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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의 링' 20년 주물럭 초드리 '세월의 링'에선 TKO로 밀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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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링 위의 독재자'도 세월을 막지는 못했다. 20년간 국제 아마추어복싱계를 좌지우지한 안와르 초드리(83.파키스탄.사진) 국제아마추어복싱연맹(AIBA) 회장이 결국 밀려났다. AIBA는 6일(한국시간) 도미니카공화국 산토도밍고에서 열린 회장 선거에서 우친궈(60.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새 회장으로 선출했다. 83-79, 간발의 표 차였다.

4년 임기의 AIBA 회장을 다섯 번 연임한 초드리 회장의 낙마는 '혁명'에 가깝다. 1970년대 AIBA 사무총장을 지낸 초드리는 86년 처음 회장에 당선됐다. 이후 복싱 경기의 판정 시비를 없애기 위해 컴퓨터 채점 시스템을 도입했고 강력한 카리스마로 회원국 간의 파벌 싸움을 없애는 등 복싱 발전에 적지 않은 공을 세웠다. 한국과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88년 서울올림픽 때는 국제대회를 치른 경험이 없는 한국에 복싱대회 운영의 큰 틀을 잡아줬고 이후 한국의 국제대회 유치를 적극 주선하기도 했다. 도움을 받은 한국은 그동안 대표적인 '친'초드리 국가로 행세했다. 하지만 독재와 부패는 결국 친구의 등을 돌리게 했다. 한 아마추어복싱 관계자는 "한국인 국제심판을 선임하는 데 한국 측의 추천을 무시하고 회장이 직접 특정인을 집어서 요구할 정도로 독단이 심해졌다"고 밝혔다. 재정과 관련한 스캔들도 끊이지 않았다. IOC는 재정을 투명하게 하라고 AIBA에 여러 차례 경고를 보냈지만 개선 노력이 없자 수백만 달러의 2004 아테네 올림픽 종목별 배당금 지급을 보류한 상태다. 지금은 혼자 걷지도 못할 정도로 건강도 나빠졌다.

AIBA 부회장 출신인 우친궈 신임 회장은 투명성과 판정의 공정성을 표방하며 올해 초부터 회장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특히 한국을 두 번이나 방문해 지지를 호소했다. 결국 대한아마추어복싱연맹은 지난달 말 이례적으로 우친궈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했고 이것이 박빙 선거전의 결정타가 됐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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