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리 캐니 크로스 대회 "애완견과 뛰면 힘든 줄 몰라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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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하남시 미사리 조정경기장에서 개와 사람이 한 조를 이뤄 속도를 겨루는 이색 대회가 열렸다. [대한 독(dog)스포츠 연맹 제공]

"동환아 힘내. 가을아 달려."

멀리서 임동환(9) 어린이의 모습이 보이자 함께 온 가족들의 응원 소리가 높아졌다. 엄마와 동환이, 그리고 애완견 '가을'이는 마지막 힘을 다해 결승선을 지났다. 1.6㎞를 내달린 동환이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래도 목만 축이고는 남는 물은 바로 가을이에게 먹였다. 동환이는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엄마랑 가을이랑 함께 뛰니까 갈수록 힘이 났다"고 말했다. 어머니 곽영신(39.서울 여의도)씨는 "색다른 경험이었다"며 활짝 웃었다.

5일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 조정경기장에선 개와 사람이 한 조를 이뤄 달리는'제4회 한국 캐니 크로스' 대회가 열렸다. 대한독(dog)스포츠연맹이 주최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했다.

동환이네가 참여한 경기는 1.6㎞ 커플 달리기. 사람 두 명과 개 한 마리가 함께 달리는 경기다. 이 부문 우승은 시각장애인 염동춘(45)씨와 회사원 주용윤(45)씨 동갑내기 팀에게 돌아갔다. 밤새 안마 일을 하고 나온 염씨였지만 장애인 마라톤 클럽에서 갈고닦은 실력이 빛을 발했다. 염씨는 "단순한 달리기가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개가 함께 호흡을 맞추며 서로 배려하며 뛰었다는 점이 더 뿌듯하다"고 말했다. 주씨와 함께 출전한 아들 민상(14)군도 시각장애인과 한 조가 돼 경기를 펼쳤다. 화이트테리어종인 '알렉스'와 함께였다. 민상이는 "알렉스는 우리 가족"이라며 "꼭 두 살 정도 된 아이 같다"고 말했다.

대회는 4.8㎞, 1.6㎞ 등 10개 부문에서 펼쳐졌다.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바이크 저링' 경기도 열렸다. 월드컵 응원에도 참여했던 홍보용 개 '대한이(스탠더드 푸들)'는 태극 무늬로 염색을 하고 나타나 어린이들의 인기를 끌기도 했다. 참여한 개는 500여 마리에 이른다. 시베리안 허스키 같은 큰 개와 전문가급 선수들이 참여한 4.8㎞ 달리기에서 우승한 강연표(35)씨는 "개와 사람이 서로 마음을 맞추면 사람 혼자 뛰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고 말했다.

대회장을 맡은 탤런트 이광기씨는 "개를 키우는 분 중에서도 산책이 아니라 개와 함께 전속력으로 뛰어본 분은 별로 없을 것"이라며 "흙을 밟을 일이 점점 적어지는 요즘 같은 때 가족 나들이로도 제격"이라고 말했다. 서라벌대 민만기(애완동물보건관리과) 교수는 "애견 산업이 발전하는 속도를 애견 문화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개와 함께 즐기고 노는 행사가 더 다양해지면 개뿐 아니라 사람의 삶도 더 윤택해진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 캐니 크로스=사람과 개가 한 팀을 이뤄 속도를 겨루는 스포츠. 개를 뜻하는 캐니(Canine)와 '건너가다'라는 뜻의 크로스(Cross)를 합해서 만든 말이다. 사람이 허리에 특수 벨트를 차고, 끈으로 벨트와 개의 가슴 부분을 연결한다. 줄을 당겨 개의 속도를 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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