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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 이틀째 … 북핵 '유감' 표시 없는 민노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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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날씨는 흐리지만 예년에 비해 따뜻하다. 평양 시민들이 이상기후 징조라 걱정할 정도다. (핵실험과 이상기후에도 불구하고) 평양 시민들은 매우 평온하고 밝은 표정이다."

방북 중인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이 1일 당 대변인실에 전해온 평양의 표정이다. 민노당 대표단의 방북 첫날(지난달 31일) 활동은 베이징을 거쳐 1일에야 한국에 전해졌다. 북측이 한국 기자들의 동행 취재를 거부하는 바람에 민노당 방북단은 현지 사정을 베이징의 통신사를 통해 서울 당으로 연결해 브리핑하는 복잡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서울의 정호진 부대변인은 "평양에 도착한 대표단은 고려호텔에 여장을 푼 뒤 곧바로 조선사회민주당 김영대 위원장이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했다"며 "오늘(1일)은 유리공장과 중소형 발전소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만찬에는 민노당 대표단이 13명인 것에 맞춰 조선사민당에서도 13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다음은 민노당이 공개한 문성현 대표와 사민당 김 위원장의 만찬 발언 요지.

▶문 대표="한반도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고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전쟁의 먹구름과 핵의 거센 바람이 위협하고 있다. 난관의 골이 깊을수록, 시련의 언덕이 높을수록 힘을 하나로 모으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남과 북이 머리를 맞대고 두 손을 맞잡아야 한다. 이번 방북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실현을 위해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김 위원장="정세가 준엄하고 북남 관계가 교착 상태에 처한 속에서 귀당 대표단의 평양 방문이 성사됐다. 두 당의 연대 협력이 역사적인 6.15 공동선언을 고수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 체류 기간 중 정세와 상호 관심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공개된 발언을 보면 문 대표가 북 핵실험에 유감을 표한 부분은 없다. 당 관계자는 "자리가 환영 만찬이었던 만큼 얼굴을 붉힐 얘기는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며 "2일로 예정된 고위 당국자 면담에서는 북 핵실험에 대한 남한 국민의 우려가 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암호문에 방북단 인사 들어 있으면 어떻게 할 건가"=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은 지난달 31일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공안당국이 아직까지 해독을 끝내지 못한 간첩단 암호문에 민노당 방북단이 포함돼 있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라며 민노당을 비난했다.

이에 대해 이영순 공보부대표는 "민노당에 대한 위험수위를 넘는 '음해성 색깔론' 발언"이라며 "한나라당 의원들을 윤리위에 제소하겠다"고 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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