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빈다" 보약 많아 눈길|북 손님이 방북 자 가족에 보내 온 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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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남-북 고위급회담 북측대표단으로부터 통일원을 통해 8일 오후 방북인사 4명의 가족들에게 전달된 북측의 선물상자에는 임수경 양 등 받을 사람의 이름이 각각 붉은 글씨로 인쇄되어 붙어 있었다.
전달된 물품은 52종 1백72점으로 방북인사 모두에게「고려원형 꿀삼」「십전대보환」「경옥고」등 각각 5∼10통씩 모두 15∼21점의 보신용 한약이 높이 40cm가량의 노란 종이박스에 담겨 전달됐다.
임양 가족에게는 이와는 별도로 임 양이 방북 했을 당시 북한주민들로부터 받았던 선물 30여종이 높이 80cm 가량의 상자에 넣어져 전달됐다.
인삼을 꿀에 담근「고려원형 꿀삼」과 환약인「십자대보환」, 생약 엑기스인「경옥고」등은 모두 보혈강장제로 수감중인 방북인사들의 건강유지를 위한 선물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한약을 담은 상자 안에는「조선만년 보건총회 사 사로 청원 일동」명의의 편지가 있었으며 편지에는 문익환 목사 등의 건강을 위해 자신들의 회사에서 만든 약품을 보낸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또한 포장지에는 효능과 성분 등이 영문과 중국어로 표시되어 있어 수출용으로 보였다.
당초 북측의 물품목록에 들어 있지 않던『민족의 딸』이라는 2백 페이지 짜리 책은 임 양의 방북과 관련해 북한에서 지어진「수경이는 우리 딸입니다」등 시 43편과「조선은 하나다」등 산문 12편이 수록돼 있다.
올해 평양출판사에서 발행한 것으로 돼 있는 연두색표지의 이 책은 갱지와 비슷한 지질로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책자보다 품질 면에서 뒤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또한「강하다 통일의 꽃 임수경 I,Ⅱ」「문익환 목사 평양방문」및「범민족대회」등 방북인사들의 활동을 다큐멘터리로 편집한 비디오테이프 4개도 포함돼 있다.
이들 서적과 비디오테이프는 북측이 임 양 등의 방북사실을 홍보용으로 이용하던 것으로 보였다.
임 양의 선물에는 만수대창작사 소속 화가인 김원식씨가 하루만에 그렸다는 임 양의 상반신 유화1점도 포함돼 있다.
한편 문 목사 등에게 전달된 꽃병모양의 쪽빛 청자에는 북한의 국화인 진달래가 양각돼 있어 정치적 색채가 느껴지기도 했다.
청자의 바닥에는 청자의 중국어 발음인「커우」가 한글로 새겨져 있어 중국 내 한인들을 상대로 판매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또한 임 양에게는 조총련계인 일본의 조선대학교 학생 70여명의 서명이든 흰색 T셔츠와 임 양의 얼굴을 그린 대형 걸개그림「목동과 처녀」를 수놓은 수예품 등 이 전달됐다.
임 양의 선물상가에는 어머니 김정은씨(54)를 위한「조선옷」(한복) 한 벌과「나일론 조선옷감」한 벌 및 임 양의 치마저고리·속치마·버선·조끼 등도 함께 들어 있었다.
한편 문 목사 가족들은 꿀 삼 등 한약 1통씩 모두 3통만을 문 목사 몫으로 남기고 모두 문 목사가 일하던 한 빛 교회신도들에게 9일 나눠주었다.
임 양 가족 등 나머지 방북인사의 가족들은 『현재로는 물품을 전해 줄 수 없어 석방될 때까지 그대로 보관하고 있겠다』고 했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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