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엽 금 딴 것도 저 바위 때문이래" 유명세 탄 그곳 정체 [e즐펀한 토크]

중앙일보

입력 2021.08.21 06:12

업데이트 2021.08.22 23:23

지난 19일 오후 대구 팔공산 갓바위. 근엄하게 가부좌를 튼 갓바위 부처상 아래 마련된 260여㎡의 공간에서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이 쉼 없이 불경을 따라 외우고 있었다. 자녀의 증명사진과 불교 경전을 옮겨 적은 사경(寫經)을 올려두고 108배를 올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e즐펀한 토크] 백경서의 갱상도 허스토리

수능을 D-100일을 하루 앞둔 지난 9일 오후 경북 경산시 와촌면 팔공산 갓바위에서 학부모와 수험생이 기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능을 D-100일을 하루 앞둔 지난 9일 오후 경북 경산시 와촌면 팔공산 갓바위에서 학부모와 수험생이 기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만난 70대 노부부는 “손녀의 대학 합격을 기원하러 부산에서 왔다”며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뚫고 갓바위까지 올라왔다”고 했다. 노부부는 “더운날 참배를 하려니 조금 답답하긴 하지만 마스크를 절대 벗지 않았다”며 “혹시나 손녀에게 코로나19를 옮길 수 있어서다”라고 말했다.

김지희(49·대구 중구)씨는 “둘째 아들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도록 기도했다”며 “첫째 수능 때도 100일 전부터 매일 갓바위를 찾아 기도했는데 원하는 대학에 갔다. 간절히 기도하면 정말 소원을 이뤄주시는 것 같다”고 했다.

대구 팔공산 갓바위에서 학부모가 수험생 자녀의 입시 성공을 기원하고 있다. [중앙 포토]

대구 팔공산 갓바위에서 학부모가 수험생 자녀의 입시 성공을 기원하고 있다. [중앙 포토]

팔공산 갓바위는 팔공산의 남쪽 봉우리인 해발 850m 관봉 아래 있다. 가장 가까운 코스로 알려진 경북 경산 관음휴게소에서 출발하는 코스도 40분~1시간가량 등산을 해야 도착한다. 이날 오후 비가 내렸지만, 수험생을 둔 많은 학부모가 이곳을 찾아 기도를 올렸다.

바위의 갓, 대학 학사모처럼 생겨 ‘수능 기도 명당’

팔공산 갓바위의 정식 명칭은 관봉석조여래좌상(보물 제431호)이다. 부처가 갓을 쓰고 있는 모습을 한 바위라고 해서 갓바위 부처로도 불린다. 받침대를 포함한 불상의 전체 높이는 6m 정도다. 불상의 머리에 두께 15㎝, 지름 180㎝의 넓적한 돌이 얹혀 있는 독특한 형상이다. 불상의 무릎 너비는 3.2m에 달한다.

대구 팔공산 갓바위. [사진 대구시]

대구 팔공산 갓바위. [사진 대구시]

팔공산 갓바위는 오래전부터 영험한 부처로 알려져 있었다. 누구나 이 불상 앞에서 정성껏 기도하면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서다.

갓바위 옆에는 “한가지 소원은 꼭 들어주시는 갓바위 약사여래불께 기도를 올려 보세요. 한 방울씩 떨어지는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당신의 소원은 꼭 이뤄질 것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실제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 김재엽 유도 선수의 어머니가 팔공산 갓바위에서 100일 기도를 올렸다고 해서 유명세를 탄 적이 있다.

수능 기도 명당으로 알려진 건 바위의 갓이 대학의 박사모처럼 보여 대학 입시에 영험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란 믿음을 주기 때문이다.

팔공산 갓바위는 통일신라시대 선덕여왕 7년(638년) 원광법사의 수제자 의현대사가 어머니 넋을 기리기 위해 돌을 쪼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지금은 반대로 부모가 자식을 위해 기도하는 야외 도량(道場)이 됐다.

굳게 다문 입술이 근엄하게 느껴지는 갓바위 부처의 시선이 동남쪽인 부산·울산·경남지역을 향하고 있다고 해서 유달리 그 지역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수능 당일에는 해가 뜨지 않은 오전 4시만 돼도 이미 자리가 꽉 찰 정도다.

1996년 수능을 한달 앞두고 팔공산 갓바위에 학부모들이 기도를 드리고 있다. [중앙포토]

1996년 수능을 한달 앞두고 팔공산 갓바위에 학부모들이 기도를 드리고 있다. [중앙포토]

팔공산자연공원갓바위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과 비교하면 방문객 수는 절반가량 줄어든 상태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인 2019년 한 해에는 221만6000여 명이 찾았다.

팔공산자연공원갓바위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수능이 100일 정도 남았을 때면 아침부터 학부모들이 절을 하러 온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로 어려움이 있었던 만큼 부모 마음은 더 간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수능 D-89…전국의 수능 기도 명당은

어사 박문수를 비롯한 많은 선비가 과거를 보러 올라가 합격 소식을 듣고 온 ‘연풍새재 과거길’도 수능이 다가올수록 학부모들이 많이 찾는 기도 명당이다. 충북 괴산군 연풍새재에 있는 옛길인 이곳은 영남 지역에서 한양으로 과거 시험을 보러 가던 선비들이 가장 많이 찾았던 길이라고 전해진다.

과거 한양 가는 길은 남쪽 추풍령(秋風嶺)과 북쪽 죽령(竹嶺)도 있었으나, 추풍령을 넘으면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죽령을 넘으면 대나무처럼 미끄러진다는 속설이 있어 연풍새재길이 인기였다고 한다.

이 길은 그동안 문경새재에 가려졌다가 2013년 콘크리트 포장을 걷어내고 옛 과거 길인 흙길로 복원해 숲과 자연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길로 재탄생했다.

충북 괴산군 연풍새재길. [사진 괴산군]

충북 괴산군 연풍새재길. [사진 괴산군]

경북 영천시 북안면에 위치한 ‘돌할매공원’도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해서 입시 철이면 학부모들이 찾는 대표적인 기도 명당이다. 돌할매공원에 가면 자그마한 사당 안에 타조알 모양의 돌 하나가 놓여 있다. 무게 10㎏, 지름 25㎝의 화강암 ‘돌할매’다.

이 앞에서 향초를 피우고 소원을 말한 뒤 돌할매를 들어 올릴 때 돌할매의 무게가 처음보다 무겁거나 들리지 않으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한다. 수능 날이면 학부모들이 이 돌할매에 자녀의 수능 대박을 기도하기 위해 30분간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다.

이외에 조선시대 승려 진묵대사 어머니의 묘가 있는 전북 김제시 만경읍 유양산에 자리한 ‘성모함’도 수능 기도 명당이다. 진묵대사가 자신의 어머니 묘에 풀을 뽑아주면 1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말이 전해져 내려와 입시철에 학부모들이 많이 찾는다.

서울 관악산 연주대 불꽃바위 위의 응진전과 연주암의 효령각, 경남 합천군 해인사, 경기 안성시 칠장사 등도 수능 기도 명당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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