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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똥집 맛" 美 대사도 "꼬끼오" 외치는 치킨성지 비밀[e즐펀한 토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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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후 대구시 동구 평화시장 입구. 주황색 닭 그림이 그려진 입간판을 끼고 시장 안으로 들어가자 '닭똥집' 이라고 쓰인 식당들이 나타났다. 시장 골목 2㎞ 사이를 두고, 닭똥집 전문점 22곳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대구 닭똥집 골목이다.

[e즐펀한 토크] 김윤호의 달구벌 이바구

골목 입구에 위치한 '똥집 나이트' 이원우 사장은 "1970년대 치킨을 하고 내다 버리던 닭똥집을 슬쩍 볶거나 튀겨 술안주로 낸 것이 닭똥집 요리의 시작"이라며 "이후 맛과 똥집이라는 재미가 더해져 국내외 셀럽들까지 찾는 대구 명소가 됐다. 50년째 똥집 맛 하나로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치맥페스티벌 캐릭터 '치야와 치킹'. 연합뉴스

대구치맥페스티벌 캐릭터 '치야와 치킹'. 연합뉴스

닭똥집은 닭 한마리에 40g 정도 나오는 닭의 소화기관인 모래집(근위)을 뜻하는 식재료다. 쫄깃쫄깃한 식감에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대구 닭똥집 골목의 명물은 ‘똥집 튀김’. 꼬들꼬들한 닭똥집이 튀김옷을 입었다. 양념 똥집, 간장 똥집, 반반 똥집, 볶음 똥집 등 응용 똥집 요리도 다양하다.

이렇게 닭똥집 골목이 딱 버티고 있는 대구는 알고보면 곳곳이 '치킨 성지(聖地)'다.

달구벌 이름부터 '치킨' 

대구의 닭똥집 골목 입구. 김윤호 기자

대구의 닭똥집 골목 입구. 김윤호 기자

'달구벌' 대구라는 이름부터 '치킨'에서 유래했다. 대구의 옛 이름인 달구벌은 '닭'에서 유래한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달구벌의 '달구'를 닭의 경상도 방언인 '달구'로 보는 견해다. 또 달구벌과 관련해 신라와의 연관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과거 대구·경북에 있던 신라. 이 신라의 국호 가운데 하나가 계림(鷄林·닭수풀)이다. 신라 시조 박혁거세도 계정(鷄井) 옆 알에서 태어났고, 그의 왕비 알영도 계룡(鷄龍·닭의 형상을 한 용)의 옆구리에서 태어나 입에 닭 부리가 달려 있었다고 설화로 전해진다.

대구치맥축제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치맥을 즐기고 있다. [사진 대구시]

대구치맥축제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치맥을 즐기고 있다. [사진 대구시]

경주 김씨 시조인 김알지는 시림(始林)의 나무에 걸려 있는 황금 상자 안의 알에서 태어났는데 그 나무 아래 흰 닭이 울고 있었다고 해서 시림을 계림(鷄林)으로 개칭했다는 설화도 있다. 삼국유사에선 인도인이 신라를 가리켜 '구구탁예설라(矩矩托禮說羅)'라 불렀다고 한다. '구구탁'은 닭을 뜻하고 '예설라'는 귀하다는 뜻이다. 신라가 '닭을 귀히 여기는 나라'라는 말이다.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 대구서 출발

대구는 치킨 프랜차이즈로도 명성이 높다. 교촌치킨, 호식이 두마리 치킨, 멕시카나, 멕시칸치킨, 처갓집 양념치킨, 땅땅치킨, 스모프치킨, 또이스치킨, 종국이두마리치킨, 별별치킨, 치킨파티 등 유명 치킨 브랜드가 대구에서 시작됐다.

1985년 대구시 동구 효목동에서 시작한 멕시칸치킨(당시 계성통닭)이 대구지역 1번 치킨 프랜차이즈로 알려져 있다. 2평짜리 구멍가게에서 시작한 멕시칸치킨은 전국 1780여 개 점포로 확장됐다. 40여년 간 멕시칸치킨에서 파생된 업체만 70여 개다.

