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득못할 북 언론의 “험구”/안성규 북한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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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분단 45년만의 첫 총리회담은 구체적인 합의사항은 만들어내지 못했지만 「서로가 한핏줄」임을 더욱 깊게 확인한 의미있는 접촉이었고 그만큼 국내외 언론의 치열한 취재대상이었음은 더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이번 총리회담을 다룬 북한의 언론과 언론인은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험구로 우리측 언론을 비방해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9월5일자 로동신문은 서울발 기사에서 『조선의 어용신문들에 검은 손이 작용,너절한 걸각질을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평양방송도 취재기자 수가 많은 것을 지목해 『인해전술로 대표단 수행원 기자활동에 장애를 조성하고 있다』고 했고 로동신문은 또 이산가족 보도에 대해 「반통일의 검은손이 작용한 너절한 짓」으로 규정해 버렸다.
언론인들의 행동도 그랬다.
북측 기자들은 수시로 『남측 기자가 너무 많다』고 불평하고 툭하면 『취재를 방해하려는 음모』라고 했다.
북한의 언론과 언론인들은 경쟁을 원칙으로 하는 남한의 언론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
남한 언론의 특성인 「경쟁」을 무질서로만 보려 했고 『완장을 찬 수백명의 인원을 풀어 난동을 피우게 했다』고 편한대로 해석해 버렸다.
그뿐 아니라 이산가족 보도에 대해서는 「도전적이며 모략적인 글」이라 했고 『심지어는 「반통일세력의 검은손」의 짓』이라고까지 했다.
쌍방당국간에 「이산가족 만남은 주선하지 말자」라는 합의가 있었음은 알지만 그것은 당국간의 일일뿐이다.
당국과 언론은 별개의 것이며 당국은 언론의 「협조」를 요청할 수 있을 뿐이라는 남한의 현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남한사회에 대한 개인적인 차원의 「이해」를 말로는 표현할지언정 적어도 기사의 차원에서는 완강히 남한사회를 거부하고 있음이 그들의 언론에서 드러나고 있다.
남한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 이같은 북한 언론의 태도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것인지는 자명하다.
총리회담과 관련된 북측 기사에서 드러났듯이 남한사회를 왜곡해서 북한 주민에게 전달시킬 뿐이다.
통일의 첫 걸음은 서로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 남북의 합의다.
남이 북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시작됐듯이 북도 남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시작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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