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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핸드볼 장리라 노래도 대표 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서울 노원구 공릉동 불암산 자락에 자리잡은 태릉선수촌.
한국엘리트 체육의 산실이자 금메달조련의 용광로인 이곳은 요즘 북경아시안게임을 코앞에 둔 대표선수들의 진지한 막바지 훈련에 긴장감마저 감돌 정도다.
다만 금메달 1개라도 더 목에 걸기 위해 악을 쓰는 감독·선수들의 기합소리만이 간간이 적막을 깨뜨릴 뿐 극도로 예민해져 있는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시험을 하루 앞둔 수험생과 학부모 같이 비장하다.

<남자노래는 황우원>
이런 긴장 속의 선수촌에 지난 7월말 연예인들로 구성된 대표선수위문단이 찾아와 공연 및 선수들의 장기대회가 열띤 분위기 속에서 펼쳐져 관심을 모았다.
뽀빠이 이상룡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위안행사는 특히 선수들의 감춰졌던 노래·춤 등 장기가 쏟아져 나오자「역시 대표선수」라는 찬사와 함께 한동안 젊음의 열기로 넘쳐 났다.
현재 태릉선수촌에 합숙중인 선수는 모두 4백36명으로 각 종목 국내1인자답게 이들 중엔 숨은 재주꾼들이 많다.
여자핸드볼의 장리라(한체대)는 자타가 알아주는 선수촌 최고의 가수.
이날 노래자랑에서도 고운 한복차림에 「새타령」을 멋지게 불러 제 껴 대상을 받았다.
장에 못지 않은 노래실력의 보유자는 현재 여자유도대표 스파링파트너로 입촌해 있는 천순분(영천여상). 「주현미 전공」으로 태릉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노래를 잘한다.
지난5월의 연예인공연때도 주현미의『짝사랑』『잠깐만』등 최신 히트곡을 선수들 표현에 의하면「오리지널 사우드」이상으로 불러 옆에 있던 주현미를 무색케 했다.
남자 쪽에서는 지난 서울올림픽 역도 동메달리스트이며 이번 아시안게임 1백kg급 우승예약자 황우원(·현대건설)이「나훈아」계열로 성가가 높으며 사격의 임동기(상무)는 포크송계열에서는 알아주는 가수.
한편 춤 실력에 있어서는 펜싱의 장태석(한체대)이 단연 군계일학 격.

<악명 높은 4박 감독>
지난7월 노래자랑에서는 뽀빠이 패밀리의 무용수들이 장에게 새로운 기법의 지그재그 춤을 가르쳐 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능수 능란하게 춤을 구사, 동료선수들을 황홀경에 몰아넣었다.
사교춤에 있어서는 여자핸드볼의 박정구 감독이 만장일치로 추천됐으며『술자리에서 몰래 도망가는 버릇만 고치면 매너 1등의 영국신사』라는 평.
한편 선수촌에는 가장 엄한 스파르타훈련으로 악명 높은「FOUR박」(4명의 박 감독)이 있다.
사교춤의 대가 박 감독이 1위로 올라 있고 그 뒤를 빙상의 박창섭, 축구의 박종환, 여자하키의 박영조 감독 등 이 잇고 있는데 별명이 각각「타이거」「살 모사」「독사」「진도 개」등이다.
대표감독들은 식사시간 전·후나 쉬는 시간엔 선수회관 2층 임원 실이나 회관 옆 벤치를 주로 찾아 한담을 즐기는 것을 큰 낙(낙)으로 삼는다.
이때 좌 중을 주도하는 사람이 테니스의 김성배 감독.

<대통령의 테니스 스승>
선수촌 최고의 말꾼인 김 감독은 가장 부지런한 감독으로도 유명한데 선수촌의 구석구석까지 모르는 게 없을 정도여서「감독기자」로도 통한다.
한편 전 테니스감독인 최부길(호남정유 감독)씨는 전두환 전대통령과 노태우 대통령에게 테니스를 지도한「스승」이며 전에 호주총리가 내한해 노 대통령과 경기를 벌일 때도 심판을 보는 등「왕당파」파로 통한다.
또 당구실력으로는 복싱의 이청하 코치와 빙상의 최재석 코치가 나란히 5백 점으로 수위를 달리고 있고 선수 중에는 농구의 김현준(삼성전자)과 배구의 이경석(고려증권)이 모두 4백 점을 놓는 최 고수.
육상멀리뛰기의 김종일은 축구계가 알아주는 실력파로 만약 축구를 했다면 대표로도 발탁됐을 재목이라는 평.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멀리뛰기 대회3연패를 노리며 4백m계주에도 출전하는 등 팔방미인이다.
선수촌 최고의「체력부대」는 호랑이 감독들이 지도하고 있는 여자핸드볼과 여자하키가 꼽히는데 이들은 몸풀기 훈련으로 익힌 축구솜씨도 수준 급이어서 최근 여자축구대표팀에 한판대결을 제의했다가 망신을 우려한 축구협회에 의해 거절당했다는 후문.
태릉선수촌 최장의 고객은 배구스타 장윤창(32·고려증권)으로 지난78년 1월 입촌한 이래 14년째 대표선수로 지내고 있으며 여자는 농구의 성정아가 만 9년째, 또 배구의 박미희(27·미도파)는 만 7년째다. 감독으로서는 빙상의 박창섭씨가 15년째로 최 장수 기록을 계속 쌓아 가고 있다.

<장윤창은 최장 고객>
최 연장 감독은 육상 단·거리의 손경수(58세)씨로 벌써 2명의 손자를 두고 있으며 여자농구의 정주현(54)씨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최연소 코치는 서울올림픽 후 선수에서 코치로 막 바로 변신한 체조의 나권, 레슬링의 한명우 김영남(이상 29세).
현재 입촌선수 중 최장신은 남자의 경우 농구의 한기범(기아산업)이었다가 부상으로 퇴촌, 현재는 배구의 윤종일(한양대)이 2m5cm로 최고며 여자는 농구의 정은순(삼성생명)이 1m88cm로 최고봉이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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