대구에 있는 치킨체험테마파크 '땅땅랜드'. [사진 대구시]

대구에 있는 치킨체험테마파크 '땅땅랜드'. [사진 대구시]

1991년 3월 대구와 인접한 경북 구미시에서 '교촌통닭'으로 시작한 교촌치킨, 1999년 대구에서 창업한 호식이 두 마리 치킨도 대구에서 탄생했다. 교촌치킨은 이전까진 볼 수 없었던 간장 맛을 선보여 인기몰이에 성공하면서 해외에까지 진출했다.

호식이 두 마리 치킨은 '두 마리 치킨' 시대를 열었다. 1989년 문을 열어 2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멕시카나, 양념 통닭 하면 떠오르는 처갓집 양념치킨, 대구 토종 브랜드에서 시작해 전국 300여 개 가맹점을 둔 업체로 성장한 땅땅치킨도 대구에서 탄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 전 한 해 6만여명이 찾은 치킨체험 테마파크 '땅땅랜드'도 대구에서 운영 중이다.

대구 근현대사와도 함께 해온 '닭'

대구 치맥페스티벌에 참가한 전 주한 미 대사 리퍼트. [사진 대구시]

대구 치맥페스티벌에 참가한 전 주한 미 대사 리퍼트. [사진 대구시]

대구의 근현대사에도 닭, 치킨은 늘 함께했다. 1907년 제작된 대구시 전도를 살펴보면 조선 3대 시장이었던 대구 서문시장에 닭을 파는 곳이 있었다. 전체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컸다.

한국전쟁 이후 대구시 수성구 황금동 일대를 중심으로 산란계 사육농장과 부화장, 도계(屠鷄)장 등이 들어서면서 닭 산업 발전의 기반이 마련됐다고 한다. 영남지역 산업 투자가 활발히 일어나면서 대구와 구미, 포항 등지의 소비 인구가 많았기 때문이다.

닭똥집 요리 한접시에 고구마 튀김, 닭다리 튀김이 더해졌다. [대구 동구청]

닭똥집 요리 한접시에 고구마 튀김, 닭다리 튀김이 더해졌다. [대구 동구청]

계육 가공회사도 70년대 대구 칠성시장을 중심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70~80년대 칠성시장 청과물 상가 주변엔 닭 내장 볶음집이, 수성못 주변에는 닭발집이, 동구 평화시장엔 닭똥집(닭모래집) 골목이 형성됐다.

대구의 대표 관광상품은 '치킨' 

대구를 대표하는 관광상품도 '치킨'이다. 대구에선 2013년부터 '치맥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치맥'은 치킨과 맥주를 합친 말이다. 치맥 페스티벌엔 한해 보통 전 세계에서 100만 명의 관람객이 찾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치맥 페스티벌 개최 소식을 접한 이들이 치킨 성지 대구로 몰려들면서다.

축제장에선 100여개 치킨·맥주 업체가 참여해 200여개 부스를 운영했다. 주한 미 대사도, 일본 영사, 중국 외교관 등도 대구를 찾아 "꼬끼오"라고 외치며 치킨과 맥주를 즐겼다. 코로나19 확산 전까진 매년 여름 열렸는데, 올해는 가을 개최를 계획 중이다.

대구 남문시장 '진주통닭'이 자랑하는 제삿닭. [사진 대구시]

대구 남문시장 '진주통닭'이 자랑하는 제삿닭. [사진 대구시]

대구시는 '치킨'을 이번 여름의 디지털 관광상품으로도 만들었다. ‘대구 라이브(Live) 치킨투어다. 관광가이드가 온라인 화면에 나와 실시간으로 고객과 소통하면서 여행 코스를 가상으로 관광할 수 있도록 한 상품이다. 대구치맥페스티벌의 생생한 현장 모습과 치킨만들기 체험 등을 디지털로 소개한다.

치킨 성지답게 대구엔 치킨 맛집도 많다. 옛날 방식 그대로 기름 팔팔 끓는 가마솥에 닭 한 마리를 통째로 넣어 튀겨내는 '제삿닭' 스타일의 '진주통닭(대구 남문시장)', 동성로 한가운데 있는 야채찜닭 맛집 40년 전통의 '원주통닭', 대구 종로 '넘사벽' 양념치킨 '뉴욕통닭' 등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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