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하락 모든 방법 법률 검토' 론스타 e - 메일로 결정적 증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충분한 소명이 됐다."

채동욱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은 외환카드 주가 조작 혐의로 앨리스 쇼트(46) 론스타 부회장 등 전.현직 이사 4명에 대해 체포 또는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과 관련해 1일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e-메일 등을 분석해 론스타 본사 간부 3명에 대한 혐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자신하는 '소명'의 결정적 증거는 외환카드가 외환은행에 합병되기 전 론스타 관계자들이 주고받은 e-메일 내용이다. <본지 10월 23일자 2면 참조>

검찰은 지난달 17일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압수수색해 2003년 11월 이들이 주고받은 e-메일을 확보했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당시 론스타와 외환은행의 거래 주간사였던 살로만스미스바니(SSB)를 합병한 회사다.

압수물 중에서 주목받은 e-메일은 당시 외환카드 인수와 관련한 실무를 담당했던 오모(31.현 씨티그룹 상무)씨의 개인 메일이다.

오씨가 론스타의 법률 자문을 담당했던 법무법인을 수신자로 작성한 4줄짜리 영문 e-메일에는 "외환카드의 주가를 하락시킬 수 있는 '가능한 모든 방법'(any means possible)에 대한 법률 검토를 해 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메일이 작성된 시기는 2003년 11월 중순이다.

그 직후인 11월 20일 외환카드 인수를 논의하기 위한 외환은행 이사회에서 일부 이사는 "합병 전에 감자 (減資) 가능성을 열어 둠으로써 외환카드의 주가 상승을 막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폈다.

검찰 수사 결과 이 같은 주장을 한 사람은 쇼트 부회장, 마이클 톰슨(45) 론스타 아시아지역 고문변호사 등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 같은 증거를 바탕으로 당시 론스타 측이 외환카드 주식을 감자할 의사가 없었음에도 감자설(20 대 1)을 퍼뜨려 고의적으로 주가를 하락시켰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주가 조작 혐의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의도를 가지고 미리 계획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하는데, SSB 관계자 등의 e-메일 내용을 통해 계획적인 주가 조작이었다는 게 소명된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SSB와 외환은행 관계자들에게서 고의적 주가 조작이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병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