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앞둔 정통부·방송위, 벌써 '삐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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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방송 융합시대에 맞춰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가 대통합을 모색키로 했지만 첫단추를 꿰기도 전에 한판 세게 붙었다.

정통부와 방송위는 지난 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가 주최한 '통신방송융합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공청회'에서 IPTV 도입방안을 놓고 한치의 양보없는 팽팽한 세다툼을 벌였다. 심지어는 상대 부처가 제출한 자료에 대해 "현실적으로 가치가 없는 자료"라고 몰아부칠 정도로 심각한 갈등 구도를 드러냈다.

IPTV만큼은 11,12월 시범서비스를 거쳐 조속한 시일안에 본 서비스가 시작되도록 손발을 맞추겠다고 다짐했지만 여전히 평행선을 달린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이보다 훨씬 어려운 과제인 기구통합은 갈수록 진통의 연속이요, '산넘어 산'일 것이라는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정순경 방송위 방송정책실장은 정통부가 제출한 자료 중 '정통부.방송위 IPTV 도입방안 협의결과'라는 부분에 대해 "추진위에서는 먼저 기구통합방안을 논의하고 규제체계를 정비하기로 했다"며 "IPTV에 대한 부분은 각 기관의 입장을 정리한 수준이기 때문에 정통부가 협의결과라고 제시한 자료는 현실적으로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강대영 정통부 통신전파방송정책본부장은 "종합편성채널.보도전문채널을 포함한 방송채널사용사업에 대해서는 방송위에서 승인 또는 등록, 시장개방은 유보, 기술표준 및 망 품질보장에 대한 기준은 사업자 허가 이전에 마련 등 7개 부문에서 합의했다"며 "다만 서비스 성격 및 적용법, 인허가방식, 사업권역 등은 부처간 이견을 보이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방송위측이 아직 구체적으로 합의된 것이 없다는 식으로 반박한 것이다.

두 부처간 이견은 결국 IPTV가 방송이냐 아니냐의 해묵은 논쟁이다. 강 본부장은 "융합서비스의 성격상 기존 통신법이나 방송법의 틀 내에서는 수용하기 곤란하기 때문에 제3의 입법이 필요하다"며 "일본을 예로 들면 지난 2001년 전기통신역무이용방송법을 제정해 IPTV 서비스를 도입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방송위의 입장은 방송법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실장은 "해외사례를 보면 미국, 캐나다, 프랑스, 호주, 홍콩, 대만, 중국 등 대부분의 나라들이 방송 면허로 분류하고 있고, 일본의 전기통신역무이용방송법도 새로운 융합서비스 법이 아니라 방송법의 일종"이라며 "또 우리나라는 WTO 협정에서 부가통신 분야를 전면 개방했기 때문에 IPTV를 부가통신서비스로 할 경우 국내 방송이 외국에게 전면 개방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두 부처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음에 따라 빠른 시일안에 IPTV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짙어지고 있다. 또 IPTV를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KT를 비롯해 학계, 국회에서는 빠른 합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심주교 KT 미디어사업본부 상무는 "IPTV의 산업유발효과, 경제적 효과는 둘째치더라도 우리와 함께 3년간 준비해 온 중소업체들이 서비스 지연으로 인해 심각한 경영난에 처해 있다"며 "IT강국이라는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더이상 지연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홍찬선 의원(열린우리당)은 "추진위에서 2개월내에 준비를 해서 시작하겠다고 했는데 일단 믿어보겠다"며 "하지만 2개월후에도 나아진 것이 없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서비스부터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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