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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男 사망케한 50대女 징역 5년…유족 “가스라이팅에 의한 살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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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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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 관계이던 80대 남성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50대 여성이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피해자 유족은 “가스라이팅을 당한 후 살해당했다”며 보다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안동범)는 지난 12일 열린 A(57)씨의 상해치사 등 혐의 선고 공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판결문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4년 B씨와 내연 관계로 발전했다. 이들은  2018년 6월에는 “두 사람은 동거하고, A씨는B씨가 90세까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호한다. 그 대신 B씨는 2018년 10월 31일까지 A씨에게 주택 매입 용도로 사용할 1억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했다. A씨는 각서의 내용을 준수하는 것을 전제로 같은날 B씨로부터 “2018년 10월 31일까지 1억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약속어음을 받았다.

두 사람은 2018년 7월에도 각서를 작성했다. A씨가 1억원을 오로지 B씨와 동거할 주택을 매입하여야 하고, 주택을 10년간 타인에게 양도하지 못하고, B씨를 폭행하지 않는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후 A씨는약속어음에 따라 2018년 11월 9일 B씨 소유 부동산에 대해 강제경매를 신청했고 다음 날 강제경매 개시 결정이 내려졌다. 그러나 B씨 측은 약속어음이 2018년 6월 작성된 각서를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무효라고 주장했고, 이에 A씨는 B씨를 자신의 주거지로 불렀다.

B씨는A씨의 주거지에 방문해 강제경매 절차를 취하해 달라고 요청했고, 화가 난A씨는B씨의 머리를 문틀에 수회 내리쳤다. 의식을 잃은 B씨는 30분 동안 방치돼 사망했다. 당시 A씨는 “빨래 때문에 옥상에 있다가 내려와 보니 B씨가 문짝에 부딪혀서 의식이 없다”는 취지로 119에 신고했다. 구급대가 도착했으나 B씨는 결국 숨졌다.

A씨는 재판에서 “B씨에게 상해를 가한 적이 없고 상해의 고의도 없었다”, “B씨의 자해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건강이 좋지 않았던 피해자가 뒷머리에 7개의 좌열창 상해가 발생할 정도의 강력한 힘을 행사해 스스로 2~3회 문지방 틀에 부딪혀 자해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1회 충격만으로 피해자는 기절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119에 신고하기 전까지 약 30분을 지체한 점 등을 종합할 때 A씨가 상해를 가하고 방치해 사망하게 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한 “각서에 A씨가 B씨를 폭행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된바 A씨가 그동안 어떠한 방식으로든 완력을 행사한 사실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족 “가스라이팅하다 살인, 형량 가볍다”

B씨의 유족은 형량이 지나치게 가볍다고 반발하고 있다. 유족 측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버지가 A씨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하다가 억울하게 돌아가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족 측은 “징역 5년은 너무 낮은 형량이다. B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기사 수정(8월 24일 13:00)=피해자 유족과의 통화 등 후속 취재로 확인한 사실, 판결문 내용을 추가 반영해 제목과 기사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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