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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개|여인의 멋과 맵시 더해 주는 고유의 장신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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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예나 지금이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여성들의 마음씨는 변함이 없다.
현대적인 의미의 액세서리에 해당하는 장신구는 삼국시대이후 조선조말기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게 발달돼 왔었다.
특히 조선조 여인들의 멋을 돋보이게 한 장신구로는 저고리고름에 다는 노리개와 검은 머리채 뒤쪽에 꽂는 비녀 등을 빼놓을 수 없다.
본래 노리개는 여성들의 전통의상인 원삼·당의·평상복의 저고리 등 상의 고름에 차는 패 식물이었다. 조선시대 풍속화가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에는 노리개를 달고 있는 여인들의 모습이 아주 멋스럽게 묘사돼 있다.
당초 궁중 예 장물로 시작된 이 노리개는 차츰 상류사회로 번져 갔고 조선조 후기에는 여성들의 상용장신구로 일반화되기에 이르렀다.
노리게는 신조로부터 물려받거나 남편이 아내에게 애정의 표시로 선물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자수노리개는 값비싼 것은 아니지만 여인들의 마음속에서 우리 나오는 미적 감흥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그 맵시나 멋이 한층 더 풍긴다.
노리개는 그 형태나 문양에 따라 각기 다른 의미를 지닌다. 군사적인 것에는 호랑이 발톱이나 호랑이 문양이, 신앙적인 것에는 불교를 상징하는 문양이나 염원을 담은 토속적인 내용이, 사상적인 면으로는 장도·매화 문·죽문 등의 문양을 사용했다.
형태에 있어서는 예쁜 나비나 매미, 복을 상징하는 박쥐 등 이 많고 문양으론 장생 문·화조 문·문자 문 등 이 좁은 공간을 꽉 채워 넣는 게 보통이다. 색깔 또한 곱고 세련 된 색상들을 배합, 한층 눈길을 끈다.
금은보화로 만든 노리개보다 자수·매듭노리개는 여인들의 자작 품으로 표현이 자유롭고 앳되며 소박해 친근감을 줌으로써 더욱 한국적인 정취를 느끼게 한다.
지어미의 아리따운 매무새를 위해 지아비나 시어머니가 애정을 담아 신물하기도 했던 대표적인 노리개로「삼작 노리개」가 있다. 한국적인 의미의 행복을 상징하는 박쥐문양이 새겨져 있는 이 신방잠옷용 노리개는 그 형태나 질감·색채 등 이 어우러져 수줍은 새색시를 더욱 돋보이게도 한다.
모든 것이 온통 서구화를 향해 치닫고 있는 작금의 세태 속에서『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국제적인 것이다』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면 현대를 살아가는 한국의 여성들도 무턱대고 남의 것만을 흉내낼 것이 아니라 우리 선 조들이 오랜 세월 끝에 발견해 낸 고유의 미적 감각을 한층 승화시키려는 노력이 더없이 아쉬운 시점인 것 같다. <김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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