡을 맞춘 것을 비롯해 여러 독립영화에 출연했던 그는 '재차의'에서 대사 한 마디 없이 존재감을 발산한다. 특히 1, 2회차 촬영 후 두 달 만에 다시 촬영장에 나타났을 때 ‘두꾼’ 캐릭터를 보다 완벽하게 표현하기 위해 무려 20kg을 감량해 김용완 감독과 스탭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사진 CJ ENM]

‘랑종’을 연출한 태국 감독 반종 피산다나쿤도 “한국의 무속신앙과 태국의 무속신앙이 상당히 비슷한 점이 많다고 느꼈다”고 말한 바다. 제작자 나홍진 감독이 쓴 원안을 토대로 피산다나쿤 감독이 1년간 직접 태국 여러 지방 무당 30여명을 만나 조사한 결과에서다.

신선한 괴담, 정서적 공감대…1석 2조 전략

좀비 블록버스터 ‘부산행’ ‘반도’와 넷플릭스 좀비 사극 ‘킹덤’ 등 K호러가 극장에 이어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OTT)을 통해 호응을 얻으면서 새로운 소재를 찾는 한국 창작자들에게 이런 아시아 문화권 괴담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과 다른 역사‧사회적 배경 속에 각기 다른 개성으로 발달해왔으면서도 문화‧정서적 공감대를 공유한다는 점에서다. 한국 관객에겐 신선함으로, 아시아 각국 시장은 친근함으로 공략할 수 있는 1석 2조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20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2016~2020년 한국영화 완성작의 권역별 수출 비중에서 아시아 지역은 적게는 48.7%(2020년)에서 많게는 72.3%(2019년)까지 매해 50% 안팎의 한국영화 주요 시장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영화 '랑종'은 태국 산골마을,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무당 가문의 피에 관한 세 달간의 기록을 그린 영화다. [사진 쇼박스]

영화 '랑종'은 태국 산골마을,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무당 가문의 피에 관한 세 달간의 기록을 그린 영화다. [사진 쇼박스]

불교 승려의 퇴마의식을 내세워 지난달 2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190여 개국에 공개된 이성민 주연 오컬트 영화 ‘제8일의 밤’은 한국에선 공개 초반 잠시 넷플릭스 많이 본 콘텐트 순위 1위에 올랐지만, 색다른 소재에 비해 허술한 만듦새로 혹평받은 터. 오히려 주변 아시아 국가에선 필리핀 1위(이하 7일 스트리밍 사이트 순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 집계), 말레이시아·대만·태국·베트남 등에서 2위를 차지하며 호응을 얻었다. 신인 김형태 감독이 가상의 불교 설화를 상상해 각본을 겸한 이 데뷔작은 전직 승려 출신 퇴마사(이성민)가 부처의 봉인에서 풀려난 악귀에 맞서는 내용. 출시 당시 이성민은 “넷플릭스를 통해 아시아 불교 문화권 국가에서 관심을 둔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홍성아 영진위 말레이시아 통신원은 지난달 ‘공포영화를 중심으로 본 말레이시아 영화시장의 문화 산업적 의미’ 리포트에서 “불교 국가인 태국의 공포영화에서 승려가 악귀를 몰아낸다면,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는 이슬람 지도자가 꾸란 구절을 외우는 방식으로 구마 의식을 한다”면서 승려의 퇴마 장면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장르적으로 친숙하다는 점을 짚었다.

연상호 "OTT로 전세계에 나가다보니 검증 더욱 신경"

아시아 괴담을 품은 K호러 제작은 계속될 전망이다. 태국 영화 평균 순제작비의 두 배에 달하지만, 한국영화론 저예산인 23억원이 투입된 ‘랑종’처럼 동남아 현지 제작 영화의 경우 한국보다 제작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것도 이점이다.

오컬트 영화 '방법: 재차의' 각본을 쓴 연상호 작가. [사진 CJ ENM]

오컬트 영화 '방법: 재차의' 각본을 쓴 연상호 작가. [사진 CJ ENM]

연 감독은 직접 연출하는 넷플릭스 ‘지옥’, 작가로 참여한 티빙의 ‘괴이’ 등 국내외 OTT의 오리지널 호러 시리즈를 줄줄이 선보일 예정이다. 본지와 인터뷰에서 그는 “한국 콘텐트에 관심이 커지다 보니까 외국과의 협업도 훨씬 더 폭이 넓어진 것 같다”면서 “농담으로 뉴욕에서 무당이 굿하는 내용을 만들면 어떨까 얘기한 적이 있는데 그게 실제로 만들어지고 있다. 아직 공개하긴 이르지만” 하고 밝혔다. 또 K호러가 주목받는 만큼 더 많은 검증이 필요해졌다고 했다. “넷플릭스 ‘지옥’ 같은 작품도 전 세계에 동시에 나가다 보니까 미묘한 부분이 있어요. 요즘 ‘문화적 전조’라고 표현하잖아요. 우리가 생각지도 못하게 했던 것들이 다른 문화를 훔쳐와서 사용하는 거로 느낄 수 있기에 굉장히 신경 쓸 수밖에 없죠. 그런 부분에 대해서 예전보다 훨씬 많은 방식으로 확인하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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