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파장은… 이강원 전 행장 혐의론 론스타 책임 판단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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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2일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에 대해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BIS 비율)을 의도적으로 낮췄다는 혐의(배임)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대해 금융감독위원회와 재정경제부 등은 구체적인 혐의 내용을 두고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행장의 혐의가 2003년 외환은행 매각 자체를 잘못된 것이라고 판단해야 할 정도인지 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금감위와 재경부는 여전히 외환은행 매각이 불가피했던 일이라고 주장한다.

최대 관심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자체가 무효로 되는지다. 검찰은 아직까진 론스타의 불법 행위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불법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인수 자체는 무효가 될 가능성이 작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의 해석이다.

◆ BIS 비율 조작 판단의 파장=사모펀드인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가능했던 것은 2003년 말 외환은행의 BIS 비율이 8% 이하로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 덕분이었다. 이런 전망이 타당한 것이었느냐를 놓고 지금도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재경부와 금감원은 당시 비관적 시나리오에 더 비중을 뒀다. 하이닉스반도체와 외환카드 등으로 당시 외환은행 경영사정이 더 나빠질 상황이었던 점을 들어 당시 외환은행의 BIS 비율은 비관적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감사원은 그러나 재경부와 금감원이 보다 현실적인 중립적 수치를 배제하고 비관적 시나리오에 따라 BIS 비율을 낮게 채택,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살 수 있도록 했다는 결론을 내렸었다. 이날 검찰 판단은 감사원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이 전 행장이 BIS 비율을 고의로 낮췄다며 배임죄를 적용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당시 외환은행 매각건을 승인한 금감원과 재경부 공무원의 책임 문제가 뒤따른다.

◆ 이강원 행장의 배임 수준은?=만약 검찰이 정부 당국자들의 책임을 규명하지 못할 경우 'BIS 비율 조작→헐값 매각'이라는 사건의 책임은 이 전 행장 개인에게로 집중된다. 검찰 논리는 이 전 행장이 은행의 부실을 부풀려 싸게 파는 바람에 주주와 은행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 하지만 은행장 부임 직후부터 자본을 늘리겠다고 나섰던 이 전 행장이 돌연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파는 쪽으로 돌아선 부분에 대한 설명이 검찰 발표만으로는 불충분하다. 특히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금감위와 재경부가 깊숙이 간여했는데 이 전 행장만 배임 행위를 했다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 론스타의 외환은행 재매각은=이씨의 혐의내용 만으론 론스타의 불법 행위 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 상태다. 이씨가 배임 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론스타의 역할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사원도 지난 6월 론스타의 불법 행위 증거는 잡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경우 현재 진행 중인 론스타와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매각 협상도 별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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