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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3 알고보니 '멀티 플레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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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회사원 박혜숙(31.여)씨는 사흘에 한번씩 출근 전에 인터넷에서 MP3 파일을 내려받는다. 음악이 아니라 영어회화 학습용 파일이다. 2분 정도 내려받으면 카세트 테이프로 쳐서 1시간30분 분량이 MP3 플레이어에 저장된다. 박씨는 이를 이용해 출퇴근길에 어학 공부를 한다.

대학생 이지혜(21.성신여대 정외과 1)씨에게 MP3 플레이어는 강의 노트다. 필기를 하면서 MP3 플레이어로 강의를 녹음한다. 이씨는 "필기는 요점만 정리하게 되지만, 녹음한 것을 다시 들으면 강사의 논리 전개를 파악할 수 있어 논술형으로 시험을 치를 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MP3 플레이어가 음악감상용 단말기에서 벗어나 '멀티 플레이어'로 변신하고 있다.

◇어떤 기능 있나=어학 학습 도구로 인기를 끌면서 MP3 파일은 물론 WMA.ASF 등 갖가지 형식의 음성 파일을 재생하는 기능도 갖추는 것이 보편화됐다.

MP3 형식이 아닌 인터넷의 어학 학습 콘텐츠도 MP3 플레이어로 들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자막 기능, 느리게 듣기, 원하는 구간만 반복해 듣기 등 어학 학습에 알맞은 기능을 갖춘 제품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MP3플레이어 제조업체 레인콤(www.iriver.co.kr)이 이달 초 선보인 iFP-500, 디지탈웨이가 11월 중순 출시할 FY200 등은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와 연결해 테이프 안에 든 내용을 바로 MP3 파일로 바꾸어 저장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레인콤 측은 "과거에 산 어학 학습 테이프를 MP3 플레이어에서 활용할 방법이 없겠느냐는 고객들이 많아 이런 제품을 개발하게 됐다"면서 "용량 1백28메가바이트(MB)짜리 MP3 플레이어라면 90분 테이프 6개의 내용을 담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레인콤과 거원시스템(www.iaudio.com) 등은 MP3플레이어를 사는 고객들에게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로 어학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제조업체가 제공하는 것 외에 인터넷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MP3 어학 자료들이 많다. 고3 박두석(서울 사당동)군은 "미국 시트콤 '프렌즈'의 대사 등 재미를 느낄 수 있는 MP3 파일을 인터넷에서 내려받아 등.하교 때 영어 듣기 공부를 했다"며 "듣기 평가에서는 거의 만점을 받는다"고 말했다.

녹음기.라디오 기능을 가진 제품도 많이 나와 있다. 용량이 하드디스크에 맞먹을 정도로 늘어나면서 컴퓨터에 연결해 휴대용 하드디스크처럼 쓸 수 있는 MP3 플레이어도 등장했다.

현원은 심장박동수를 알려주고 지나치게 박동이 높으면 경고음을 내는 MP3 플레이어를 최근 내놨다. 조깅을 하면서 MP3 플레이어로 음악을 듣는 사람이 많다는 데 착안한 것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자신의 건강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

◇구입요령=MP3 플레이어는 저장 장치에 따라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메모리형과 하드디스크형이다. 메모리형은 64~2백56MB가 주종이며, 하드디스크형은 10~40GB의 것이 나왔다. 컴퓨터에 연결해 휴대용 저장장치로도 활용하려면 하드디스크형이 알맞고, 음악.어학용은 메모리형으로 충분하다.

메모리형은 용량에 따라 값이 3만~10만원 차이난다. 1백28MB 정도면 대략 5시간 분량을 녹음.재생할 수 있어 강의를 녹음하거나 어학 공부를 하는 데 큰 불편이 없다.

자막.느리게 듣기.반복해 듣기 등의 기능은 일부 MP3 플레이어만 갖고 있으므로 사기 전에 확인해야 한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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