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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빛 하늘 아래 2만 명, 하나 되어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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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2만 명이 넘는 마라톤 동호인이 참가한 중앙서울마라톤은 가족.직장.동호회의 단합과 애정을 표현한 귀한 자리였다. 비가 오고 추울 것이라는 기상 예보와 달리 화창한 날씨에 참가자들은 가을의 정취를 맘껏 누렸다.

마스터스 10㎞ 부문은 어린이와 노인들이 체력을 과시하는 무대이기도 했다. 거의 모든 선수가 결승선을 통과한 뒤인 오전 10시20분쯤, 한 어린이가 울면서 스타디움에 들어섰다. 이동원(10.덕산초 3)군의 기록은 1시간58분. 이군은 "중간에 길을 잃었어요. 원래 1시간30분엔 들어와요. 할머니와 엄마도 다 오셨는데…"라며 눈물을 닦았다. 이군이 골인한 뒤 17분이 지났을 때 이번엔 허리가 거의 직각으로 구부러진 할아버지가 걷다시피 하며 스타디움에 모습을 드러냈다. 81세의 김영태 할아버지는 관중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결승선을 통과한 뒤 "허리는 휘었지만 달리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며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힘내세요" 열띤 응원

○…결승점에는 50여 명이 대회에 출전한 가족을 응원하기 위해 나와 있었다. 마스터스 풀코스에 출전한 허윤식(38)씨를 응원하러 두 딸과 함께 온 양애신(36.서울 목동)씨는 결승점에서 남편의 모습을 열심히 찾고 있었다. "남편과 함께 마라톤 대회에 종종 참가한다"는 양씨는 "오늘은 아이들을 맡기지 못해 참가하지 못했고 남편을 응원하는 걸로 만족해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참가자들이 속속 골인할 때마다 관중석에서는 "아빠, 힘내"하는 함성이 터지기도 했다.

삼성SDS '백혈병 어린이 돕기'

○…삼성SDS 직원 520명은 백혈병 어린이를 돕기 위해 대회에 참가했다. 유흥준 인사팀장(46)은 "1㎞에 1만원씩 적립하는 방식으로 모금 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5000만원의 성금을 모아 10여 명의 백혈병 어린이를 후원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특전사 100여 명 풀코스 완주

○…특전사 독수리부대 장병 110명과 특전사 예비역 장교 7명 등 117명 전원이 풀코스를 완주했다. '특전사'를 등에 새긴 검정 반 팔 셔츠에 구릿빛 얼굴을 한 이들은 출발하기 전 특전가를 같이 부른 뒤 "특전사 파이팅, 독수리부대 파이팅, 중앙서울마라톤 파이팅" 구호를 외치며 남다른 전우애를 뽐냈다. 이들은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전원이 5시간 이내에 완주했으며 특히 이제일(27) 하사는 아마추어들의 꿈의 기록인 '서브 3(3시간 이내 완주)'를 달성했다. 이들에게 마라톤을 지도한 페이스메이커클럽 박천식(51) 고문은 "특전사 선후배들의 끈끈한 전우애로 중앙서울마라톤이 더욱 빛났다"며 박수를 보냈다.

황영조 감독, 심판으로 나서

○…대회에는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36)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이 심판으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도하 아시안게임 마라톤 감독인 그는 "최근 한국 선수들의 기록이 저조해 침체기에 접어드는 게 아닌가 걱정이 많은데 이봉주 선수가 분투해 줬다"며 "아시안게임 마라톤 5연패를 이뤄 한국 마라톤 중흥의 계기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중앙서울마라톤은 가을의 정취를 맘껏 즐긴 가을축제였다. 아들을 무동 태우고 뛰는 아빠, 전원이 풀코스를 완주한 특전사 장병, 스파이더맨 복장으로 뛰는 사람, 모두가 하나였다. 레이스 도중 음수대에서 한 모금의 물로 갈증을 달래는 동호인들의 표정이 재미있다.[특별취재단]

귀빈들이 출발 버튼을 누른 뒤 참가자들을 향해 손뼉을 치거나 손을 흔들고 있다. 왼쪽부터 김창범 ㈜덕화스포츠 대표이사, 권영빈 중앙일보 발행인, 조영주 KTF 사장, 신필렬 대한육상경기연맹 회장, 오세훈 서울시장, 송필호 중앙일보 사장, 황영기 우리금융그룹 회장.

전익진.강인식.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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