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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380 멸종, 하늘길 공룡시대의 종말…항공기도 '가성비 시대'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1.08.21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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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전문기자의 촉: 비행기와 가성비

대한항공이 보유한 A380 여객기. [사진 대한항공]

대한항공이 보유한 A380 여객기. [사진 대한항공]

 1990년대 중반 세계적인 항공기 제작사인 미국 보잉사와 유럽 에어버스는 큰 화두를 두고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향후 항공기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였는데요.

 어떤 답을 찾아내느냐에 따라 신기종 개발이 달려 있었던 겁니다. 회사의 성패가 걸린 문제이기도 했는데요. 에어버스는 답안지에 '대량 수송을 통한 비용 절감'을 적었습니다.

 항공사들이 각 지역 공항에서 허브(Hub)공항으로 승객을 모아온 뒤 초대형 여객기로 한 번에 최대한 많이 다른 공항까지 수송한다면 그만큼 운영 비용이 절감된다는 계산이었습니다. 여객기를 여러 대 띄우는 대신 한 비행기에 모아서 갈 수 있기 때문인데요.

 에어버스 '대량수송, 보잉 '시간 절감' 

 이를 항공업계에선 '허브앤스포크(Hub&Spoke)' 방식이라고 부릅니다. 각 소형 공항에서 허브공항으로 승객을 모아오거나 반대의 과정이 꼭 자전거 바큇살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용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허브앤스포크 방식. [자료 위키백과]

허브앤스포크 방식. [자료 위키백과]

 그래서 개발한 것이 최대 800명까지 태울 수 있는 현존하는 최대 여객기인 A380입니다. 항공사에 따라 다르지만 일등석과 비즈니스석, 일반석으로 나눠 꾸미고 편의시설 등을 넣으면 실제 탑승 인원은 400명대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보잉사는 '직결을 통한 시간 절감'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허브공항에 가서 환승하기보다는 각 지역 공항에서 목적지 공항까지 논스톱 비행에 대한 수요가 늘 것으로 본 건데요. 환승 대신 직항이 된다면 그만큼 시간 절약이 가능하단 겁니다.

 거대 A380과 첨단 B787 각각 개발  

 이를 위해서는 대형항공기보다는 작지만 빠르고, 적은 연료로 보다 먼 거리를 비행할 수 있는 '가성비' 높은 항공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개발한 것이 B787 시리즈입니다.

 탄소복합소재로 만든 이 여객기는 최대 항속거리가 1만 4000㎞에 달해 기존에 중·소형 항공기로는 한 번에 갈 수 없었던 구간까지 영역을 넓혔는데요. 공항 간을 바로 연결하는 방식, 이른바 '포인트 투 포인트(Point to Point)' 전략에 걸맞은 항공기인 셈입니다.

대한항공이 보유한 B787-9 여객기. [사진 대한항공]

대한항공이 보유한 B787-9 여객기. [사진 대한항공]

 이들 두 제작사가 내놓은 항공기들은 나름 항공사들의 적지 않은 선택을 받았지만 몇 년 새 어느 정도 승부가 난 모양새입니다. 지난 2019년 에어버스는 "2021년을 끝으로 A380의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가성비 낮은 A380, 올해로 생산 중단  

 A380을 팔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주문이 없어 생산을 유지할 근거가 없어졌다는 이유였습니다. 항공사들이 초대형 항공기를 외면한다는 얘기인데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보잉의 예측대로 환승보다는 직항이 대세로 자리를 잡은 탓에 초대형 항공기의 좌석을 제대로 채우기도 버거워진 게 큰 요인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또 A380은 연료비와 주기료 등 운영비용이 상당히 많이 들어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항공업이 호황일 때는 괜찮지만 어려울 때는 꽤 부담스러운 상황일 수 밖에 없는데요.

 대한항공 "10년 내 A380과 B747 퇴출"  

 인천공항에서 미주를 갈 때 A380에 넣는 기름값만 2억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같은 미주를 간다고 할 때 B777이나 A350에 비해 2.3~3배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한마디로 A380 같은 초대형기는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얘기인데요. 이 때문에 루프트한자, 에어프랑스, 싱가포르항공 같은 세계적 항공사들이 A380 운항을 영구 중단하고 중형기로 기단을 재편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10년 B747을 퇴출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대한항공]

대한항공은 10년 B747을 퇴출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대한항공]

 마침 국내에서도 맥을 같이 하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20일 글로벌 항공 전문지인 '플라이트글로벌'과의 인터뷰에서 "A380을 5년 내 기단에서 퇴출하고, B747-8i도 10년 내 퇴출할 것”이라고 말한 건데요.

  빠르고 효율높은 B787로 장거리 대체  

 조 회장이 명확하게 퇴출 사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항공업계에서는 결국 가성비가 주요 이유일 것으로 해석합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제 한 비행기에 400명씩 싣고 다니기에는 효율이 떨어진다"고 말합니다.

B737 맥스. [로이터]

B737 맥스. [로이터]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항공시장의 미래도 고려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진정된다 해도 예전처럼 여객수요가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예상이 많습니다.

 결국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대한항공도 초대형기 대신 B787, B737 맥스 등 중·소형기로 기단을 재편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요. 한편으론 항공업계의 거센 변화에 밀린 '하늘을 나는 궁전' A380과 '점보여객기' B747의 퇴장이 씁쓸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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