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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카불 공항 탈출 또다른 악재…IS 위협까지 덮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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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에서 미군과 영국군 병력이 아프간 주민들의 대피를 돕고 있다. [AP=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에서 미군과 영국군 병력이 아프간 주민들의 대피를 돕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인과 이들을 도운 현지인들을 아프가니스탄에서 모두 안전하게 대피시키겠다고 장담했지만 곳곳에서 암초를 만나고 있다.

미 당국, IS 공항 폭탄 테러 가능성 감지 #"미국인들 당분간 공항으로 이동 자제" #하루 대피 3800명…9000명 계획 못 미쳐 #바이든 주말 윌밍턴행 취소, 백악관 회의

대피 작전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위협까지 더해진 것이다.

21일(현지시간)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관은 성명을 내고 "당국이 개별적으로 알린 게 아니라면 공항으로 이동하지 말고, 공항 출입구도 피할 것을 미국 시민들에게 권고한다"고 밝혔다.

대사관은 "잠재적 보안 위협 때문"이라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위협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상황에 변화가 있으면 연락을 하겠다"고 만 말했다.

이 위협은 IS가 아프간 내의 미국인을 공격할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라고 AP통신이 미 고위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카불 공항 주변과 활주로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향해 차량폭탄 혹은 자살폭탄 테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CNN은 "박격포 공격 역시 여러 가능성 중 하나"라며 "국방부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공항 주변을 감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래서 지금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피해 공항 출입구에 이를 수 있는 대체 경로를 마련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날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도 기자회견에서 "현지 보안 상황이 상당한 우려에 휩싸여 있다"고 인정했다.
커비 대변인은 카불 시내에 있는 미국인들을 구출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검토하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미군을 동원할 수 있다고도 했다.
실제 전날에도 육로를 피해 3대의 치누크 헬리콥터를 이용, 시내 호텔에 모여 있던 미국인 169명을 구출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백악관 대국민 연설에서 "(아프간에서) 집에 오길 원하는 어떤 미국인도 집으로 데려다주겠다"고 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백악관 대국민 연설에서 "(아프간에서) 집에 오길 원하는 어떤 미국인도 집으로 데려다주겠다"고 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20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미국인과 아프간인의 안전한 대피를 약속했다.
"우리는 집에 오길 원하는 어떤 미국인도 집으로 데려다주겠다"며 "미국을 지원한 모든 아프간인을 대피시키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피 작전을 두고 "역사상 가장 어려운 공수작전 중 하나"라면서 "총사령관으로서 필요한 모든 자원을 동원하겠다"고도 했다.

탈레반을 향해서는 이런 작전을 방해할 경우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는데, 예상치 못했던 IS의 위협까지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달 말까지 끝내기로 한 대피 작전도 계획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탈레반의 카불 진격 이후 현재까지 아프가니스탄을 떠난 현지인·외국인이 2만6500명이 넘는다.

그동안 카타르의 알 우데이드 공군기지 등에 이들을 수용했는데, 피난민이 계속 늘면서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그러자 행선지가 마땅치 않아 비행기가 있어도 띄울 수 없는 '병목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행크 테일러 미 합동참모본부 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24시간 동안 군용기와 전세기를 띄워 3800명을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24시간 동안 내보낸 6000명에 비해 상당히 줄어든 수치다. 게다가 당초 하루 최대 9000명으로 잡았던 목표에도 턱없이 모자란다.

상황이 이렇자 바이든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 후 곧장 델라웨어 윌밍턴 자택에서 주말을 보내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백악관에 머물렀다.

자국민 1만5000여 명이 사지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데 자신은 집에 가느냐는 폭스뉴스 등의 비판이 이어지던 터였다.
지난주 카불이 탈레반 수중에 들어가는 급박한 순간에도 대통령 전용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휴가를 보내다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외교안보팀을 소집해 IS의 테러에 대한 대비책과 아프간 대피작전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회의에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외교·안보·정보 수장이 모두 모였다.
동남아 순방에 나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화상으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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