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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로 한 방에 정리 끝…두 백전노장 쥔 요술방망이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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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승욱 정치팀장의 픽: 이해찬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주자 지지율 선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이해찬 전 대표에게 단단히 신세를 졌다. 여당 내에 평지풍파를 부른 '황교익 사태'를 거치면서다. 황 씨의 기상천외한 독설이 정치권을 흔들며 그를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발탁한 이 지사가 코너에 몰렸다. 내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정치적 타격은 고스란히 이 지사의 몫이 되는 상황, 그렇다고 “자진사퇴는 없다”며 펄펄 뛰는 황 씨를 이 지사가 멈춰 세우기도 무리였다.

지난해 6월 당시 이해찬 민주당 대표(왼쪽)가 당 대표 회의실에서 김종인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지난해 6월 당시 이해찬 민주당 대표(왼쪽)가 당 대표 회의실에서 김종인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캠프 내부의 위기감은 밖으로 알려진 것 보다 훨씬 컸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이해찬 전 대표가 해결사로 등장했다. 19일 이 전 대표에게서 위로 전화를 받은 황 씨의 마음이 움직였고,그는 결국 20일 스스로 사퇴를 결행했다.

이 전 대표 본인이 직접 밝힌 적은 없지만 그동안 민주당 주변에선 "이 전 대표의 마음은 이 지사 쪽"이란 관측이 많았다. 친노, 친문계 좌장 역할을 한 이 전 대표는 '비 문재인계 출신'인 이 지사에겐 큰 방패막이가 될 수 있다. 향후 친문들이 이 지사를 더 거세게 흔드는 결정적 고빗길에 이 전 대표가 해결사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낼 가능성도 있다.

범 야권 1위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도 비슷한 존재가 있다. 재등판론이 도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다. 당 내에서 전략가로 꼽히는 김재원 최고위원이 “당에 갈등을 조정할 어른이 없다”며 바람을 잡았다. 처음엔 김 전 위원장과 거리를 두는 듯 했던 윤 전 총장도 최근엔 그를 자주 찾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의 사무실을 찾아가고, 오찬을 함께 하며 정치적 조언을 구했다.

이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김 전 위원장 본인은 부인하지만, 정치권에선 "야권 지지율 1위인 윤 전 총장쪽으로 그의 마음이 기울었을 것"이란 말이 꽤 돌고 있다. 실제로 ‘김종인 칠드런’으로 불리는 인사 몇 명이 윤석열 캠프에서 직함을 갖고 있다.

사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의 고민과 약점을 커버해 줄 해결사로서의 요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엉성한 캠프 운영과 잇따른 실언으로 지지율 손해를 본 정치 초년생 입장에선 '백전 노장 킹 메이커’의 조언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처럼 머리와 가슴에 꽂힐 것이다.

‘경제 민주화’로 쌓아온 김 전 위원장의 중도 확장성, 호남에서의 경쟁력도 윤 전 총장에겐 부러운 무기다. 만약 윤 전 총장이 본선에 진출해 여당 후보와 중원 땅을 겨루게 된다면 더욱 그렇다. 게다가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 진영에게 당장의 골칫거리인 이준석 대표와도 가까운 사이다.

황교익 사태를 한 방에 잠재운 이 전 대표, 윤 전 총장에게 줄 종합선물세트를 들고 선 김 전 위원장은 갈 길이 멀고 급한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에게 '요술 방망이'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고, 신세는 반드시 갚아야 한다. 당장의 요술 방망이가 훗날 혹독한 계산서로 돌아올 수도 있다. 손을 내미는 사람도, 도움을 주는 사람도 철저하게 계산 속에 움직이는 게 정치판의 생리인데, 이들이 벌이는 밀당의 결말은 과연 해피엔딩일까.

1988년 총선에서 격돌한 뒤 33년을 으르렁대온 이해찬-김종인 두 사람의 악연까지 뒤얽혀 있어 결말이 더욱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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