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씨 남긴채 “일단 정상화”/6개월만에 급한불 끈 세종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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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수업거부 호응줄자 학생회 후퇴/유급대상자 구제등 여전히 쟁점
사상초유의 대량유급사태를 앞두고도 혼미를 거듭하던 세종대는 26일 학생들이 수업참가를 결의함에 따라 6개월간의 분규가 일단 해결됐다.
총학생회측이 「총장선출에서의 학생참여」가 보장되지 않는한 절대로 수업거부를 풀지 않겠다는 강경입장에서 후퇴,「선정상화 후쟁점논의」로 물러선 것이다.
이러한 결정은 2학기들어 학생들 사이에 장기화된 학내분규에 대한 염증이 일반화되기 시작했고 총학생회측의 예상과는 달리 대량유급이 현실화됨에 따라 총학생회에 대한 불신감마저 팽배해 많은 학생들이 속속 수업에 참여하는 「대세」를 막을수 없었기 때문.
수업참가결정 하루전인 25일 이미 수업률이 76%를 넘어선데다 등록률과 수강신청률 역시 82.5%와 96.5%를 나타내 수업정상화는 기정사실화된 실정이었다.
총학생회측은 이런 상황에서 뚜렷한 대안없이 수업거부를 강행할 경우 근근이 지탱해왔던 투쟁대열이 완전히 흐트러져 학내운동의 구심점으로서의 자신들의 위상마저 흔들리게 된다는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의 수업참가결정이 최대쟁점인 「학생들의 총장선출참여」요구는 물론 해직교수 복직 및 유급자 전원구제 등 주요 요구를 거의 관철시키지 못한채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총학생회측은 계속 궁지에 몰리게될 가능성이 많다.
총학생회측은 당초 재단과 문교부측이 어떻게든 수업정상화를 해야한다는 여론에 밀려 결국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할수 밖에 없으리라고 잘못 판단했고 1학기에는 수업거부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여준 대다수 학생들이 쉽게 등을 돌릴 가능성은 예상치 못했었다. 총학생회측이 수업거부라는 최후의 카드를 사용했는데도 재단과 문교부측이 오히려 더욱 강경해지는 바람에 더이상 효과적인 투쟁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학생측의 이같은 「상처만 남긴 후퇴」에도 불구,그동안의 투쟁을 통해 ▲주영하ㆍ최옥자 재단이사장부부의 퇴진 ▲교수직선에 의한 총장선출 ▲건의기구로서의 대학발전위원회 설치 ▲향후 5년간 50억원의 투자 등 학생들이 얻은 수확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는 학생들이 수업거부라는 일종의 「자해행위」를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할수는 없다는 좋은 선례를 남겨 다른 대학의 학내분규 양상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재단비리로 시작된 이번 사태는 1차적으로 당사자인 학생과 학교측에 책임이 있으나 관리감독기관인 문교부측도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지않고 수수방관해 왔다는 점에서 비난을 면키어렵게 됐다.
재단 역시 학생측과의 타협을 시종일관 거부,대화로 사태를 일찍 해결할수 있지 않았느냐는 비판을 받고있다.
어쨌든 세종대사태는 수업거부가 계속될 경우 폐교까지 이를지 모른다는 위기를 일단 넘겼으나 총장선출문제ㆍ유급대상자 구제 등 핵심적 사안은 물론 내년 신입생모집 여부 등이 유보된 상태여서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남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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